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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죽음이라는 환상

깨끗한 죽음이라는 환상

(고통 없이, 내 뜻대로, 존엄하게 죽는 일은 가능한가)

박혜윤, 신성준, 최은경 (지은이)
아몬드
2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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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죽음이라는 환상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깨끗한 죽음이라는 환상 (고통 없이, 내 뜻대로, 존엄하게 죽는 일은 가능한가)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사회문제 일반
· ISBN : 9791192465296
· 쪽수 : 324쪽
· 출판일 : 2026-05-29

책 소개

암 병동에서 중증 질환 환자를 주로 만나는 정신과 전문의, 말기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을 연구해온 신장내과 전문의, 의료윤리와 역사를 오래 가르쳐온 의료인문학 교수. 서로 다른 자리에서 죽음을 마주해온 세 사람이 함께, 조력임종 논의를 제대로 시작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것들을 이 책에 담았다.

목차

머리말: 깨끗한 죽음에서 연결된 죽음으로

1부 의사조력임종이란 무엇인가: 최은경
1장 스위스행 비행기를 예약하는 사람들
병원에서의 죽음이 두려운 이유 | 조력임종은 헌법상 기본권에 해당하는가

2장 명칭이 달라지면 윤리도 달라진다
치료를 멈추는 일과 죽음을 앞당기는 일 | 죽음을 돕는 일의 여러 얼굴 | 죽게 두는 것도 죽이는 것인가

2부 조력임종 논쟁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질문들: 박혜윤
1장 죽음의 모습
왜 좋은 임종을 기대하기 어려운가 | ‘의료의 실패’가 되어버린 죽음 | 한국의 생애 말기 돌봄 제도

2장 의사조력임종, 깨끗한 죽음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의료에서 자기결정권의 의미 | 한국에서 환자는 무엇을 결정할 수 있는가 | 치료거부권 보장이 중요한 이유 | 말기 돌봄과 평안한 임종을 위해 필요한 것들

3장 의사조력임종은 안전하게 이용될 것인가
‘자발적 선택’에 가려진 삶의 다층적인 맥락들 | 취약한 사람들에게 의사조력임종은 어떻게 작동할까 | 살아 있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역설

4장 의사조력임종과 호스피스·완화의료
조력임종과 완화의료 사이의 긴장 관계 | 한국의 호스피스·완화의료 현실은 어떠한가 | 돌봄 부재 사회, 의사조력임종 합법화의 의미 | 그렇다면 의사조력임종은 언제 도입해야 할까 | 또 하나의 사각지대, 정신·심리적 지지 체계

5장 의사조력임종과 자살은 다른가
엄밀하게 구분하기가 어려운 이유 | 의사조력임종이 자살에 미치는 영향 | 자살률 1위, 한국 사회에서의 영향력

6장 초고령사회에 맞닥뜨리는 새로운 딜레마
삶에 지쳤다는 느낌 | 삶을 삶답게 하는 것

3부 누가, 왜 조력임종을 원하는가: 최은경
1장 죽음을 권리라고 부를 수 있는가
자기결정권, 조력임종을 옹호하는 가장 강력한 근거 | 고통, 어디가 얼마나 아파야 하는가 | ‘존엄한 죽음’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

2장 ‘자기가 실현하는 죽음’이 제기하는 질문
자기결정권의 함정 | 고통과 존엄은 공존할 수 없는가 | 의사는 죽음의 동반자가 될 수 있는가

3장 지금 우리가 물어야 할 것들

4부 세계는 조력임종을 어떻게 겪어왔는가: 신성준
1장 요청에 의한 살인인가, 자비로운 죽임인가
무엇이 환자를 위하는 길일까

2장 네덜란드, 세계 처음으로 안락사를 합법화한 나라
의사인 딸에게 죽음을 요청하다 | 의사가 형사책임을 지지 않게 된 네덜란드 최초의 사례 | 자비로운 죽임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한 조건 | 안락사의 객관적 조건을 제시하다 | 안락사 가이드라인 | 안락사 합법화, 충분한 숙의에 따른 결과

3장 일본, 세계 최초로 안락사 허용 조건을 제시한 나라
인도주의적 자비로운 죽임 | ‘요청에 의한 죽음’의 조건을 제시한 나고야 판결 | 왜 네덜란드는 합법화했고, 일본은 그렇지 않았을까 | 요청에 의한 살인으로 기소된 의사, 요코하마 판결 | 나고야와 요코하마의 안락사 기준 차이 | 우려와 기대, 그리고 엇갈린 시선들 | 위법 아니면 적법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서

