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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죽음이라는 환상

깨끗한 죽음이라는 환상

(고통 없이, 내 뜻대로, 존엄하게 죽는 일은 가능한가)

박혜윤, 신성준, 최은경 (지은이)
아몬드
2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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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죽음이라는 환상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깨끗한 죽음이라는 환상 (고통 없이, 내 뜻대로, 존엄하게 죽는 일은 가능한가)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사회문제 일반
· ISBN : 9791192465296
· 쪽수 : 324쪽
· 출판일 : 2026-05-29

책 소개

암 병동에서 중증 질환 환자를 주로 만나는 정신과 전문의, 말기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을 연구해온 신장내과 전문의, 의료윤리와 역사를 오래 가르쳐온 의료인문학 교수. 서로 다른 자리에서 죽음을 마주해온 세 사람이 함께, 조력임종 논의를 제대로 시작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것들을 이 책에 담았다.
“삶의 마지막을 인간답게 지켜내기 위해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묻는 책”
- 김범석, 서울대학교병원 종양내과 의사·《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저자

재난에 가까운 말기 돌봄 공백 사회,
조력임종이라는 새로운 죽음의 방식이
나와 우리 공동체에 남길 영향력에 관한 절박하고 진지한 탐구


“스위스에 가서 고통 없이 삶을 마무리하고 싶어요.”
2024년 조력존엄사법이 발의됐고, 조력임종 도입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80퍼센트에 달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헌법재판소에는 안락사를 허용해달라는 헌법소원이 접수됐다. 2023년 기준 스위스의 조력자살 단체 디그니타스에 회원으로 등록한 한국인은 162명이다. 죽음의 방식을 선택할 권리에 관한 이야기가 어느새 입법 문턱에까지 와 있다.
“고통 없이, 내 뜻대로, 존엄하게” 죽고 싶은 마음에 동의하지 않기는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조력임종에 관해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이 뜨거운 열망 속에 어떤 논리와 이야기들이 숨어 있을까. 한국인의 75퍼센트 이상이 병원에서 생을 마감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이 비율은 30퍼센트에 미치지 않았다. 병원에서의 죽음이 두려운 이유를 묻는 조사에서 1위로 꼽힌 것은 ‘본인 의사와 무관한 연명의료’였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일부에게만 허락된 제도로 많은 사람에게 닿지 못하고, ‘간병 살인’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사회에서 돌봄은 여전히 가족과 개인의 몫으로 남아 있다. 이런 현실에서 ‘스위스에 가서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말은 단순히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재난에 가까운 생애 말기 현실, 돌봄 공백 속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절망의 다른 표현에 가깝다.
이 책은 그 절망에 응답하고자 하는 절박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정신종양학 전문의 박혜윤,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일산병원 신장내과 전문의 신성준,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인문학 교수 최은경. 서로 다른 자리에서 죽음의 모습을 오랫동안 마주해온 세 사람이 힘을 모아, 조력임종에 관한 논의를 제대로 시작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을 이 책 《깨끗한 죽음이라는 환상》에 담았다.
이 책의 특별한 점은 찬성과 반대라는 이분법에 갇히지 않고, 조력임종에 관한 전방위적인 해석과 현실적인 진단, 사례를 펼쳐 보인다는 데 있다. 책은 인간의 ‘생명’은 하늘이 부여한 귀한 것이기에 반대한다거나 ‘자기결정권’의 측면에서 죽을 권리도 권리이기에 찬성한다는 차원을 넘어, 조력임종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죽음을 둘러싼 윤리적, 제도적, 사회·문화적 이슈를 입체적으로 파헤친다.

