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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609597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21-07-10
목차
제1부 선운사 동백꽃
봄 하나
봄 둘
봄 셋
선운사 동백꽃
산다는 것
멸치젓
벌노랑이
들꽃
슬픈 이별
가지 꽃
첫 경험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서
이별
노루
하루살이
인생
봄비 내리던 날
월문리
비
비수리
여름 편지
여름밤은 깊어 가는데
파리 한 마리
기상대
호도
똥파리
등대섬 풍경
달뿌리풀
등목
오래된 사진첩
제2부 개밥 주러 가는 날
점례의 호박 농사
간재미
못생긴 살구
글씨
마음씨
나이테가 하는 말
꽃섬
약속
기왕이
쥐꼬리망초
숭어
코로나19
달은 창을 비추고
누드베키아
아기
정자리 소나무
욕
우한 폐렴
더위팔기
공중화장실에서
장독대
개밥 주러 가는 날
맛있는 김치
고집멸도(苦集滅道)
물봉선
상을 치르고
가을
어머니라는 존재
환생(幻生)
자스민
제3부 가을날 아침
감악산
설렁탕
약속
가을날 아침
가을꽃
미투
호박 도둑년
거울
어느 가을날에
편지
숲속의 정원
안부(安否)
나마스테
설
아름답지 않은 것들
달맞이꽃
칼랑코에를 보며
산이
가을밤
가을밤의 이야기
세상 사람들에게
우시장 풍경
추락
판결
늙어 가는 것
술 예찬
불면증
꿈
옥이
달력을 넘기며
제4부 세월의 언덕에 서서
아그 동지(冬至)
강 박사
자작나무 숲에서
이별 방정식
새해
입수금지
십일월의 시(詩)
부산의 밤
눈 내리는 밤
여행
겨울
잘못된 인사
그대가 진정 울어야 할 때
코로나 등산
고광나무에 눈 내리면
세월의 언덕에 서서
세밑
송해
묻지마
똥
해후
눈이 내리면 강을 건너리
미얀마
홍로설(紅爐雪)
치매
고드름
설국열차
부의(賻儀)
전등사에서
겨울 들목에 서서
저자소개
책속에서
**노루
안토니오 비발디를 듣다가
강변 숲에서
새끼 노루를 보았다
다리를 절룩거리며
달려가는 노루를 보려고
몸을 낮췄다
해 질 녘까지 기다렸으나
볼 수 없었다
**달뿌리풀
울음 우는 강가를 보라
쉐쉐거리며 흔들리는
그대는
억새도 아니었다
갈대도 아니었다
새들이 잠들어 쉬는 곳
갯가 외진 곳에
말없이 피어
바람에 흔들리다가
눈비에 흔들리다가
폈다가 졌다
졌다가 폈다
아무도 찾는 이 없는
후미진 곳에
그대는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비구름 지나가고
은빛 만월(滿月)이 고개를 내밀던 날,
그대는 달뿌리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듬성듬성 빠진 머리로
가르마도 타지 않은
헝클어진 모습으로
오직 진실만을 얘기했다
그 어느 바람에 흔들림 없이
그 어느 눈보라에 꺾임 없이
변함없는 숨결로 살았다
그대가 누구인지 수년이 지나고서야 알았다
가슴에 담아두기만 했던
그대의 울음소리가 무엇인지
이순(耳順)이 넘어서야 알았다
그대는
만경강 새창이다리
구성진 상여소리였다
오 달뿌리풀이여!
오 아버지의 초상(肖像)이여!
**달은 창을 비추고
공연이 끝나고
텅 빈 무대만 남았다
탄식과 감동의 화려한 막은 내리고
삼삼오오 흩어져
맘에 맞는 일행들과 잔을 부딪혔다
바람 부는 거리에
충혈된 눈을 깜빡이다가
낯선 숙소에 호올로 몸을 뉘었다
휴대폰 배터리는 점점 죽어가고
객고의 적막함에 밤은 깊어 가는데
잠은 오지 않고 뒤척이고 있다
달은 창을 비추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물끄러미 나를 보고 있다
멀리서 차량이 미끄러지듯
지나가는 희미한 소리에
스르르 눈을 감아 본다
창가의 그림자도 천천히 숨었다
달은 창을 비추고
안드로메다에 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