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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링

하버링

다미레 (지은이)
  |  
청어람
2014-04-08
  |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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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링

책 정보

· 제목 : 하버링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6819547
· 쪽수 : 512쪽

책 소개

다미레의 로맨스 소설. 야생과 협작이 난무하는 열대우림 같은 도시 속, 적막함과 정적이 감도는 외딴섬 용산 미8군. 모든 걸 소유하고도 미처 사랑을 학습하지 못한 8군 하급군무원 은조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숨어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앞에 나타난 한 남자.

목차

Prologue
1장-Starting Engine
2장-Engine Run Up
3장-Taking Off
4장-Hovering
5장-Landing
6장-Parking and Shutdown
7장-Termination
작가 후기

저자소개

다미레 (지은이)    정보 더보기
부지런히 부단히 부끄럽지 않게 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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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은조는 후회했다.
사악한 장원표를 얕봐도 너무 얕봤다. 말년 1호 병장의 그 무궁무진한 시간과 넘치는 여유를 몰랐다고 해야 하나. 핑계를 대다 대다 오늘 비로소 밥을 함께 먹기로 했다. 연합사령관 소속 비서실 운전병이 이다지도 한가한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대한민국 군인은 부대에서 무료로 급식이 나오지만 미군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우리나라처럼 의무병도 아니고 각자 자신들의 상황과 소신으로 군인이란 직업을 택한 이들에게 모든 것은 다 돈으로 계산되고 귀결됐다. 하지만 그만큼 받는 혜택도, 누리는 자유도 어마어마했다. 군에 있으면서 학교도 다닐 수 있고, 기술도 마음껏 배울 수 있었다. 물론 이 모두가 국가가 그들에게 하는 지원이며, 무료였다.
이 모든 혜택을 그들만큼이나, 아니, 그들 이상으로 누리고 있는 사람 중 하나가 바로 그녀 앞에서 무한 수다와 폭풍 애교를 떨고 있는 대한민국 육군 소속 카투사 장원표였다.
한국인 군무원, 또는 오랜 한국 생활을 한 미군들은 밥을 사 먹었다.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이 아닌 다리 건너 메인포스트 내 타운하우스에서 밥을 사 먹자는 장원표의 은근한 요구를 무시하고, 하우징에서 가까운 카투사 전용 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사각과 원형의 여덟 개의 테이블. 군데군데 검은 머리 틈 사이 이제는 익숙한 미군이 보였다.
맨 처음 8군에 입사해서는 군복을 입은 미군들이 그렇게 낯설 수가 없었다. 이제는 되레 사복이 더 낯설고 현란하게 보일 정도이니 꽤나 익숙해진 건 사실이다.
은조는 계산대 옆 창으로 보이는 밖을 응시하며 오징어볶음밥을 먹었다. 어서 빨리 먹고 징징거리는 장원표에게서 벗어나야지 생각하면서도 밥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바로 그때, 굳은 어깨를 아주 살짝 스치고 지나가는 기묘하고도 생소한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은 마주 미약해 무어라 한마디로 규명 지을 수 없었다. ‘뭐지? 아닌가?’ 하며 밥을 한 수저 뜨려 했다. 그때 보았다. 자신의 쟁반 옆 방금 전까지도 없던 주황색 오렌지를.
은조는 오렌지를 내려다보다 고개를 들어 주위부터 살폈다. 앉아 밥을 먹고 있는 사람들 사이 상당히 키가 큰 미군이 출입문 앞에 서 있었다.
뒷모습에 저절로 시선이 갔다. 남자는 빈손이었다. 잘 접어 올린 군복 밑으로 잔 근육이 돋보이는 팔이 보였다. 또한 연한 갈색의 긴 손가락도.
그렇게 멍한 사이 미군은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이래서 혼자 밥 먹으면 안 된다는 거예요, 은조 씨는.”
여전히 멍한 표정을 한 채 흥분해서 떠드는 장원표를 응시했다.
“내가 이렇게 떡하니 앉아 있는데 대체 어떤 모자란 인사가 이런 걸 놓고 가는 거야?”
분기탱천한 장원표가 들고 있는 오렌지를 보았다. 방금 전까지 그녀 앞에 있던 오렌지.
“기왕 줄 거면 뭐 좀 색다른 걸로 하지, 웬 오렌지? 미군부대에서 제일 흔하고 흔한 게 오렌진데. 성의 없는 자식. 안 그래요, 은조 씨?”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원표를 보다 그의 손에서 심하게 롤러코스터를 당하고 있는 오렌지를 쳐다보았다. 그래, 정말 흔한 오렌지네.
“이거 기분 나쁘니까 내가 가져갈게요. 혹시 여기 이상한 가루라도 묻어 있으면 어떡해요? 찜찜해. 이런 건 내가 가져가서…….”
그녀가 공중에 뜬 오렌지를 단숨에 낚아챘다. 그러자 장원표가 꽤나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신없어요. 내려놓고 말해요.”
원표는 방금 전 그녀의 표정처럼 약간 멍하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고집했다.
“하여튼 이 오렌지는 내가 가지고 갈게요.”
은조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서둘러 오렌지를 군복 바지 안에 집어넣었다. 그러면서 장원표는 자신을 무시한 처사네 어쩌네 하며 엄청 투덜거렸다.