용어의 의미부터 찬반 쟁점, 해외 사례와 한국의 현주소까지
의사들이 말하는 조력임종의 모든 것


1부는 조력임종에 관한 개념의 지도를 그린다. 이름이 달라지면 논의의 방향도 달라진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조금씩 다른 뜻을 지닌 ‘안락사’, ‘존엄사’, ‘조력자살’, ‘의사조력임종’이 각각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차이가 왜 중요한지를 먼저 짚는다. 또한 ‘죽음을 앞당기는 행위와 죽음을 막지 않는 행위는 도덕적으로 같은지 혹은 다른지, 의사가 직접 약물을 주입하는 것과 환자가 스스로 약을 복용하는 것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치료를 거부할 권리는 어디까지 인정되는지’ 등 조력임종을 둘러싼 다양하고 첨예한 질문에 먼저 답하며 논의의 좌표를 잡는다.
2부는 조력임종 논의가 한국 사회에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 들여다본다. 특히 조력임종을 향한 열망이 온전히 자유로운 자기결정의 표현인지, 아니면 돌봄의 공백과 경제적 압박이 만들어낸 절박함인지를 집요하게 묻는다. 한국의 자살률은 2024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29.1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다. 조력임종이 합법화된 네덜란드와 캐나다의 자살률이 인구 10만 명당 약 10명으로 OECD 평균 수준인 것과 대비된다. 특히 노인 3분의 1이 빈곤 수준에 놓인 한국 사회에서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이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한 채 사실상 죽음 쪽으로 밀려날 가능성은 추상적인 우려가 아니다. 자살률이 우리나라보다 낮은 캐나다에서조차 장애인들이 통증이 아니라 빈곤 때문에 조력임종을 떠올리게 된다고 증언했고, 비말기 환자로 조력임종을 선택한 사람 중 주거가 불안정한 이들의 비율이 전체 사망 인구에서의 비율보다 높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반면 완화의료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극심한 고통이 실재한다는 것, 그 고통 앞에서 사회가 짊어져야 할 책임이 존재한다는 점 역시 이 책은 외면하지 않는다. 나아가 ‘조력임종과 자살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지, 자살률 OECD 1위 사회에서 이 제도가 어떤 파장을 일으키게 될지’까지 촘촘하게 다룬다.
3부는 조력임종을 옹호하는 세 가지 핵심 논거인 자기결정권, 고통, 존엄을 의학과 철학과 윤리학의 언어로 하나씩 해부한다. 자기결정권은 조력임종을 옹호할 때 사용하는 가장 강력하고 직관적인 논거지만, 이 책은 그 안쪽을 들여다본다. 임종 과정에서 자기결정권을 실현하려면 역설적으로 타인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온전한 자기결정권이란 존재하는지 묻는 것이다. 고통에 관해서도 이 책은 섣불리 답하지 않는다. 신체적 통증은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지만, 정신적 고통은 사람마다 경험의 양상과 강도가 크게 다르다. 책은 고통을 조력임종의 요건으로 삼을 경우, 그 기준을 어디에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관해 의문을 제기한다. 존엄 또한 마찬가지다. ‘존엄’이라는 단어가 조력임종을 옹호하는 진영과 반대하는 진영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음을 보여주며, 그 개념적 혼용이 논의 자체를 얼마나 흐트러뜨려왔는지를 짚는다.
4부는 세계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조력임종을 둘러싸고 실제로 겪어온 것들을 기록한다. 1973년 포스트마 사건에서 시작해 2002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하기까지, 네덜란드는 30년에 걸친 법원 판결과 사회적 논의를 통해 합의를 다듬었다. 일본에서는 1962년 나고야 판결과 1995년 요코하마 판결을 통해 세계 최초로 안락사 허용 조건이 제시됐지만, 지금까지도 합법화에 이르지 못했다. 왜 네덜란드는 할 수 있었고 일본은 그렇지 않았는가. 이 책은 그 차이가 단순히 법조문의 차이가 아니라, 의사의 개입 여부와 의사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의 차이에 있음을 보여준다. 캐나다는 2016년 의료조력임종법을 제정한 이후 적용 대상이 말기 환자에서 비말기 환자로, 다시 정신질환자로 빠르게 확장됐다. 미국에서는 자살 기계를 발명한 잭 케보키언의 등장으로 조력임종이 개인의 이야기에서 사회적 논쟁으로 번졌고 이후 오리건주를 시작으로 존엄사가 합법화되었는데, 책은 그 과정을 소상히 담았다. 조력자살의 상징이 된 나라로, 전 세계에서 죽음을 원하는 이들이 찾아오는 장소가 된 스위스가 어떻게 현재의 모습에 이르게 됐는지도 자세히 다룬다. 반면 조력임종을 허용하지 않고도 아시아 최고의 ‘죽음의 질’ 평가를 받은 대만의 사례는, 이 문제가 단순히 제도의 도입 여부로 풀리지 않음을 보여준다.

