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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언론/미디어 > 언론인
· ISBN : 9791157065646
· 쪽수 : 560쪽
· 출판일 : 2026-06-01
책 소개
표완수는 해직 기자에서 언론 경영자, 그리고 언론 공공기관의 수장에 이르기까지 50년 동안 열아홉 개의 일터를 거치며 한국 언론의 주요 현장을 통과해 온 인물이다. 군사정권의 탄압 속에서 해직과 투옥을 겪었고, 다시 언론 현장으로 돌아와 《시사저널》, YTN, 《시사IN》,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한국 언론의 굵직한 변곡점과 격랑을 겪으며 헤쳐 나갔다.
언론인 표완수의 50년 기록을 담아낸 이 책은 한 사람이 시대의 억압과 혼란 속에서 무엇을 견디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며, 어떤 선택으로 자신의 길을 지켜왔는지에 대한 회고록이다. 동시에 언론자유와 민주주의, 조직과 리더십, 사람과 인연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기도 하다. 기자로 출발해 언론 경영자로 성장하고, 다시 언론 공공기관의 수장으로서 마지막 일터를 마무리하기까지 표완수가 지나온 길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지나온 한국 사회의 굴곡과 언론의 맨얼굴이 함께 펼쳐진다. 이 책은 한 언론인의 개인사를 넘어, 한국 언론이 지나온 가장 치열한 시간에 대한 증언이다.
한 언론인이 건너온 50년
길 위에 새겨진 시대의 증언
어떤 삶은 한 개인의 이력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그 사람이 지나온 시간이 곧 한 시대의 풍경이 되고, 그가 견딘 시간의 무게가 우리 사회의 기억과 겹칠 때가 있다. 《정동에서 세종대로까지》는 바로 그런 책이다.
저자 표완수는 스스로를 '평범한 저널리스트'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50년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1974년 정동의 주식회사 〈문화방송·경향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군사정권의 폭력 앞에서 해직되었고, 남영동 대공수사처와 서대문구치소, 대전교도소를 거치며 시대의 폭력을 견뎌야 했다. 취업이 금지된 시간 속에서 기업을 전전했고, 다시 언론 현장으로 돌아와 《시사저널》 창간에 참여하고, iTV와 YTN, 《시사IN》을 거쳐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으로 마지막 일터를 마무리했다. 정동에서 출발한 그의 여정은 세종대로에서 멈췄지만, 그 길은 한 직업인의 이력을 넘어 한국 현대 언론사의 굴곡을 관통하는 긴 궤적이 되었다.
이 책은 연대기적 회고록이 아니다. 19번째 직장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삶의 분기점이었던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 뒤, 기자와 경영자, 조직의 리더로 살아온 시간을 차례로 복기한다. 그래서 독자는 한 시대가 한 인간에게 남긴 흔적을 더 선명하게 마주하게 된다. 특히 1장은 마지막 직장에서 은퇴하는 리더의 고요한 회상이 아니라 기관 간 갈등과 조직 내부의 긴장 속에서 마지막 책임을 감당해야 했던 시간으로 문을 연다.
2장에 담긴 1980년의 기록은 당시 상황을 그대로 재현해낸 저자의 기억력과 묘사력에 감탄할 만큼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다. 군사정권 아래에서 해직과 구속, 군사법정과 수감 생활을 겪어야 했던 언론인들의 현실은 단순한 개인사가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단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은 피해의 기억에만 머물지 않는다. 시대의 폭력이 한 사람을 어떻게 무너뜨렸는지가 아니라, 그 시간을 지나며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배웠는지를 더 오래 응시한다.
3장에서 8장까지 이후 펼쳐지는 장들은 한 언론인의 성장기이자 한국 언론의 변화사다. 네 번이나 드나든 〈경향신문〉, 새로운 언론의 가능성을 실험했던 《시사저널》 창간, 방송이라는 또 다른 전장에서 분투했던 iTV와 YTN, 그리고 '참언론'의 이상을 구현하려 했던 《시사IN》까지. 각각의 장면은 조직과 사람, 원칙과 현실, 이상과 경영 사이에서 한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를 보여준다.
