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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609771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21-10-15
목차
*추천사
정녕 그대는 누구인가? 달인(達人)인가 아니면 천치(天痴)인가?_박억종(한세대 미래지식교육원 경찰행정학과 교수, 행정학박사, 시인)
안 시인, 바람만 불어도 움직이는 이 시대의 몸부림 같은 바람개비_정노천(시인)
*시인의 말
먼 훗날, 누군가 내 이름 ‘석 자’를 기억해줄까?
*제1부 그대가 있어 참 좋다
22 그대가 있어 참 좋다 I am so happy because you are
24 출가 Leaving Home
26 자유로운 새가 되었으면 If I were a free bird
28 계(戒) A word of caution
30 초혼(招魂)의 뜨락 Invocation in a garden
32 낙엽 지는 것을 보지 않았다면 Had I not seen leaves fall
34 하안거(夏安居) Comefortable living in summer
36 첫 딸이 태어나던 날
38 가로등
39 겨울비
40 자유로 가는 새
41 기도
42 샘이 되고 싶어
43 월식(月食)
44 설화(雪花, 눈꽃)
45 거짓 없는 산(山)
46 계(戒)
47 귀향
48 그리움이란
49 기원
50 날이 밝아 오네요
51 영종도의 밤
*제2부 내 혼이 가슴으로 우는 까닭은
54 내 혼(魂)이 가슴으로 우는 까닭은
56 노점상과 성경책
57 님
58 마지막 밤을 떠나보내며
60 마지막 겨울밤
61 여정(旅程)
62 선술집에서
64 한 잎의 가을이 지는데
66 내 아버지
67 에덴의 동쪽
68 미안한 아내
70 백송(柏松)
71 백수의 변
72 백수의 하루
74 비운의 단종 능을 보면서
76 새벽 비
77 생명
78 섣달그믐 날
79 자존심
80 성경을 읽는 밤
82 세치 혀
83 시력감퇴
*제3부 십자가의 사랑
86 십자가의 사랑
88 실미도에서
89 아내의 마음
90 압구정에서
91 억새풀
92 언약의 땅
93 에덴의 동산에서
94 여의도에서 본 노을
95 오! 자유함이여
96 은자의 궁(隱慈의 宮)
97 일상(日常)
98 잃어버린 고향
99 임진강가에서
100 작은 소망
102 장맛비에 근성
103 오늘
104 빈곤과 술
105 문래공원에서
106 슬픈 예감
107 떠나간 계절
108 이별
109 시인
110 방랑자
*제4부 꿈
112 꿈
113 내가 죽으면
114 단상
115 갈대가 숨어 피는 이유
116 초가을
117 취중언시(醉中言詩)
118 하산 길
119 해 질 무렵에
120 향수
121 회심(灰心)
122 횟집에서
123 희망
124 허상의 꿈
125 갈잎의 노래
126 귀의(歸意)
127 어둠의 시간 속에서
128 거울 앞에서
130 슬퍼하지 마
131 그리운 사람들
132 능소화 연정
134 귀향 길
136 이방인
138 내 벗은
*인터뷰 기사
교회 밖의 세상! 그곳도 저의 목회지입니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추천사
*정녕 그대는 누구인가? 달인(達人)인가 아니면 천치(天痴)인가?
박억종(한세대 미래지식교육원 경찰행정학과 교수, 행정학박사, 시인)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언론 방송인, PD, 연극인, 화가(한국화), 합창단 가수(오페라), 교수, 목사, 박사, 경비행기 조종사, 재난 안전 관리자, 사회복지사 스포츠마사지사, 응급처치사….
안 시인에게 따라 붙는 수식어는 나열하자면 참으로 길다. 한때 생산직 노동자들의 인권문제로 투쟁을 했던 안 시인은 언제나 밝은 모습이지만, 한편으로는 늘 공허한 무엇인가가 있어 보인다.
내가 아는 안 시인은 인간은 모두가 순수하고 착하게 태어난다는 ‘성선설’을 믿는다. 인간이 시기와 질투를 느끼고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환경의 영향이지 인간 스스로가 나쁘기 때문은 아니라고 역설한다.
