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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5846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3-02-10
책 소개
목차
제1부
디버깅•13/사랑•14/답장•15/겨울 안부•16/빈 지갑•19/하심(下心)•20/수의(壽衣)•21/마당•22/수평•24/포장•25/법어(法語)•26/능소화•27/쑥부쟁이•28/석류•30/토마토•31/떠중이•32/공존•33/두 마음•34
제2부
세상 오래 살수록•37/탱자나무•38/맹지(盲地)•39/시를 쓰면서•40/꽃병•42/낮게 사는 나무•43/산다는 건•44/60대•46/형제•47/오동나무•48/예천읍•50/황당무계•51/가을 기도•52/어느 날•54/기일•55/대오(隊伍)•56/첫사랑•57/가수•58
제3부
달맞이꽃이•61/곶감•62/우체통을 봐도•63/심심산골로 산다•64/폭설•66/편지•67/만대루(晩對樓)•68/산목련•69/외등•70/일장 연설•72/산이 언제•73/나를 반성합니다•74/그 마을에는•76/집오리•77/수박•78/민둥산•79/전라도 여행•80/확실한 사실•82
제4부
떠중이 심사•85/고립된 날의 자유•86/발걸음•87/사진•88/대기막사•90/사람도 나무•91/여지(餘地)•92/안개만 모르네•93/군대 얘기 나오면•94/인화(印畵)•96/지도 한 장•97/내 젊은 날•98/아버지•100/마지막 날•102/역마•103/송해 선생님•104
해설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교수)•105
저자소개
책속에서
두음법칙도 모르고 말하다가
혀만 꼬였다
마음속에 남는 박자로 음표를 그리다가
노래만 날렸다
건성으로 덤빈 하자가 부지기수라
숨을 곳을 찾지만
사방이 유리벽이다
퇴고가 필요한 날이다
― 「디버깅」 전문
반으로 접은 지갑
내 인생도 진즉에 반은 접었구나
생전에 어머니께서 신신당부하며 간수하라던
부적 한 장을 십수 년째
지갑 맨 안쪽에 숨기고
아내한테 뺏긴 체크카드 대신 지폐 몇 장을
숨도 못 쉬게 얹고
비루한 내 가난까지 반으로 접는다
내가 부릴 수 있는 체면과 용기
그 사치는 어디까지가 용서될까
오늘따라 빈 지갑이 일탈을 조른다
그러고 보니
돈 쓸 일 많은 날이다
― 「빈 지갑」 전문
수의에는 주머니를 안 단다
주머니에 뭘 넣고 가는 망자는 없다
이승의 것은 구차한 말이라도 다 놓고 가라고
주머니를 안 단다
부음을 받고
수의를 입고 누운 관 앞에서
어이 어이, 곡을 한 뒤
내가 넣고 갈 무언가를 생각해본다
이승에서 진 빚 너무 많아서
저세상 가서라도 갚아야 하니
훗날
내 수의에는 주머니를 달아달라고
꼭 말해야겠다
― 「수의(壽衣)」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