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91158732493
· 쪽수 : 368쪽
· 출판일 : 2022-08-29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레나는 눈을 크게 뜨고 떨리는 손으로 무언가를 가리켰다. 나는 레나의 손가락 끝이 향한 곳을 바라보았다. 구석에 있는 호박들은 모조리 썩어 잿빛으로 변했고, 보랏빛 연기가 안개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우리가 쳐다보는 동안에도 호박들은 계속 썩어서 물러지고, 넝쿨은 까맣고 딱딱하게 변해 가고 있었다.
“저기 뭔가 있었어.”
레나가 속삭이듯 말했다.
“회색이고, 날개가 달려 있었어. 호박에 물약을 붓고는 날아갔어. 벽을 통과해서.”
이곳은 너무나 컸다.
풀은 자라고 싶은 만큼 자라 있었고, 꽃도 여기저기 피어나 초원 사이사이에 빨간색, 흰색, 노란색 점들을 만들었다. 정형화된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웠다. 이곳의 하늘은 훨씬 드넓고 푸르렀다. 마치 벽이라는 통제에서 벗어나 기쁘기라도 하듯 말이다. 코르누코피아에 있는 모든 것은 완벽하게 계획되어 있다. 하지만 이곳은 어떤 것도 예측할 수 없었다. 조금 어지러웠지만, 무엇이든 가능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다는 걸 깨달은 순간, 천천히 미소가 지어졌다. 정말 무엇이든 가능했다.
이곳에는 벽도, 규칙도, 어른도, 정돈된 길도 없었다. 나도 모르게 “와!”하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어둠 속에서 눈을 떴다. 스산한 푸른 달빛이 창문 너머로 쉼터 안을 비추고 있었다.
그 소리가 다시 들렸고, 몸속의 피가 차가워졌다.
히, 히, 히, 히.
이건 꿈에서 나온 라마 소가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우리의 아래, 저 늪지대에서 나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