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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58606800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19-08-20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_ 4
제1장. 숨이 막히다_ 10
제2장. 숨이 가빠오다_ 81
제3장. 숨이 벅차오르다_ 149
제4장. 숨을 거두다_ 222
저자소개
책속에서
제1장. 숨이 막히다
숨이 막힌다.
지금까지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참 별일이네! 물 밖으로 나가려고 몸을 솟구치면서 속으로 중얼거린다. 손에는 작은 전복 하나가 달랑 들려있다. 호오이. 참았던 숨을 내뱉는 입술이 바르르 떨린다. 수경을 통해 주위를 살핀다. 같이 물속으로 들어갔던 해녀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오늘따라 별스럽게 두려움이 몰려온다. 은진이 엄마의 우려처럼 이제 정말 물질을 그만두어야 할 때가 되었나보다. 하긴 여든 살 나이에 물질을 한다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오랫동안 나이를 잊고 살았다. 아니 나이를 생각하고 말고 할 여유조차 없이 지금까지 왔다. 그날 이후 오로지 목숨 하나 건사하기 바빴다. 어찌하다보니 가족이 생겼고, 새로 생긴 가족을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물속에 들어갔다. 살다보면 어찌 기쁜 일만 있었겠는가. 다만 그날과 같은 참혹한 비극은 다시는 없을 거라고 그러니 웬만한 일엔 슬퍼하지 말자고 입술을 앙다물며 살았다. 두 번 다시 그런 황망한 일을 겪지 않기를 빌고 또 빌었는데……, 용왕님도 참 무심하시지! 저절로 입에서 터져 나오는 탄식에 자신도 모르게 깜짝 놀란다. 물질을 하는 해녀가 함부로 부를 수 없는 신성한 존재를 그만 입에 올리다니! 이 무슨 불손한 태도란 말인가. 자책하는 마음에 혀를 끌끌 차며 다시 주위를 살핀다.
물발이 세지 않은 고래머리 쪽에서 물질을 익히고 있는 은진이의 머리가 보인다. 반갑다. 제법 떨어진 곳이어서 보일 리가 만무했지만 습관처럼 한 손을 높이 들어 흔든다. 예상대로 손짓을 발견하지 못한 아이는 이내 물속으로 자맥질하여 모습을 감춰버린다. 물질하는 아이를 볼 때마다 어린 시절 자신을 보는 것만 같다.
열 살, 저 아이와 같은 나이에 나는 물질을 시작했다. 사실 물질을 시작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다. 물질을 하고 싶다고 떼를 쓰는 내 고집에 어머니는 한심하듯 바라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