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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4429
· 쪽수 : 152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아마 나는, 어쩌면 너는
서혜(鼠蹊) 12
울기(鬱氣) 14
삽(揷) 16
비밀과 거짓말
슬와(膝窩) 20
경련(痙攣) 22
구급(救急) 24
아득해진다
다몽(多夢) 28
요안(腰眼) 32
인설(鱗屑) 34
돌아보다
항강(項强) 38
조갑(爪甲) 40
향(香) 42
뼈와 칼
하악(下顎) 46
부종(浮腫) 48
기도(祈禱) 51
도착해서 죽는 말들
늑간(肋間) 56
난청(難聽) 58
고인(故人) 61
검은, 푸른, 흰
동공(瞳孔) 66
타박(打撲) 68
골(骨) 70
꿈같다는 말, 개 같다는 말
이륜(耳輪) 74
중독(中毒) 76
수장(水葬) 78
적어 넣다
소복(小腹) 84
병명(病名) 86
말기(末期) 88
이 긴 순간
오심(惡心) 92
애도(哀悼) 94
안검(眼瞼) 96
벌어지다
비익(鼻翼) 100
발적(發赤) 102
부음(訃音) 104
긴긴 착륙
견갑(肩胛) 110
장루(腸瘻) 112
임종(臨終) 114
않을 수 없는
대퇴(大腿) 118
열루(熱漏) 120
필사(必死) 122
우리는 개입한다
망진(望診) 126
문진(問診) 128
절진(切診) 130
해설 모든 상처는 내상(內傷)이다 132
고봉준(문학평론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마 나는 삽처럼 네게 꽂혔을지도. 아마 나는 삽처럼 벼린 날을 내 옆구리에 꽂아 넣었을지도. 움푹, 벌건 생의 귀퉁이를 떠냈을지도. 서식과 이식. 아마 나는 삽처럼 꼿꼿하게 서 있을지도. 혓바닥이 혀끝이 내가 세계와 접하는 최첨단일지도. 첨단으로만 나는 너를 만났을지도. 첨단을 다해 나는 너를 버렸을지도. 삽날에 묻은 흙을 털어내듯이 탕, 탕, 빈 바닥을 두드리며 나는 지금 서 있을지도.
-「삽(揷)」 부분
한 시간쯤 뒤에 너는 네 몸과 싸우다 지쳐 잠들었다. 동시에, 네 몸도 지쳐 잠들었다.
입 없는 분노가 일으킨 태풍과 해일을 보았지만, 나는 네게 다른 걸 캐묻지는 않았다. 네가 돌이켜 인지하였으므로, 마주하였으므로. 너의 정신이 맞서고 수습할 이후의 시간을 조용히 믿었다.
자해도 가해도 하지 않느라 너는 너와 싸움 붙었을 것이다. 지진이 일었을 것이다. 드디어는 네 몸이 너를 탈주하려는 그때, 네가 나를 붙들어 준 것이 고마웠다.
나는 태연한 척 네 눈을 맞추고 네 몸을 만지고 괜찮다, 괜찮다 했지만, 너의 자존을 위해 너의 참혹과 분노를 캐묻지 않았지만…… 이것 또한 거짓말이 아닐까? 내겐 네 분노와 참혹을 들어줄 용기도 능력도 없었던 게 아닐까?
나는 겨우 네 몸만 네게 돌려주고.
-「경련(痙攣)」 부분
해바라기가 말한다.
머리라면 제게도 있는 걸요.
나는 그의 목과 어깨에 박힌 나사를 풀어준다.
오른쪽, 왼쪽, 남은 슬픔을 확인하듯 해바라기가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그러나, 돌아본다는 것은 가능한 것일까?
어안(魚眼) 대신 우리는 가느다란 목을 가졌지만.
뒤란, 보이는 것일까?
긴긴 뒤를 데리고 걷는 사람, 우리는. 걸으면서 뒤를 낳는 사람, 우리는. 낳다가 멈춰서 잠시 돌아볼 때, 뒤란, 보이는 것일까? 등에 붙어 나와 함께 돌아보는 나의 뒤라는 것은?
나는 등 뒤로 돌아가 드는 칼로 내 등에 붙은 뒤를 발라낸다. 거죽을 발라내고 기름을 걷어내고 힘줄을 덜어내고 기기긱 칼끝이 뼈에 닿는 소리를 낼 때, 거기 세로로 박혀 있는 1미터 60센티의 나사못 한 개.
나는 첫 문장을 다시 수정한다.
뒤돌아보려 했으므로 인간은 슬픈 표정을 지었다.
불가항력을 맞이하는 표정이 우리의 얼굴을 덮친다.
-「항강(項强)」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