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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57784264
· 쪽수 : 320쪽
책 소개
목차
작품설명
1 도망 ..11
2 비밀 ..75
3 불안 ..145
4 고통 ..213
5 시작 ..279
저자소개
책속에서
끄고 싶다. 꺼 버리고 싶다. 머릿속에 민첩하게 움직이는 불안한 그 무엇들. 나만의 복잡한 감정들을 끄고 싶다. 스위치를 누르면 방 안의 불이 꺼지듯이, 활발하게 활활 타오르는 또렷한 원색의 촛불이 내 안에 깊숙이 담겨있던 한숨 속에 담긴 어둠에 의해 한순간 작아지며 사라지듯이,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던 텔레비전이 내 손가락의 작은 힘 하나로 눈앞에서 말끔히 사라지듯이 그렇게 간결하게 끌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무언가 대단히 잘 알고 있었지만 미루고 미뤄왔던 것뿐이라고 확신했던 것 같은데 지금 내가 가진 문제의 명확한 모습에 대해서도 흐릿한 것 같다.
외면. 어쩌면 그것을 동경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지금과 같은 혼란이 가미된 느낌을 느꼈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무언가 힘든 일을 겪었다고 인지했고 그로 인해 실컷 슬픔에 잠겼다고 생각했으며 사실은 별것 아닌 일이었다고 자기 합리화시켰다. 슬픔은 완벽히 그 순간에만 머물다 지나갔으며 난 지난 슬픔을 잘 이겨냈으므로 과거에 두고 온 일이라 느꼈고 현재의 상황과 무관한 일이었음을 확신하고 살았다. 그러나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서도 난 아파하고 있었다. 그 순간을 제외하면 전혀 아프지 않았다고, 난 그때보다 훨씬 강해지고 행복해졌다고 느꼈는데 그것이 아님을 깨달았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