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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0032
· 쪽수 : 140쪽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장고(長考)/스트라디바리우스의 노래/상처의 냄새/늦단풍/감꼭지/수라(修羅)/비 듣는다/해변의 카프카/반창고/비밀의 눈/개와 늑대의 시간/고래 뱃속 이야기/목욕탕에 핀 장미/골굴사 풍경/저인(邸人)
제2부
거미/프로메테우스의 독백/달빛 소나타/팔순에 젖이 돌다/거울/펄을 깁다/아귀/도플갱어/발견/보리피리/가터뱀의 외출/잠수종/소혹성 B 612호/빈집/강을 풀다
제3부
발굴/허기를 현상하다/동산/미장아빔/오진/인편/아귀 2/화양연화(花樣年華)/곱등이/금강해설/꿈/영적 비행/왕의 귀환/천궁도(天宮圖)/동행
제4부
첫/다비장 길/나이테/이성과 망상의 경계/서어나무/동업/귀로/울음의 기원/뼈 맛/잃어버린 고리/간섭/일생/감나무 집/뒷문에 대한 고찰/착란
해설 ‘울고 있는 아이’를 위한 테라피 / 이형권(문학평론가.충북대 교수)
저자소개
책속에서
상처의 냄새
목욕탕에서 어머니의
슬픈 연대(年代)와 마주한다
팔순의 몸을 씻기다
오래전 영면한 흉터와의 직면에
못 볼 걸 본 것처럼 쭈뼛 서는 동공
마디마디 어긋난 골격이
돌아앉은 순간에도
듬성한 머리카락이
감추고 있었던 신음 자리
때론 기억이란 무의식이 지어낸
환영(幻影)이라 머뭇대는 사이
손가락 끝이 먼저 당도해버린
움푹 파인 분홍빛 묏자리
통증이 일시에 전신을 습격한다
등덜미 삭아 내린 팔순의 몸
안개에 묻힌 채 속수무책
상처에 가격당한 줄도 모르고
흉터에다 겹겹이 적막을 쌓고 앉았다
맹금(猛禽)이 떠돌던 봉우리
황막한 처소를 헝클어진 머리숱으로 덮는다
까마득한 시간의 사슬에도
상처는 죽지 않고 그날로 산다
철옹성인 몸 안에다 울음보를 장전한 탓에
상처에선 늘 무덤 냄새가 난다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노래
수목한계선 무릎 끓은 설움
한 줄 선율에 불현듯 울컥, 하고 쏟을 때
쉰 번의 겨울 나이테 제 피륙의 깊이만큼
몸의 현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차곡차곡 안으로 들인 한기
주체할 수 없는 울림으로 번져와
바람의 결기 낱낱이 토해낸다
제 몸 최고봉의 선율을 향한 바람의 담금질
앙상하게 휘어진 등줄기 후려칠 때마다
늑골 뼈마디의 비명 온몸을 휘감는다
층층이 안으로 쟁인 한기가 버팀목인
해발 삼천 미터 생목한계선, 일용직인 그는
로키산맥의 무릎 꿇은 나무가 되어갔다
나목의 우짖음 목울대 공명이 되었다던가
은발에 찬 기운 돋을수록
폐부 깊숙한 멍으로부터 터져 나오는 생계의 운율
에일 듯 토해내는 굽은 등의 완창,
키 낮은 가계의 계보(系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