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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91157957811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25-09-05
책 소개
목차
인간 실격
머리말
첫 번째 수기
두 번째 수기
세 번째 수기
후기
아침
메리 크리스마스
부록 1. 〈인간 실격〉 줄거리와 해설
부록 2. 다자이 오사무의 생애
리뷰
책속에서
나는 그 얼굴의 구조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는데, 이마는 평범하고, 이마의 주름살도 평범하였다. 눈썹도 평범하고, 눈도 코도 입도 턱도 평범하였다. 정말로, 그 얼굴에는 표정만 없는 것이 아니라, 인상조차 없었다. 특징이 없다는 것이다. 가령, 내가 그 사진을 보고 바로 눈을 감으면, 그 얼굴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였다. 벽이나 조그만 화로는 기억해 낼 수 있지만, 그 방의 주인공 얼굴에 관한 인상은 안개처럼 사라져, 도저히 기억해 낼 수가 없었다. 정말로 특징이 없는 얼굴이었다. 그림으로도 그릴 수 없는 얼굴이었다. 다시 눈을 뜨면, ‘아, 이런 얼굴이었구나!’ 하고 기억해 낸 기쁨조차 없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눈을 뜨고 그 사진을 다시 보아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단지 불쾌하고 답답하여 눈을 돌리고 싶어질 뿐이었다.
아마 ‘죽은 사람의 얼굴’이라 하더라도 어딘가 좀 더 표정이나 인상이 있을 텐데, 인간의 몸에 말대가리라도 붙여 놓으면 이런 느낌이 들까.
- 작가의 ‘머리말’ 중에서
밥을 먹지 않으면 죽는다는 말은, 내 귀에는 단지 못된 협박처럼 들릴 뿐이었다. 그러나 그 미신은—지금도 나는 어쩐지 미신이라는 생각이 들지만—언제나 나에게 불안과 공포를 주었다. 인간은 밥을 먹지 않으면 죽기 때문에, 살기 위하여 일을 하고 밥을 먹어야만 한다는 말처럼, 나에게 난해하고 까다롭고 또한 협박 같은 느낌을 주는 말은 없었던 것이다.
즉 나는, 인간이 삶을 영위한다는 것에 관하여 전혀 모른다는 이야기가 되는 듯 했다. 내가 지니고 있는 행복의 관념과, 세상 사람들 모두가 지니고 있는 행복의 관념이 전혀 다른 것에서 생기는 불안, 나는 그 불안 때문에 밤마다 전전긍긍 신음하며 발작을 일으킬 뻔한 적도 있었다. 나는 도대체 행복한 것일까?
- ‘첫 번째 수기’ 중에서
익살꾼.
나는 소위 익살꾼으로 보이는 데에 성공하였다. 존경받는 입장을 벗어나는 데에 성공하였다. 성적표는 전 학과에 걸쳐서 10점이었지만, 품행만큼은 7점이나 6점이었기에, 그것도 또한 집안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하지만 나의 본성은 그러한 익살과는 완전히 대조적이었다. 그 무렵, 이미 나는 하녀나 머슴들로부터 서글픈 짓을 배워, 물들어 있었다. 어린아이에게 그러한 짓을 하는 것은, 인간이 저지르는 범죄 중에서도 가장 추악하고 비열하고 잔혹한 범죄라고, 나는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참았었다. 이것에서 또 하나, 인간의 특질을 본 듯한 느낌마저 들었기에, 나는 힘없이 웃기만 했다. 만약 나에게 진실을 이야기하는 습관이 있었더라면, 겁내지 않고, 그들의 범죄를 아버지나 어머니께 호소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아버지나 어머니조차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 ‘첫 번째 수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