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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57830510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16-08-20
책 소개
목차
여는 글
1 혼란스러웠던 어린 시절
2 아버지의 귀환
3 가출하다
4 피갈과 마르코
5 다시 노숙자로 돌아가다
6 일을 찾다
7 다시 거리로 돌아오다
8 만남
9 샹젤리제의 드러그스토어
10 희망이 다시 찾아오다
11 구걸 친구들
12 신을 믿다
13 정치
14 자원봉사자님, 고맙습니다
15 가혹한 짭새, 괜찮은 짭새
16 이제 노숙자가 아닌데도 거리가 좋다
17 변하는 거리
18 내일의 불안함
닫는 글
리뷰
책속에서
나는 혼자서, 철저히 혼자서 희망을 잃은 채 온갖 욕구를 비운 상태로 지냈다. 새로운 직업을 찾는 동안 다시 구걸하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일이 엇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일에 다시 착수하기가 어려웠다. 다른 삶을 이미 맛본 탓이다. 좋은 친구 녀석들, 멋진 여자들, 나를 ‘장-마리’라고 불러주던 다정한 동네사람들을 사귄 탓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끝나 버렸다.
첫 공연에서 나는 무대 공포증에 시달렸다. 경기장은 관객들로 꽉 차 있었다. 실로 놀라운 광경이었다. 나는 로베르 오셍이 내 연기에 만족했으면 했다. 정말 기막힌 경험이었다. 공연 기간 내내 나는 행복했다. 그토록 찬란했던 순간들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더 이상 거리에서 구걸하는 비참하고 불쌍한 미련퉁이가 아니라 수천 명, 수천만 명의 관객 앞에서 연기하는 배우였다. 믿을 수 없이 황홀한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예정되었던 다섯 번의 공연이 막을 내리자 나는 슬펐다. 그래도 로베르 오셍은 나를 내팽개치지 않고 <벤허>가 팔레 데 스포츠에서 재공연을 하게 되었을 때 무대에
다시 서게 해주었다. 나중에 <장-폴 2세>를 무대에 올렸을 때도 불러주었다.
선배의 가르침과 구걸 경험 덕분에 나는 유머가 보통 그 값을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알프스에서 바캉스를 보낼 수 있도록 부탁합니다’라든가 ‘플라차 호텔에서 잠잘 수 있게’, ‘로뷔숑 셰프의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클로도들의 패션 위크를 위해’ 아니면 ‘클로도들의 축제를 위해’와 같은 종류의 문구에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이럴 때 더 쉽게 돈을 건네준다. 구걸에서 유머는 마술과도 같다. 기분 나쁜 모습으로 구걸하면 도움이 되는 게 하나도 없다. 나는 카네트 거리의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면 불쾌하거나 교육을 잘 받지 못한 인상을 줄 때보다 팁을 더 후하게 받을 수 있음을 알아차렸다. 이건 구걸에서도 마찬가지다.
뿌루퉁하게 얼굴을 찌푸리고 불평만 하는 사람을 만나면 나는 ‘강렬한 느낌과 확실한 기분 전환을 보장’한다고 하면서, ‘내 텐트에서의 무료 체험’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한다. 그래도 얼굴이 펴지지 않는다면,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그런 사람은 구걸하는 입장에서 쓸모없는 고객이고, 차라리 다른 손님을 상대하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