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7957088
· 쪽수 : 84쪽
책 소개
목차
서(序) - 정지용
1. 서시(序詩)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
자화상(自畵像) | 소년(少年) | 눈 오는 지도(地圖) | 돌아와 보는 밤 | 병원(病院) | 새로운 길 | 간판(看板)없는 거리 | 태초(太初)의 아츰 | 또 태초(太初)의 아츰 | 새벽이 올 때까지 | 무서운 시간(時間) | 십자가(十字架) | 바람이 불어 | 슬픈 족속(族屬) | 눈 감고 간다 | 또 다른 고향 | 길 | 별 헤는 밤
2. 흰 그림자
흰 그림자 | 사랑스런 추억(追憶) | 흐르는 거리 | 쉽게 씨워진 시(詩) | 봄
3. 밤
밤 | 유언(遺言) | 아우의 인상화(印象畵) | 위로(慰勞) | 간(肝) | 산골물 | 참회록(懺悔錄)
추도시: 창밖에 있거든 두다리라 - 유영
발문(跋文) - 강처중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그니 품긴
보내주신 학비 봉투를 받어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려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 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씨워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곰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츰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1942. 6. 3)
- ‘쉽게 씨워진 시’ 전문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골이 남어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는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한다.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든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어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1924)
- ‘참회록’ 전문
살구나무 그늘로 얼골을 가리고 병원 뒷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려내 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어 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어 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 한포기를 따 가슴에 꼽고 병실 안으로 살어진다.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본다.
(1940. 12)
- ‘병원’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