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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5822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3-01-20
책 소개
목차
제1부
서재의 근황•13/신발의 역사•14/우물•15/낭만적 해석•16/지금 함박눈이•17/ㅋㅋㅋ익명이라는, 폭력•18/결정적 오류•20/갈피•21/사거리 풍경•22/길의 단계•23/부품•24/신발병원•26/일기장을 펼치며•27/알바트로스•28/공갈빵•29/판도라의 상자•30
제2부
쓰레기통•33/티눈•34/어쩔 수 없는 일•35/권고사직•36/헛제삿밥•37/시간이 다녀간다•38/푸른 나이를 벗다•39/들꽃•40/설거지•41/첫 번째, 한 끼•42/김밥 속이 보인다•44/풀꽃송이•45/천국이 보인다•46/팔월 몽타주•47/지금 나는?•48
제3부
거짓말•51/추락주의•52/행간을 엿보다•53/어쩌다•54/닭장 이야기•55/꼬마 인형•56/퍼즐 찾기•57/품격•58/한 사람•60/줄자를 꺼내며•61/솥•62/이력•63/손을 보다•64/시시(時詩)한 연애•65/수저론•66
제4부
가상에 속지 마세요•69/훼방•70/북한강에서•71/달의 발자국•72/어둠별•73/아귀도 연대기•74/명품관•76/장경각•77/잠결•78/시네마천국•79/수용소 군도•80/완두콩 올림•81/그림자가 보이나요?•82/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83/소행성 사람처럼•84
제5부
경계•87/성혼 선언서•88/아직은 일시정지•89/GS 25시•90/팝콘•91/사이비•92/아이스 아메리카노•93/경련•94/마지막 열차•95/유실물•96/부부 싸움•97/을지로 입구•98/초저녁 별 하나가•99/물•100
해설 신상조(문학평론가)•101
저자소개
책속에서
귀가 후 현관 앞엔 한 가족이 엉켜 있다
한밤중 불을 켜자 부스스 깨다 말고
고단한 하루를 눕힌 채 잠꼬대가 한창이다
그 잠꼬대 잦아들자 희멀건 새벽달이
빠끔히 베란다를 넘어와서 기웃대더니
새하얀 홑이불 같은 달빛 풀어 덮어준다
뒷굽이 닳은 채로 널브러진 구두들이
지고 갈 또 하루를 채근하며 기다린다
제각각 갈 길이 달라도 두말없는 순종이다
― 「신발의 역사」 전문
발 없는 구두처럼, 옷 없는 옷걸이처럼
텅 빈 방 인기척에 홀연히 섞여드는
말없이, 열리는 입들이
따라오며 소리친다
채팅창을 헤엄치는 악플러의 웃음소리
평범을 잃어버린 그 여자 BJ는
손발이 그물에 걸려
이미 낚인 계절이다
눈도 귀도 베어버린 유령의 네트워크
새까만 손가락이 가리키는 어둠의 길
간절히 살고 싶어서
깊은 잠에 들었다
― 「ㅋㅋㅋ익명이라는, 폭력」 전문
취업전선 달리느라 사랑도 닫아걸고
새 봄빛, 가을 눈빛 곁에 두지 않았다
수십 통 이력을 묻는 이력을 안고 업고
주눅 든 이 년 반을 단칼에 베어내고
어깨를 쫙, 펼치고 당당하게 출근했다
허기진 ‘청년 실업팀’ 내 이름은 거기 없다
없는데도 후줄근한, 기막힌 오늘 한때
아직도 불완전 연소 어제 같은 모습으로
겸손도 오만도 아닌 그 가운데 끼어 있다
― 「갈피」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