그래서일까. 안 시인의 글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사랑’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가 녹아있다는 것이다. 남녀간의 ‘사랑’이 아닌 인간관계에서 필요한 ‘인간애(愛)’적 관점에서의 사랑과 그리움의 이야기다.
시를 쓰고 한국화(동양화)를 그리기도 했던 안 시인을 처음 만나게 된 계기는 2010년 4월 봄 정릉에 있는 한식집이었다. 후배 교수로부터 소개를 받은 안 시인은 다소 붉고 굵은 테 안경을 납작한 코에 걸은 채, 주의 분위기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학교교육이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몸집은 다소 배가 나온 듯 했지만, 지적인 어떤 매너에서 쉽게, 나는 안 시인과 말벗이 될 수가 있었다. 그 후로 서로가 의기투합해 국민대 앞에서 자주 만나 몇 잔의 소주를 빈 창자에 채우며, 때로는 노래방에서 노래도 부르는 사이가 되어버릴 정도로 친숙해졌다.
어쩌다 술이 생각나서 전화를 했다고 했던 안 시인. 며칠 전 불쑥 찾아와 12번째 시집을 낼 생각이라고 했다. 마지막 ‘유고집’이 될지도 모른다며 피식 웃는다. 안 시인이 던진 그 말 한마디, 같은 문인으로서 안 시인의 지루하고 안타까운 방황과 삶에 대한 애착을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안 시인은 오래 전 사고로 손을 다치기 전까지는 그래도 고향에서 지역문화를 발전시켜보겠다며 3년간 후배들과 ‘미술동호인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화랑(표구사) 등에서 그림을 팔 것을 권유받기도 했지만, 내가 알기에는 언제나 유혹에 빠지지 않았다.
안 시인은 입버릇처럼 “아무리 내가 힘들어도, 마음에도 없는 작품을 내놓고 고객을 속일 순 없잖아요.” 하며 언제나처럼 술좌석에서도 유머러스한 말과 굵직한 목소리로 나를 즐겁게 해주었다.
무테안경으로 바뀌었지만 단 한 마디도 어려움에 대해서는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다. 꾸밈도 없고 남을 탓하려 들지도 않았으며 언제나 그랬듯이 평온한 마음뿐이었다. 그러면서도 안 시인은 “이 땅의 현실 속에서 눈물과 분노로 가슴을 치며 기나긴 세월을 살아왔기에 그 뼈아픈 사연들을 쉽게 넘기려 하는 사람들에 대한 감정이 치솟아 오르는 분노와 아픔을 억제 할 수가 없었다.”고 독백처럼 말했다.
난 안 시인을 ‘풀잎 같은 시객(詩客)’이라 부르고 싶다. 안 시인은 언론인에 앞서 여러 권의 책을 낸 시인이면서도 신학대를 졸업한 목사라는 신분을 갖고 있다.
무릇 시작(詩作)은 모든 사물을 인간의 구차한 삶보다 한 차원 높게 관찰하고 묘사하는 심오한 예술세계로 범상한 일이 아니다. 안 시인은 지난 1979년 『비온 뒤』라는 첫 시집 발간을 계기로 문단에 데뷔한 이래 『지는 잎 바라보며』, 『그대 있음에』, 『불씨 같은 그리움 하나』 등 무려 11권의 책을 발간한 중견 문인이다.
안 시인의 시를 자세히 살펴보면 인간의 따뜻한 삶과 인정에 가득한 소재들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안 시인의 따스한 인간미는 이 같은 정서를 바탕으로 둔 것은 아닌가 싶다.
한때는 대학에서 후학들을 위해 수년 간 강의도 했지만, 목회자이기도한 안시인. 교회를 이끌고 있는 목회자는 아니지만, 그리스도를 믿고 순종하는 참 신앙인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그런 안 시인이 어떻게 언론과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사회의 목탁’이 되고자 하는 점에선 일맥상통하는 측면도 엿볼 수 있었다.