4장 캐나다, 자기결정권을 근거로 삼은 의료조력임종
수 로드리게즈의 질문, 내 삶의 주인은 누구인가 | 23년 뒤, 케이 카터와 글로리아 테일러 | 대법원이 인정한 ‘죽을 권리’ | 의사조력자살, 의사조력죽음, 그리고 의료조력임종

5장 미국, 개인에서 사회로 이어진 조력임종 논쟁
자비의 천사인가, 연쇄 살인마인가 | 사회적 논의와 주민 결정에 따른 존엄사 합법화, 오리건주 | 미국의 존엄사법 현황

6장 스위스, 조력자살의 상징이 된 나라
1942년, 조력임종의 길이 열리다 | 디그니타스, 그곳에서는 | 불편한 진실 | 취리히 호수에서 발견된 다수의 유골함 | 조력자살의 대상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7장 대만, 아시아에서 죽음의 질이 가장 높은 나라
44년간 17세에 멈춘 소녀, 왕샤오민 | 조력임종 허용이 높은 ‘죽음의 질’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8장 대한민국, 조력임종 논의의 출발점에 서다
조력죽음을 둘러싼 헌법소원 |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그리고 자기결정권 | 돌봄의 자리를 찾아서 | 취약한 이들의 삶과 고통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맺음말: 좋은 죽음은 좋은 삶 위에서만 가능하다

대담: 우리의 삶과 죽음은 어떠해야 하는가
부록 1: 주요 윤리 이론은 조력임종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부록 2: 종교는 조력임종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부록 3: 의사는 환자의 죽음을 도와야 하는가
부록 4: 미끄러운 경사길, 죽음으로 이어지는 환경
참고 문헌

저자소개

최은경 (지은이)    정보 더보기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인문학 교수.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문의학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일제강점기 질병사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다양한 생명윤리 프로젝트에 관여하였고, 대학에서 의료의 역사‧윤리‧인문학에 관하여 쓰고 가르친다. 말기 의료를 비롯한 한국 의료의 다양한 이슈를 역사·윤리·인문학적 시선으로 고찰함으로써 한국 의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데에 관심을 갖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감염병과 인문학》(공저), 《생명의료윤리》(공저), 《코로나 팬데믹과 한국의 길》(공저), 《우리 안의 우생학》(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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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윤 (지은이)    정보 더보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교수로, 정신종양학·완화정신의학을 전공하며 암과 중증 질환을 가진 환자와 가족들을 진료하고 있다. 투병 과정에서 마주하는 정신적 고통, 말기 의료 결정, 사별 돌봄을 연구해왔으며, 그 과정의 실존적 물음들을 탐구하고자 시카고대학교 맥클린 임상윤리센터에서 펠로우십을 마쳤다. 환자 곁에서 쌓아온 임상 경험과 윤리적 성찰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에서 좋은 죽음이 가능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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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준 (지은이)    정보 더보기
내과 전문의이자 의료윤리학 연구자.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일산병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삶의 말기 경험과 의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와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연수하며 의료윤리 연구에 본격적으로 몰두했다. 연명의료의 유보와 중단, 의료조력임종 등을 주요 연구 주제로 삼고 있으며, 재택의료 윤리 지침 마련에도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임상 현장에 AI를 적용할 때 생길 수 있는 윤리적‧법적‧사회적 함의(ELSI)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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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의사조력임종은 절박한 상황에서 벗어나 ‘깨끗한 죽음’으로 나아가는 매력적인 대안처럼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이를 도입한 나라들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난제가 겹겹이 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떤 존재를 칼로 도려내듯 삶에서 지워내고, 남은 이들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살아갈 수 있는 죽음은 없다. 세계는 수많은 생명의 삶과 죽음이 서로 얽혀 있는 거대한 그물망에 가깝다. 한 사람의 죽음은 어떤 방식으로든 그 그물망에 흔적과 울림을 남기며, 남은 이들은 그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연결된 죽음’이야말로 우리가 마주해야 할 현실에 더 가깝다. 깨끗하게 사라지는 죽음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비추며 연결된 죽음을 생각하는 일. 우리의 논의는 바로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같은 행위를 무엇이라 부르는지는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다. 때로 명칭은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그 행위의 성격과 도덕적 의미를 규정하기 때문이다. ‘안락사’와 ‘연명의료 중단’, ‘조력자살’과 ‘조력임종’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다른 윤리적 무게를 지닌다. 의사가 직접 약물을 주입하는 것과, 의사가 처방한 약을 환자가 스스로 복용하는 것은 비슷한 결과를 초래하지만, 행위의 주체와 방식이 다르다.


연명의료 중단과 조력임종을 가르는 논리는 나름의 설득력을 지니지만, 어느 것도 그 경계를 명쾌하게 그어주지는 못한다. 이 논쟁이 여전히 끝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삶과 죽음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관한 근본적인 물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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