“깨끗한 죽음을 넘어 연결된 죽음으로”
남들에게 폐 끼치지 않고 스스로 통제하여 결정하는 죽음,
그것이 정말 우리가 추구해야 할 죽음의 모습인가


부모가 중환자실에 누워 계셔 연명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을 때, 혹은 내가 그 침대에 누울 날을 막연히 떠올리게 될 때, 조력임종은 그 순간과 이미 연결되어 있다. 나와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조력임종에 찬성하거나 반대하기 전에, 이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먼저 제대로 알아야 하지 않을까? 여론은 뜨겁고 법안은 발의됐지만, 이 제도가 실제로 무엇인지,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세계는 어떤 대가를 치르며 이 길을 걸어왔는지를 정확하게 짚어준 책은 없었다. 《깨끗한 죽음이라는 환상》은 그 공백을 채우는 첫 번째 책이다.
책 말미의 대담에서 저자들은 ‘조력임종법’ 도입에 보인 높은 찬성 여론을 신중하게 해석한다. 찬성률 80퍼센트라는 숫자는 법 내용을 충분히 이해한 결과라기보다, 생애 말기 경로가 재난처럼 느껴지는 현실 속에서 ‘죽음만은 내 뜻대로, 고통 없이, 존엄하게’ 맞이하고 싶다는 절박함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용어와 개념을 정확히 설명하면 찬성률이 50퍼센트대로 낮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의사들의 찬성 비율이 일반 여론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론과 제도의 간극은 정보의 불균형에서 온다. 그 간극을 메우는 이 책은, 법과 제도 도입을 논의하기에 앞서 그 법이 실제로 작동할 사회의 모습을 먼저 그려야 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법 안에서 살아갈 사람의 ‘삶’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점 또한 놓치지 않는다.
이 책이 끝까지 붙잡고 있는 전제는 하나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어떻게 살 것인가’와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 어떤 제도가 고통을 회피하기 위한 기술로만 소비되거나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삶을 떠미는 구조로 작동하게 된다면, 그것을 ‘존엄을 지키는 제도’로 보기 어려울 것이다.
조력임종은 절박한 상황에서 벗어나 깨끗한 죽음으로 나아가는 ‘매력적인 대안’처럼 보인다. 그러나 책의 머리말에서 말하듯 “어떤 존재를 칼로 도려내듯 삶에서 지워내고, 남은 이들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살아갈 수 있는 죽음은 없다.” 한 사람의 죽음은 어떤 방식으로든 주변에 흔적과 울림을 남기고, 따라서 ‘연결된 죽음’이 우리가 마주해야 할 현실에 가깝다. 이 책이 ‘깨끗한 죽음’을 넘어선 ‘연결된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첫 번째 실마리가 될 것이다.

목차

머리말: 깨끗한 죽음에서 연결된 죽음으로

1부 의사조력임종이란 무엇인가: 최은경
1장 스위스행 비행기를 예약하는 사람들
병원에서의 죽음이 두려운 이유 | 조력임종은 헌법상 기본권에 해당하는가

2장 명칭이 달라지면 윤리도 달라진다
치료를 멈추는 일과 죽음을 앞당기는 일 | 죽음을 돕는 일의 여러 얼굴 | 죽게 두는 것도 죽이는 것인가

2부 조력임종 논쟁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질문들: 박혜윤
1장 죽음의 모습
왜 좋은 임종을 기대하기 어려운가 | ‘의료의 실패’가 되어버린 죽음 | 한국의 생애 말기 돌봄 제도

