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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58901219
· 쪽수 : 244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그 여자의 가을
0001. 제대로 된 일
0010. 안녕, 히아신스
0011. 내 낡은 서랍 속의 가을
0100. 이끼의 숲
0101. 살면서 견뎌지는 것들
0110. 첫사랑이 실패하는 이유
0111. 비 오는 날의 성장통
1000. 리안을 떠나보내며
에필로그: 그 남자의 일기장
제10회 이화글빛문학상 심사평 238
작가의 말 241
저자소개
책속에서
“왜, 그런 기분 안 들어요? 여기선 항상 이진법에 갇혀 있는 기분. 만들어진 답에 나를 맞추고, 몸집보다 작은 틀에 자신을 구겨 넣는.”
“거기는 다른가요?”
“…… 뭐, 다르다기보다는 다르길 바랐죠.”
“여주인공 말이야. 절벽까지 가서는 왜 살인마 손에 죽었을까.”
“리안이요?”
“음, 절벽이면 그냥 뛰어내리는 편이 나으려나.”
“……?”
“연우 씨라면 어떻게 했겠어요? 앞에는 오빠를 죽인 살인마가 있고, 뒤에는 몇백 미터 낭떠러지야. 뛰어내릴 건가, 아님 죽임을 당할 건가?”
나는 두 가지 답안 모두 못마땅했기에 머뭇거렸다. 그의 표정에서 피할 수 없다는 강압적인 사인이 읽혔다. 잠시 고민하던 내가 평소처럼 답했다.
“어차피 죽는 거라면, 둘 다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러고는 현실적인 고려 끝에 덧붙였다.
“이왕이면 좀 덜 고통스러운 쪽을 선택하는 게…….”
앙리는 말을 바로 끊더니 혼을 내듯 혀를 내둘렀다.
“에이, 뭘 생각해. 도망가야지, 그럴 땐.”
앙리는 잠자코 듣는가 싶더니 갑자기 우뚝 멈춰 섰다. 나는 솔직하게 말한 걸 바로 후회했다. 뱉고 보니 내 자신이 더욱 별 볼일 없게 느껴졌다. 결혼과 같은 중대사를 결정하기에는 참 맥없는 이유였다. 나의 말 속 그 어디에도 진철에 대한 사랑 같은 건 담겨 있지 않았다. 차라리 ‘오래 만난 정 때문에요’, 라거나 ‘그 사람이 날 좋아하는 것 같아서요’, 가 나은 답이었을 것이다. 나는 탓할 거면 탓하라는 심정으로 눈을 감았다 떴다. 앙리는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다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의 입술은 입원한 환자보다도 창백한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연우 씨,”
짧은 순간 그의 표정에 안타까움과 비애감이 스쳤다.
“살면서 그냥 견뎌지는 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