표완수는 여러 조직의 리더로 변신하며 새로운 매체를 일으키고 조직의 기반을 다지는 성과를 만들어낸 경영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이 더 오래 기억되는 이유는 성과보다 사람을 먼저 떠올리는 그의 태도에 있다. 함께 일한 이들이 따뜻하고 섬세한 어른으로 기억하는 이유도 그 지점에 있을 것이다. 표완수의 50년은 언론자유를 지키려 했던 저널리스트의 시간인 동시에, 조직을 경영하며 성과를 만들어낸 리더의 시간이기도 하다.
《정동에서 세종대로까지》는 과거를 정리하는 책이 아니다. 지나온 길을 통해 오늘을 비춰보는 책이다. 언론은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시대의 압력 앞에서 한 개인은 무엇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가. 이 책은 그 질문들에 정답을 내놓지 않는다. 다만 한 사람이 건너온 50년의 시간을 통해, 그 질문을 다시 우리 앞에 조용히 내려놓는다.
목차
추천사 4
프롤로그 15
언론인 표완수의 50년 기록 24
1장 열아홉 번째 일터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님 돗자리 깔고 일하셔야 할 것 같아요!” 38 / 취임식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46 / 거대한 회오리에 휩싸인 언론재단 55 / 정도(正道)를 지키는 마지막 자리 64 / '해임 이사회'가 열리던 날 74 / '관제 유언비어'의 탄생: 기자협회 창립 축사 84 / 정성을 다한 자리: 언론재단 이임사 88
'정 실장'이 정 작가가 되었다네! 94
2장 1980년 5월, 내 삶의 분기점
1980년 6월 9일 새벽 5시 102 / 남영동의 첫 밤 109 / 만들어진 자술서 118 / 남영동에서 서대문구치소로 128 / 수감생활의 시작 135 / 10사 난동 사건 142 / 군사법정, 진실과 마주한 순간들 148 / 감방 너머에서 이어진 인연, 정길상 153 / 대전교도소로 이감되다 160 / 교도소 방장이 되다 165 / 석가탄신일에 석방되다 173
3장 〈경향신문〉, 그리고 기자로 사는 길
해직 후 첫 직장, 희성산업 180 / 프랑스식 원칙과 한국식 마음 184 / 봉명에너지, 석탄 가루 속에서 보낸 날들 190 / 현대그룹에서 만든 나의 첫 방송국 HBS 195 / 일주일 만에 막을 내린 두 번째 경향 입사, 그리고 《투데이》 창간 203 / 언협의 《말》지 제작 배포와 박우정 도피 사건 211 / 세 번째 경향 입사와 연이은 퇴사 220
4장 사람과 인연, 기자의 또 다른 학교
머산이산악회의 신홍범 선배 226 / 무전여행에서 만난 어느 〈조선일보〉 기자 233 / 머산이산악회의 리더 백기범 선배 240 / 오대산 노인봉의 밤, 무모한 선택과 아슬한 생존 249 / “내 러닝셔츠 어디 갔지?” 262
5장 《시사저널》 창간, 새로운 언론을 꿈꾸다
박권상 주간과 진철수 선생을 만나다 270 / 새로운 잡지의 문법을 세우다 278 / 마침내 '더미 페이퍼'를 제작하다 285 / 창간사에서 밝힌 '참언론의 길' 290 / '신(神)'보다 '양심(良心)'을 선택하다 294 / 좌절된 '아너시스템(honor system)'의 회환 299 / “대한민국에선 박권상이 최고!” 304
백기완 선생과 '왈순 아지매' 311
6장 방송이라는 또 다른 전장, iTV 사장 시절
네 번째 경향 퇴사와 인천방송 입사 318 / “표 이사가 사장을 맡아주면 좋겠는데…” 325 / “표 사장, 진행비가 뭔가? 그것 좀 올려주지!” 329 / '갑돌이와 갑순이', 화이부동(和而不同)의 교훈 332 / 인민대학습당,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339 / 백두산 정상에서 일출日出을 보다 344 / 백두산에서 만난 사람들 352 / 김정일 위원장과의 오찬 358 / 약속을 지킨 〈미디어오늘〉 363 / '오너'들은 다 그런가? 367
보신탕 먹던 날 375
7장 YTN, 가장 치열했던 시간
이상한 주주총회와 어느 기간제 교사의 눈물 382 / 정육수 선배와 강신호 회장 389 / 취임 초 조심해야 할 일들 397 / 현대와 삼성, 두 가지 방식의 차이 403 / 사람을 알아가는 시간 409 / YTN에서의 첫 판단 415 / 서울타워 리노베이션 420 / '언론자유 감시대상국' 리스트에 지정된 한국 432 / IPI 총회에서 판을 바꾼 순간 439 / 바르샤바의 마지막 밤, Watch List 해체되다 448 / YTN, 언론기업의 기초를 놓다 455 / YTN의 꿈, FM 라디오 464 / 사장은 보도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 473 / YTN에서의 5년을 돌아보며 481
