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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58609825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1-10-31
책 소개
목차
5 작가의 말_넝쿨장미와 늙은 개 그리고
11 남향 南向
43 고가 古家
75 방문
105 약속
139 장마
167 장미
197 어느 황혼녘
229 해설_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하는 작가, 김찬숙론 (박희주, 소설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차창으로 가을 햇살이 깊게 파고들어 은조 언니의 검은 머리카락 위에 내려앉는다. 언니의 머리 위, 가지런히 꽂혀 있는 흰나비를 닮은 리본 위에 햇빛은 잠시 머문다. 길은 끝없이 이어지고 가로변의 코스모스는 활짝 피어있으나 시들어가는 들녘의 갈꽃과 어울려 처량 맞은 느낌이다. 가슴 시린 건 늘 마지막 햇살인가 보다. 아름다우나 그 끝이 어둠을 향해 가고 있으므로. 가로변 코스모스에서 나는 왜 황량한 겨울을 보는 것일까. 저리도 아름다운데 보이지도 않는 쓸쓸한 가을과 겨울의 그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는 나를 본다. (남향)
어쩌면 우리를 키워냈던 건 애틋한 모정이 아니라 질긴 오기였을지도 몰랐다. 엄마는 총 일곱 명의 아이를 임신했고 그중 아들 하나와 딸 셋을 건졌다. 그러는 동안 아버지의 관심은 엄마에게 일곱 번 짧게 들러붙었다 떨어졌고, 아들 하나로 딸 셋의 설움을 한 번에 날려 버렸다. 슬픈 산수 놀음이랄까. 셋을 합쳐도 하나를 이길 수 없는….(남향)
정류장에서 금방이라던 마을 사람들의 말을 믿어선 안 되었다. 나는 아직도 길을 헤매고 있었다. 한여름 햇빛이 신작로 위로 솜을 틀고, 가로변의 개망초마저 뙤약볕 아래 축 늘어져 있었다. 주소지가 적힌 쪽지를 손전등마냥 꾹 움켜쥐고 여름의 폐부로 걸어 들어갔다. (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