2장 의사조력임종, 깨끗한 죽음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의료에서 자기결정권의 의미 | 한국에서 환자는 무엇을 결정할 수 있는가 | 치료거부권 보장이 중요한 이유 | 말기 돌봄과 평안한 임종을 위해 필요한 것들

3장 의사조력임종은 안전하게 이용될 것인가
‘자발적 선택’에 가려진 삶의 다층적인 맥락들 | 취약한 사람들에게 의사조력임종은 어떻게 작동할까 | 살아 있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역설

4장 의사조력임종과 호스피스·완화의료
조력임종과 완화의료 사이의 긴장 관계 | 한국의 호스피스·완화의료 현실은 어떠한가 | 돌봄 부재 사회, 의사조력임종 합법화의 의미 | 그렇다면 의사조력임종은 언제 도입해야 할까 | 또 하나의 사각지대, 정신·심리적 지지 체계

5장 의사조력임종과 자살은 다른가
엄밀하게 구분하기가 어려운 이유 | 의사조력임종이 자살에 미치는 영향 | 자살률 1위, 한국 사회에서의 영향력

6장 초고령사회에 맞닥뜨리는 새로운 딜레마
삶에 지쳤다는 느낌 | 삶을 삶답게 하는 것

3부 누가, 왜 조력임종을 원하는가: 최은경
1장 죽음을 권리라고 부를 수 있는가
자기결정권, 조력임종을 옹호하는 가장 강력한 근거 | 고통, 어디가 얼마나 아파야 하는가 | ‘존엄한 죽음’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

2장 ‘자기가 실현하는 죽음’이 제기하는 질문
자기결정권의 함정 | 고통과 존엄은 공존할 수 없는가 | 의사는 죽음의 동반자가 될 수 있는가

3장 지금 우리가 물어야 할 것들

4부 세계는 조력임종을 어떻게 겪어왔는가: 신성준
1장 요청에 의한 살인인가, 자비로운 죽임인가
무엇이 환자를 위하는 길일까

2장 네덜란드, 세계 처음으로 안락사를 합법화한 나라
의사인 딸에게 죽음을 요청하다 | 의사가 형사책임을 지지 않게 된 네덜란드 최초의 사례 | 자비로운 죽임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한 조건 | 안락사의 객관적 조건을 제시하다 | 안락사 가이드라인 | 안락사 합법화, 충분한 숙의에 따른 결과

3장 일본, 세계 최초로 안락사 허용 조건을 제시한 나라
인도주의적 자비로운 죽임 | ‘요청에 의한 죽음’의 조건을 제시한 나고야 판결 | 왜 네덜란드는 합법화했고, 일본은 그렇지 않았을까 | 요청에 의한 살인으로 기소된 의사, 요코하마 판결 | 나고야와 요코하마의 안락사 기준 차이 | 우려와 기대, 그리고 엇갈린 시선들 | 위법 아니면 적법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서

4장 캐나다, 자기결정권을 근거로 삼은 의료조력임종
수 로드리게즈의 질문, 내 삶의 주인은 누구인가 | 23년 뒤, 케이 카터와 글로리아 테일러 | 대법원이 인정한 ‘죽을 권리’ | 의사조력자살, 의사조력죽음, 그리고 의료조력임종

5장 미국, 개인에서 사회로 이어진 조력임종 논쟁
자비의 천사인가, 연쇄 살인마인가 | 사회적 논의와 주민 결정에 따른 존엄사 합법화, 오리건주 | 미국의 존엄사법 현황

