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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5815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3-01-12
책 소개
목차
제1부
이면지•13/몽상에 가까운•14/당신이라는 무늬•16/상상 밖의 불안에게•18/봄꿈•20/간주•21/슬기로운 측만•22/싹•24/꾸준한 생활•26/개별포장•28/손톱•30/고무줄놀이•31/오늘은 가능합니다•32/나의 산책•34
제2부
텍스트•37/오르간 주법•38/보편적•40/눈부신 역린•42/저녁 무렵•44/생일 케이크•45/플랫화이트•46/스마일 마스크 증후군•48/불면에 기대어•50/혀•52/빈병•53/신용카드•54/발효 커피•56/침묵 활용법•58/방부•60
제3부
발칙한 상상•63/곁•64/그림자•66/거기•68/당분간 엘리베이터•70/이상한 내비게이션•71/돛•72/마음은 두고 간다고 했다•74/등•76/심부름•78/아카시 잎 하나씩 떼어내듯이•79/대숲에서•80/뭐가 들어 있나 귀를 열어봤어요•82/구절리역•84
제4부
사랑•87/균열•88/솜사탕을 녹이는 밤•90/구간 단속•92/꼬리•93/우산에게•94/꽉 다문 입들의 노래•96/마르지 않는 샘•98/주름의 이유•99/더딘 알람•100/나프탈렌을 생각하는 밤•102/이탈•104/믿을 만한 경작•106
해설 장예원(문학평론가)•107
저자소개
책속에서
연습된 표정에 빙의 되어 살아왔으니
나의 유일한 성공은
정면이 나의 얼굴이라고 믿는 너의 오해
손에 닿는 촉감이 낯설게 느껴진 것은
굴곡진 슬픔의 근육들 때문이지
아직도 모르겠니?
뒷모습을 네가 보았다면
또박또박 새겨진 내 마음을 읽을 수 있었을 텐데
텅 빈 이면만이 나의 진실이었으므로
답하지 않음으로 답했으므로
― 「이면지」 전문
무늬를 갖고 싶었지
리듬을 타고 형형색색의 상징을 실어 나르는
당신이라는 날개의 빛깔과 꼭 닮은
나비를 만진 손으로 눈을 비비면 눈이 먼다는 말을 들은 뒤부터
나는 나부끼는 것들이 두려웠던 아이
그러나 어디에 앉을까 자리를 고르는 날개들을 눈앞에 두고도 겁먹지 않았던 건
눈부신 무늬에 기대어 한 생을 건너갈 수 있을 거란 믿음 때문
어떻게 해야 내게도 무늬가 생길까
꽃대처럼 서서 몸을 흔들었지
오그라든 내 어깨 위에 내려앉은 당신의 날개가
접었다 펴기를 반복하며 나를 붉게 물들일 때까지
영원 속을 헤매던 당신의 눈빛과
그 눈빛에 그을린 나의 슬픔이 뭉쳐 하나가 되는
긴 입맞춤의 시간을 지나
잃어버린 계절을 찾아 떠돌던 날개의 여정이 내 몸에 새겨지고 있었지
내 안에서 끝없이 태어나고 저무는
당신이라는 무늬
― 「당신이라는 무늬」 전문
나는
누군가의 대리 서명이거나 본인 인증에 실패한 아이디
절망이 되기 전에
아우성이 되기 전에
고독을 힘껏 밀어올리고 있었다
함부로 나를 삭제하지 못하도록
새로운 비밀을 만들고
비밀을 만든 자신도 비밀에 부치며
연두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어둠 속에 저장된 모든 감정을 빨아들이고 있었던 것
썩지 않기를 바라지만
썩어야 펼쳐지는 기억의 엑스파일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았던 침묵에 균열이 생겼다
내가 눈부심을 앓기 시작한 날이었다
― 「싹」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