간혹 안 시인과 함께하는 모임이나 술자리에 있노라면 뚜렷한 재담이나 달변을 가진 사람은 아님에도 불구, 그의 말속에 빠져드는 묘한 것도 그와 같은 맥락이 아닌가싶다.
안 시인은 시집을 내면서 이익금 전액을 남몰래 빈민 가정의 중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선교활동 등 각종 봉사단체에서 봉사회원으로 활동한 것도 뒤늦게 알았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누빈 옷을 입고 있다. 검소하다.
자신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늘 세상을 아프게 보는 것 같다. 누가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일까?
“빈손으로 태어나 많은 것을 얻고, 안식할 수 있는 가정과 사랑하는 가족이 생겼으니 이런 행복이 어디 있겠는가. 잠시 머물다 갈 인생, 전세 같은 삶, 부귀영화 누린들, 떠나면 아무것도 아닌 게지. 그저 꿈일 뿐이라오.”
그가 읊는 독백의 소리가 가슴에 와 닿는다. 안시인, 정녕 그대는 누구인가? 달인(達人)인가 아니면 천치(天痴)인가? 소탈하게 웃는 동갑내기인 안 시인의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르게 나도 덩달아 마음이 아프다.
*안 시인, 바람만 불어도 움직이는 이 시대의 몸부림 같은 바람개비
-열두 번째 시집 『귀의(歸意)』 발간을 축하드리면서
정노천(시인)
언제나 세상을 밝고 착하게, 그리고 떳떳하게 살아가려는 사람. 적어도 내가 아는 안호원은 그런 사람이다. 그는 그런 삶의 자세가 단단하다. 어설프게 척한다거나, 남 앞이니까 눈치 보여 어쩔 수 없이 한다거나가 아니다. 적어도 그의 마음 속 한켠에서 우러나는 행위를 변함없이 접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늘 상대에게 투박한 미더움을 던져주고 있다. 2019년 12월 28일 겨울 ‘오동추’라는 모임이 결성됐다. 영등포에서 문학(시)을 하던 시인들 위주로 5명이 모인 모임체다.
오동추(五冬推)란 5명의 시인이 겨울에 결성한 단체라는 의미이다. ‘지적 허기’로 모인 ‘오동추’는 허무 의식도 얼비치며 만나면 소주잔으로 질펀한 어둠을 거듭 떠 마시며 수상한 넋두리를 읊으면서 든든하게 상쇄시키기도 한다.
나이가 가장 많은 안호원 시인이 오동추 추장을 맡고 있다. 소띠(73세)로 70년 안에 추장의 인생을 구겨 넣으면 언론계에서 35년(현재 프리랜서 활동)간 적을 두고 일생을 보냈고, 지금도 엄청난 칼럼을 발표하고 있는 시사칼럼니스트로의 삶을 살아오고 있다.
또 목회자의 길로 들어서 목사의 길을 걸어 온 그의 삶은 밀도 높은 가치 지향적이고 봉사하는 삶의 연속이었다. 특히 학문 연구에도 욕심이 많아 지금도 학교에 적을 두고 공부를 하고 있는 안 시인은 5개의 박사학위(명예박사3개)를 갖고 있다.
지금 12번째 시집을 상재하려고 준비하는 시인이라니 그의 인생은 종잡을 수 없이 버라이어티하다. 한마디로 그는 학문의 융합을 추구하는 학구파이자 실천을 중요시하는 활동가이다.
그밖에 그의 열정적인 삶을 드러내주는 스펙으로는 교수, 시인, 수필가, 연극배우, 화가, 오페라가수, 경비행기조종사, 합기도 명예 5단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현역이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방송대에서 20년 동안 한 학기도 휴학하지 않고 매년 등록했던 신기록을 세웠고, 지난 해(20년)졸업(법학)과 동시에 바로 청소년교육과 3학년에 편입하면서 서울지역대학장배 가요제에 출전, 대상을 타면서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안 시인은 중등교사자격증 3개 외에 자격증 27개를 취득했고, 사회봉사활동 50년 등 대한민국 기네스북에 등재되었을 정도로 다이내믹한 삶을 살아 내고 있는 도전왕(명인 6호)이기도 하다.
