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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91158791230
· 쪽수 : 300쪽
· 출판일 : 2019-11-11
책 소개
목차
Media Review
Dramatis Personae
제1장 루시의 특별한 하루
제2장 과거에서 온 여자
제3장 내 인생의 첫 번째 죽음
제4장 상자 속의 사진들
제5장 현악 사중주단의 비극
제6장 봄날 새벽의 꿈
제7장 뭔가 잘못된 시점
제8장 지진을 알리는 새
제9장 선악과를 따 먹은 결과
제10장 불운한 곳에 자리 잡은 섬
제11장 변명은 필요 없었다
제12장 배신의 대가
제13장 우발적 연쇄 살인범
제14장 무죄와 유죄의 차이
제15장 여전히 내 귓가에 남아 있는 소리
리뷰
책속에서
“일본에 온 지 오래됐더라고요. 9년 됐던가?”
이게 공식적인 신문의 일부일까, 아니면 나와 잡담을 하려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하는 모든 말이 녹음되어 내게 불리한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10년이요.”
“왜 온 거예요?”
이편이 훨씬 낫다. 지난 10년 동안, 나는 이 질문을 거의 5만 번은 받은 듯하다. 하지만 솔직하게 대답할 말이 없다. 정말로 대답할 말이 없거나, 아니면 솔직한 대답을 생각해낼 만큼 내가 정직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질문을 받았을 때 내놓을 몇 가지 기계적인 대답은 준비돼 있다. 오늘은 특별한 경우이니 그 몇 가지를 모두 사용할 것이다.
“일본 문화에 관심도 있었고, 일본어도 공부하고 싶었고, 돈도 절약하고 싶었고, 세상도 둘러보고 싶었고, 우중충하고 고루한 영국에서 벗어나고도 싶었고, 두부도 좋아하거든요.” (……)
그가 내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내 유창한 언변에 좀 놀라고 감명받았다. 이제는 조용히 있을 작정이다. 오구치가 묻는 것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말하는 모든 것이 릴리에게로 향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경찰에 내가 무죄라는 사실을 이해시킬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은 반박의 여지가 없다. 릴리가 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지금 살아 있을 것이다.
내가 아는 한 릴리의 죽음에 관해 밝혀진 사실은 거의 없고, 있다 하더라도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릴리는 어느 날 밤,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졌다. 도쿄에 머문 지 몇 달밖에 되지 않았을 때였다. 그리고 며칠 후, 도쿄 만에서 젊은 여성의 몸통 하나와 절단된 사지 두 토막이 떠올랐다. 팔이었는지 다리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후에 몸통과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손이 없어서 지문도 채취할 수 없었기에 경찰은 공식적으로 신원을 밝힐 수 없었다. 하지만 시체는 릴리의 것이라고 널리 받아들여지는 듯했다.
알다시피, 그 사건과 내가 연관된 것은 릴리가 사라진 그날 저녁에 내 아파트 문을 두드리는 것이 목격되었기 때문이다. 내 이웃은 문이 열리는 것을 보았고, 내가 문간에 서서 릴리에게 화를 내며 말하는 것과 릴리가 떠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러고 나서 이웃은 내가 몇 분 후에 꾸러미를 들고 릴리를 따라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그건 확실히 거짓말이었다. 내가 현관문을 닫은 후 허리춤에 리볼버를 쑤셔 넣는 것을 봤다고는 왜 말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내가 밖으로 걸어 나갈 때 단도를 들고 있었다고 말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나는 그 당시 우리가 나누었던 대화에 관해서는 자세히 털어놓지 않기로 마음먹었지만, 다른 사실들은 절대 부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