그렇게 시작된 오렌지 투척은 일주일 넘게 이어졌다.
이상한 건 단 한 번도 남자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득바득 오늘은 꼭 봐야지 하며 기회를 노리진 않았지만 이상하게 남자의 얼굴도 직위도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다. 그저 남자의 늘씬한 뒷모습, 스치듯 지나가는 옆모습, 이제는 익숙해진 팔 정도였다. 그러면서 남자의 긴 손가락은 무척이나 선명히 기억났다.
그때마다 함께 있던 장원표는 미군을 아는지 모르는지 말은 않고 오렌지를 바지주머니 안에 넣기 바빴다. 물론 남자의 행동이 무얼 뜻하는지 대충 알 것도 같았다.
어릴 적부터 인문학보다 행동심리학이나 정신분석 서적을 섭렵해 어느 정도는 짐작했다. 자신을 각성시키려는 행동. 일종의 초두효과를 노리는 듯했다.
단순히 호감을 표하거나 장난으로 치부하기에는 남자는 반복적으로 아련하면서도 안타까운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은조는 자신을 직접 드러내지 않는 남자에게 먼저 호기심을 갖고 다가가는 그런 유형이 아니었다. 이젠 그럴 수 없는 사람이 돼버렸다.
원표는 아까부터 말없이 걷는 데 집중하는 유은조의 뒤를 졸졸 따르며 고민했다.
자신이 아는 사실을 말할까 말까, 아니, 정확히는 말을 하는 것이 나을까, 하지 않는 것이 자신에게 더 유리할까. 먼저 말하지 않으면 아마 유은조는 영원히 모를 것이다. 그러다 궁금해진 유은조가 그를 찾기라도 하면? 아니다. 절대 그럴 일은 없다.
8군 안에서도 자신을 꽁꽁 감추지는 않지만 결코 드러내려 하지 않았다. 은신, 은둔. 뭐, 그렇게까지 왜곡하고 곡해하고 싶진 않지만 아니라고도 말할 수 없다. 일 년 가까이 관찰하고 지켜본 여신은 그랬다.
나름 원표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사이 하우징 창고가 눈앞에 보였다.
유은조는 짧게 인사를 하고 어두운 창고 쪽으로 걸어갔다.
“그 오렌지맨, 저니 소령이에요.”
느닷없는 멘트에 유은조가 걷기를 중단하고 뒤돌아보았다. 일말의 동요와 의문 없이 늘 그렇듯 차분한 눈동자. 원표는 그 눈빛을 믿었다.
“내가 있는 연합사령관 행정비서관이라고요.”
“…….”
“원래는 K―16(성남비행장)에 있던 육군 조종산데 몇 달 전부터 우리 연합사에 있어요. 무슨 이유로 조종사가 민사관으로 둔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에게 지금껏 무성의하게 오렌지 투척하는 그 인간, 저니 맥컬리 소령이라고요.”
갑작스레 정보를 쏟아낸 장원표는 퉁명스레 말을 던지고는 성큼성큼 뒤돌아갔다.
순간적으로 은조는 정원표의 뒷모습에서 미군의 뒷모습이 겹쳐 보였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남자의 익숙한 뒷모습이 분명 보였다. 아무래도 남자가 노린 초두효과가 제대로 빛을 발하는 모양이다.
계속 직진하는 장원표를 한동안 바라보다 하우징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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