8장 《시사IN》에서 이룬 참언론의 꿈
11년 3개월, 가장 오래 몸담은 직장 488 / 광고주와의 관계는 진정성의 토대 위에 492 / 우에무라 기자를 만나다 498 / 행사장의 개회사와 칼럼 504 /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예비해야 516 / 발행인의 편지 523 / 《시사IN》을 떠나며 540
“그 김철웅이 이런 책을 썼다!” 549
에필로그 554
저자소개
책속에서
약 20년에 걸친 언론사 및 언론 관련 단체의 최고 경영자로서 나는 적지 않은 실적을 남겼다고 생각한다. 그 어렵던 1980년대에 치열한 삶을 살면서 여러 ‘동지들’에게서 배우고 함께 경험한 것들이 언론사 경영을 성공으로 이끄는 바탕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의 ‘동지들’ 중 이미 다른 별로 떠나간 이들이 있어 허전함을 느낄 때가 많다. 하지만 그때의 애환을 공유한 선후배들이 아직도 곁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인생 팔십의 문턱에 선 나에게 깊은 안도감과 함께 밝은 희망을 불어넣어 주기도 한다. 고마운 일이다.
수많은 사건, 일화들이 내가 지나온 길 위에 알알이 박혀 있다. 돌이켜보면, 나는 기자로서 필명을 날리거나 성공한 사람은 못 된다. 오히려 언론사 경영자로서 이런저런 업적을 남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시사저널》, 인천방송, YTN, 《시사IN》,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조직의 구성원들과 호흡을 맞춰 일하던 때가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 잊히지 않을 것 같다.
-프롤로그 중에서
이날 언론재단 이사회에 대해서 많은 언론매체가 이를 기사로 다뤘다. 공영언론사와 언론 관련 공기관의 책임자들이 모두 친정부 인사들로 교체되고 있던 상황에서 언론재단에 와서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다. 거기에 초점을 맞춰 매체들이 기사를 작성했다.
재단 내부에서도 여러 의견이 나왔다. 특히 현직 이사장을 터무니없는 사유로 해임하려고 무리수를 두었던 상임이사들에 대한 징계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끝에 나는 그런 의견들을 모두 접어두기로 했다. 그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여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게 당연하고 옳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옳은 일이라고 해서 그 결과도 다 좋은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할 경우, 나의 속은 후련할지도 모르지만, 재단은 전쟁터로 변할 게 뻔했다. 누군가의 속을 후련하게 하자고 직원들의 신성한 일터를 전쟁터로 만드는 것은 옳은 길이 아닐 것이다.
- ‘1장 열아홉번째 일터 한국언론진흥재단’ 중에서
몇 분이나 계속됐는지…. 그야말로 매타작이었다. 그도 힘이 들었는지 식식거리면서 가격을 멈추었다. (중략)
“그래, 서동구 얘기를 듣고 뭐라고 했지?”
“그건 그냥 알아서 적으시지요.”
“아니, 이 새끼가 아직도….”
침대에 앉아 있던 김이 벌떡 일어났다. 그때 확연히 알게 되었다. 수사관을 2인 1조로 짠 것은, 한 명은 조서 작성을 담당하고 다른 한 명은 일이 뜻대로 안 될 때 폭력을 가해서 일이 진행되도록 만드는 역할이라는 것을. 이런 과정을 거쳐 하나의 시나리오가 완성되었다. 서동구 국장은 한강 약주집에서 편집국 밖으로 쫓겨난 고영재, 박우정, 표완수에게 식사와 술을 사주면서 ‘고려연방제’에 대한 ‘교양’을 주었고, 고, 박, 표 3인은 ‘북괴’가 주장하는 통일방안 ‘고려연방제’를 최상의 통일방안이라는 불순한 사상을 ‘포지(抱持, 마음에 지님)하게 되었다’는 시나리오였다(조서상의 표현).
- ‘2장 1980년 5월, 내 삶의 분기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