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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7063260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24-01-02
책 소개
목차
책을 펴내며: 어느 ‘복 많은 놈’의 이야기
39년생 김동훈의 ‘나의 살던 고향들’
1 평온했던 내 어린 시절: 만주벌과 두만강 이남
함경북도 남양에서 태어난 이유 | 아버지의 유학과 슈퍼우먼 어머니 | 옥자 누나의 죽음, 그리고 다시 만주로 | 달 속 십자가의 조짐 | 내가 마지막으로 본 만주
2 눈보라 휘날리던 바람 찬 흥남부두
내세우자 인민의 대표 | 내가 교사를 평생 싫어한 이유 | 그해 여름은 뜨거웠다 | 내 생애 최고의 한 달 | 흥남부두의 통곡 | 구사일생, 흥남의 방주 | 흥남부두를 떠나며
3 남도의 끝섬들에서
남녘땅의 나그네 가족 | 회중시계와 동해남부선 | 거지들의 재회 | 두만강 소년 제주도 가다 | 열 살 기억 여든까지 간다 | 내 평생의 찰떡 | 오이의 비극 | 거제도의 졸업식
4 밀양과 대구의 악동, 부산의 대학생이 되다
밀양 친구 수봉이 | 대구에서의 봄날과 치욕 | 행운과 액운의 쌍곡선 | 날아간 파일럿의 꿈 | 수산대학생이 맞은 태풍 사라 | 큰형을 떠올리며 | 대한민국의 격변, 그러나 바빴던 대학생
5 가난한 날의 행복과 슬픔
당당함에 대하여 | 큰형 결혼 대작전 | 하늘은 스스로 돕는 천재를 돕는다 | 노총각의 세 가지 원칙 | 처갓집 이야기 | 가난한 날의 행복과 슬픔 | 나쁜 이 이상한 이 좋은 이
6 거인의 어깨 위에서 놀던 시절
고려원양 판매과장이 되기까지 | 황태 덕장 앞에서 | 거인과의 만남 | 동원산업 부산 지사장이 되어 다시 부산으로 | 거인의 어깨 위에서 | 주먹과 개밥 | 안타까운 죽음들 | 이제는 말할 수 있는 일들 | 한국에서 참치 통조림을 처음 먹은 사람은 | 동원참치의 신화와 홀로서기의 꿈 | 나의 달란트
7 디아스포라 우리 가족
다섯 남매 이야기, 그리고 중국에서 온 편지 | 중국으로 가는 길 | 간도에서 만난 주현미
강 건너 고향 | 피는 물보다 진하고 돈은 피보다 진하다
글을 마치며: 화살 같은 여든네 살의 돌아보기
아들의 후기: 자서전 쓰기, 우파 아버지 세대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법
책속에서
나는 내가 태어난 곳을 남양으로 여태껏 읊고 있지만 행정구역상으로는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면이다. 온성군은 한국 최북단의 지명이다. 한반도 지형을 토끼로 묘사하자면 길쭉한 귀의 끄트머리에 붙은 곳이고, 호랑이로 보자면 만주를 향해 포효하는 호랑이의 오른쪽 앞발톱에 해당한다. 여기서 부산 수영천보다도 폭이 좁은 곳이 지천인 두만강을 넘으면 오늘날의 옌볜(연변)자치구, 과거의 지명으로는 도문, 용정 등이 나온다. ― 〈아버지의 유학과 슈퍼우먼 어머니〉 중에서
그때의 만주는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와 비슷했다. 개척하고 개간하고 소출을 거두면 도적 같은 만주국 관리들이 눈에 불을 켜고 몰려왔고, 마적들이 서부 영화 속 인디언들처럼(인디언들은 나쁜 사람들이 아니었지만) 불시에 뻔질나게 총칼 휘두르며 쳐들어와 사람들의 목숨과 재산을 노렸다. 내가 이도구 살던 무렵에 그들에게 습격당한 적은 없었지만 성벽 넘어 먼발치에서 ‘행군’하는 그들을 본 적이 있다. 더럽고 남루한 옷을 입은 수십 명의 무리가 가족들까지 데리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저것들이 마적들이야.” 그게 내가 봤던 유일한 마적이었다. ― 〈달 속 십자가의 조짐〉 중에서
청진 역시 추위는 만만치 않은 동네였다. 11월쯤 되면 무시로 영하로 떨어졌다. 그런데 영하 10도가 넘는 꼭두새벽에 학교에 나갈 일이 생겼다. ‘새벽송’을 부르기 위해서였다. 김일성도 기독교 집안 출신이라 그런지 김일성이 하는 짓은 기독교를 본뜬 게 많았던 것 같다. 이북에서 처음 실시하는 선거 날 새벽, 아이들로 하여금 가가호호를 돌아다니며 ‘새벽송’을 부르게 한 것이다. (중략) 크리스마스에 새벽송 부를 때는 하나도 추운 걸 몰랐는데 내키지 않는 걸음 때문인지 그날 추위는 유난히 혹독했다. 그때 내가 부른 선거 종용 새벽송 가사 일부를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 〈내세우자 인민의 대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