잔인한 질문일수도 있지만 그런 안 시인에게 “언제 죽을지도 모를 나이에 써먹을 수도 없는 공부는 무슨 공부냐? 혹 ‘학력 콤플렉스’가 있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안 시인은 “세끼 밥을 의식하고 먹는 게 아니듯 학습 역시 한 과정의 습관일 뿐이다. 하루를 살아도 인생은 끝없이 도전을 하는 거다. 살아있는 한 도전을 하는 거다. 도전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 그렇지 않으면 귀한 시간을 덧없이 흘려보내는 거다. 모세처럼 언젠가는 쓰임 받는 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준비를 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갑자기 슬퍼진다.
안 시인의 시정신은 순수한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 어쩜 안 시인은 사랑의 양태를 잘 모르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사랑의 본질을 건드려야만 하는 슬픈 운명을 지닌 사람인 것 같다.
그의 사랑은 가시적인 선행으로 곧잘 변질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혼자 있을 때는 사발면을 먹는데 1000원짜리 미만이란다. 이유는 봉사활동을 위해서는 재정을 아껴야 하기 때문이란다. 자신보다 처진 사람들에 대한 연민, 부조화에 대한 분노가 그를 에워싸며 부추길 때마다 안 시인은 항상 그 반대쪽에 웅크려있는 구원을 바라보며 사랑을 노래하고 실천하려고 한다.
마지막 가닿는 의식의 종착역, 안 시인에게 그것은 한번도 어긋남 없이 기독교적 믿음으로 승화한다. 그의 시편들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는 몸에 배인 저자의 선행이며,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소이도 거기에 있는 것이다.
그런 안 시인이 또 하나의 사건을 만들었다. 열두 번째 시집을 만든다는 데, 시집 제목을 ‘귀의(歸意)’라고 명명했다. 본래의 뜻으로 돌아간다는 의도를 피력했다. 방하착도 아닌데 이젠 그 많은 것들을 단순화 시키며 귀의할(?) 수 있을까? 정말 궁금해진다.
심송(深頌) 또는 다미(多味)로 불리기도 하는 안 시인을 보면 마치 팔랑개비가 떠오른다. 바람만 만나면 가만있지 못하고 돌아가는 시대의 몸부림 같은 반응이다. 그 시대상을 즉각 반영하며 불의를 참지 못하고 돌아가는 힘. 그 연륜에 밀도 있게 온갖 일정을 소화해내는 지치지 않는 역동성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것은 세상을 직시하는 시각일 것이다. 그리고 온건한 마음을 지닌 그의 열정과 봉사활동에서 호인다운 면모를 보며 덩달아 그의 인간성이 우리에게 귀감이 된다. 열두번째 인생이치를 펴내는 것에 축하를 드린다.
새벽 비
하늘도 제 몸을 비우고 싶은가
너무 오래 전 잊혀진 그리움 따위는
지우고 싶었나 보다
새벽 시간에
소리 없이 비를 뿌리고 있다
우리가 어느 생(生)에서
만나고 헤어졌는지 몰라도
울지 마라, 울지는 마라
내일의 물결이 더 거셀지도 모르는데
하늘은 내 고단한 삶에
참았던 눈물 한 방울 건네주고 싶었나
소리 없이 하얀 비가 내리며 땅을 적시고
내 마음을 적신다
*여의도에서 본 노을
돌아가리라 다짐하면서도
돌아가지 못함은 교통카드가
없어서도 아니고, 걸어서 여의대교를 넘을
용기가 없어서도 아니지만,
북녘 하늘이 활활 타오르는 불꽃 탓이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 속
모래알 같은 슬픈 사랑의 비밀을 보았던 탓이다
또다시 멍울진 가슴에
저녁놀이 투신하던 탓이다
이제 흩어져 남은 그림자
향을 사루며 두 손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