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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57768073
· 쪽수 : 346쪽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김 노인의 추석
행운이라는 것
바디 엄마
환생
조오를 생각함
구월동시대
우화삼제(寓話三題)
길었던 하루
선상일기
해갈
뤼순에 내리는 비
저자소개
책속에서
천성이 착한 노인이었다. 노인은 세상에 대한 원망이나 분노 대신 희망을 택했다. 보통 사람들에게 당연히 주어지는 ‘가정’이라는 단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인은 평생을 노력해 왔다. 사회의 냉대, 거칠고 험한 일, 보잘것없는 월급 같은 것들은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노인이 기꺼이 감수해야 할 과정이었다. 한 걸음 한 걸음 가다 보면 언젠가는 다다를 것이라고 노인은 믿었다. 그러나, 노인에게 ‘가정’은 신기루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굳은살과 상처 자국이 가득한 손바닥을 들여다보던 노인은 문득 고개를 들어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미국은 저 하늘 어느 아래쯤 있을까. - 「김 노인의 추석」 중에서
오는 지상으로 올라와 담배를 피워 물었다. 쌀쌀한 공기가 얇은 셔츠만 입은 오의 살갗을 파고들었다. 그러고 보니 오는 퇴근해서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있었다. 오는 이제 더 해 볼 수 없을 정도로 지쳤다. 설사 더 찾는다고 해도 복권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 오는 별조차 보이지 않는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디엔가 있을 17억짜리 복권이 오의 눈에 어른거렸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대체 그 복권이 어디 갔단 말인가? - 「행운이라는 것」 중에서
당신은 류를 생각한다. 3년 전 금융기관 임원으로 명퇴한 후 하릴없이 지내던 동창이었다. 매사에 명랑하고 자신만만하던 그는 퇴직 후 갈수록 말을 잃었다.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아.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야. 가끔은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살을 꼬집어 보기도 한다니까. 동창 모임이 있던 날 영등포시장 뒷골목 술집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그가 독백처럼 중얼거렸다. - 「환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