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고전문학론
· ISBN : 9791157768103
· 쪽수 : 288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일러두기
part 1 채워 읽기 전에
part 2 채워 읽기
1. 환생 없는 몽금도전
2. 아웃사이더 심청
3. 심청이가 연인을 만들다니
4. 현대판 심청전
5. 달아 달아 밝은 달아
6. 심청전을 짓다
7. 바람난 춘향 - 「방자전」을 예로 하여
8. 놀부가 기가 막혀
9. 천 년의 기다림
part 3 채워 읽고 나서
저자소개
책속에서
문학텍스트의 독자들은 자기들 나름의 사전지식을 갖고 독서과정에 참여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사전지식을 확대·축소하든지 아니면 다양하게 변개시켜서 자신만의 기대지평을 갖게 된다. 「심청전」의 독자들도 마찬가지여서 자신들이 갖고 있는 사전지식을 통해서 새롭게 쓰여진 「심청전」에 대해 기대지평을 갖는다. 물론 새롭게 쓴 작가도 텍스트를 쓰기 전에는 독자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자신만의 성향으로 「심청전」을 받아들이게 마련이다. 따라서 새롭게 쓴 「연인 심청」은 방민호라는 작가의 수용자적인 성향이 반영된 텍스트이다. 그러므로 「연인 심청」의 독자들 역시 자신들이 갖고 있는 선지식과 기대지평을 바탕으로 「연인 심청」을 읽게 마련이다. 그런데 방민호라는 작가와 「연인 심청」을 읽는 독자 사이에는 수용하는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기대가 어긋나기 마련이다. 이렇듯이 기대와 그 기대의 충족 여부가 「연인 심청」의 역동적인 독서과정이 되는 것이다.
「연인 심청」은 크게는 변하지 않는 상수가 있고 가변적인 변수가 있다. 즉 심청이의 탄생-성장-인당수의 제물-연꽃으로 환생-왕비가 되는 과정이 상수이다. 반면에 심 봉사가 양반의 끄트머리로서 보이는 타락한 모습과 심청이의 연인인 윤상이라는 인물을 창조해낸 점 등은 변수이다. 따라서 기대에 부합하는 상수는 그대로 두고 어긋나는 변수를 통해서 작가의 수용 성향을 확인할 수 가 있다. 이러한 작업은 곧 심청전의 전통을 이어가는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평가할 수가 있다.
아씨는 성황당에 모인 사람들이 심청이를 사지(死地)로 몰아넣은 죄인이라고 외친다. 독자들은 귀덕이네가 심청이의 사정을 알고서 도움을 준다고 생각했을 터이다. 그러나 그 일로 인해서 심청이가 인당수에 몸을 던지게 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귀덕이네가 죄인임을 납득한다. 남경 상인은 돈으로 사서 청이를 인당수에서 바다에 밀어넣음으로써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사람을 제물로 쓰는 일-의 주체자이기 때문에 죄인이다. 양반은 임금에게 고하여 효녀비를 세운다지만 이런 일은 표면상의 이유와는 달리 제2, 제3의 심청이를 강요하는 압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역시 죄인이다. 가난과 사람의 가치 하락, 충효열(忠孝列)의 이념이 범죄의 주체이다.
심청이의 희생은 개인적인 사정인 것처럼 보이지만 개인에서 집단으로 옮겨가는 문화적인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심청이를 둘러싼 환경의 문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즉 경제적인 빈곤과 여성의 하대 그리고 효라는 틀이 심청이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