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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7767595
· 쪽수 : 212쪽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1. 떡갈나무 잎사귀가 내 손을 잡는다
2. 언덕 위에 내 싱싱한 해바라기들
3. 내 생애 방 한 칸!
4. 왜 보리수 꽃이 심안에 들어왔을까
5. 예쁘고 작은 노란 꽃들이 모두 토마토가 된다
6. 아홉 그루의 밤나무가 서 있는 밭에서
7. 좁쌀만 한 씨앗 몇 개의 기적
8. 꽃댕강나무에는 하얗고 자잘한 꽃들이
9. 연보랏빛 감자꽃이 피었다
10. 도시는 점점 아름다워지고 있다
11. 밭둑의 하루는 축복의 시간
12. 꽃나무 화분들이 장독대에 소복하다
13. 푸른 우주 속에 일곱 빛깔이 숨어서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노랗고 예쁜 꽃들과 파랗고 어린 토마토들에게 악수를 청한다. 이 여름 우리는 처음 만나고 나날이 친숙해지고 있다. 모두의 즐거움을 위해 기꺼이 성장해 가는 토마토들에게 감사의 손을 내민다. 내가 멀리서 잊고 지내는 한 주일 동안 나날이 조금씩 하늘바라기를 하고 있는 토마토들도 그렇게 나를 바라본다. 나도 한 뼘 토마토를 사랑한다고 눈으로 말한다. 토마토와 나는 한나절 그렇게 주고받으며 키가 조금씩 더 자라는 걸 느낀다.
옆에 한 고랑 심어놓은 해바라기는 웬일인지 꽃대가 허약하게 자라고 있다. 많이 솎아주지 않았기 때문인가 보다. 밭둑가에 또 한고랑 심은 고추도 아직 왕성하게 자라지 못하고 있다. 늦 게 모종을 옮겨 심어서 그런가 보다. 그 가운데 자리한 방울토마토는 마치 분출하는 끼를 누를 수 없다는 듯 이리저리 가지를 내밀고 무질서하게 사방으로 뻗어나가 우리는 어설픈 울타리를 만들어주었다.
한 뼘 밭에 초보 농사꾼이 저 왕성한 방울토마토의 생태를 어찌 알 수 있었겠나, 특유의 향기도 짙어 잎사귀를 스쳐도 싱싱한 즙이 옷에까지 묻어났다. 또한 벌레 한 마리도 붙어살지 못했다. 이전에 집에서 화분에 가끔 심어본 방울토마토는 겨우 몇 개쯤 열려 한번 따 먹으면 그만이었다. 일조량도 부족하고 비좁은 화분 안에 심어 영양과 물을 듬뿍 주어도 더 이상은 자라지 않았다.
작년에 우연히 도시 외곽에 밭 한 뙈기를 빌리고 나는 거기 작은 밭에 세 고랑이나 해바라기를 심었다. 그런데 키다리 해바라기는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휘청 넘어져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기 일쑤였다. 꽃도 보고 기름을 짜서 아는 이에게 한 방울씩 선 물하겠다고 장담했는데 씨방이 될 꽃송이도 그리 크지 않았고 기름도 얼마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 고랑에 몇 포기 심은 방울토마토는 한번 씩 갈 때마다 빨갛게 익어 우리를 즐겁게 했다. 절정기에는 한 소쿠리 정도 따서 가져왔는데 그러면서도 자연의 선물인 방울토마토를 정말 내가 맘대로 가져가 먹어도 되는지 송구한 마음마저 들었다. 마치 남의 것을 따는 듯 누군가에게 “이것 가져가서 먹어도 됩니까” 하고 묻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