6장 스위스, 조력자살의 상징이 된 나라
1942년, 조력임종의 길이 열리다 | 디그니타스, 그곳에서는 | 불편한 진실 | 취리히 호수에서 발견된 다수의 유골함 | 조력자살의 대상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7장 대만, 아시아에서 죽음의 질이 가장 높은 나라
44년간 17세에 멈춘 소녀, 왕샤오민 | 조력임종 허용이 높은 ‘죽음의 질’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8장 대한민국, 조력임종 논의의 출발점에 서다
조력죽음을 둘러싼 헌법소원 |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그리고 자기결정권 | 돌봄의 자리를 찾아서 | 취약한 이들의 삶과 고통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맺음말: 좋은 죽음은 좋은 삶 위에서만 가능하다

대담: 우리의 삶과 죽음은 어떠해야 하는가
부록 1: 주요 윤리 이론은 조력임종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부록 2: 종교는 조력임종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부록 3: 의사는 환자의 죽음을 도와야 하는가
부록 4: 미끄러운 경사길, 죽음으로 이어지는 환경
참고 문헌

저자소개

최은경 (지은이)    정보 더보기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인문학 교수.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문의학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일제강점기 질병사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다양한 생명윤리 프로젝트에 관여하였고, 대학에서 의료의 역사‧윤리‧인문학에 관하여 쓰고 가르친다. 말기 의료를 비롯한 한국 의료의 다양한 이슈를 역사·윤리·인문학적 시선으로 고찰함으로써 한국 의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데에 관심을 갖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감염병과 인문학》(공저), 《생명의료윤리》(공저), 《코로나 팬데믹과 한국의 길》(공저), 《우리 안의 우생학》(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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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윤 (지은이)    정보 더보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교수로, 정신종양학·완화정신의학을 전공하며 암과 중증 질환을 가진 환자와 가족들을 진료하고 있다. 투병 과정에서 마주하는 정신적 고통, 말기 의료 결정, 사별 돌봄을 연구해왔으며, 그 과정의 실존적 물음들을 탐구하고자 시카고대학교 맥클린 임상윤리센터에서 펠로우십을 마쳤다. 환자 곁에서 쌓아온 임상 경험과 윤리적 성찰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에서 좋은 죽음이 가능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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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준 (지은이)    정보 더보기
내과 전문의이자 의료윤리학 연구자.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일산병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삶의 말기 경험과 의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와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연수하며 의료윤리 연구에 본격적으로 몰두했다. 연명의료의 유보와 중단, 의료조력임종 등을 주요 연구 주제로 삼고 있으며, 재택의료 윤리 지침 마련에도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임상 현장에 AI를 적용할 때 생길 수 있는 윤리적‧법적‧사회적 함의(ELSI)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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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의사조력임종은 절박한 상황에서 벗어나 ‘깨끗한 죽음’으로 나아가는 매력적인 대안처럼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이를 도입한 나라들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난제가 겹겹이 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떤 존재를 칼로 도려내듯 삶에서 지워내고, 남은 이들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살아갈 수 있는 죽음은 없다. 세계는 수많은 생명의 삶과 죽음이 서로 얽혀 있는 거대한 그물망에 가깝다. 한 사람의 죽음은 어떤 방식으로든 그 그물망에 흔적과 울림을 남기며, 남은 이들은 그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연결된 죽음’이야말로 우리가 마주해야 할 현실에 더 가깝다. 깨끗하게 사라지는 죽음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비추며 연결된 죽음을 생각하는 일. 우리의 논의는 바로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같은 행위를 무엇이라 부르는지는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다. 때로 명칭은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그 행위의 성격과 도덕적 의미를 규정하기 때문이다. ‘안락사’와 ‘연명의료 중단’, ‘조력자살’과 ‘조력임종’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다른 윤리적 무게를 지닌다. 의사가 직접 약물을 주입하는 것과, 의사가 처방한 약을 환자가 스스로 복용하는 것은 비슷한 결과를 초래하지만, 행위의 주체와 방식이 다르다.


연명의료 중단과 조력임종을 가르는 논리는 나름의 설득력을 지니지만, 어느 것도 그 경계를 명쾌하게 그어주지는 못한다. 이 논쟁이 여전히 끝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삶과 죽음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관한 근본적인 물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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