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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6010
· 쪽수 : 132쪽
· 출판일 : 2023-07-31
책 소개
목차
제1부
차가운 사람•13/나는 텅 빈 초코케이크 안으로 들어갔다•14/평균•16/덜컥•18/하몽•20/체르니, 불가능한 체르니•21/야근•24/해적 0•26/해적 1•28/해적 2•30/발렛•32/표류•33/복도•34/방주•36
제2부
니체•39/교양•40/거미적인 너무나 거미적인•42/기일•46/영업•47/단란•48/애드리브•50/모빌•52/상냥한 사람•54/오와 열•56/여독•60/자맥•62
제3부
채광•65/이명•66/악몽•68/해적 3•70/도핑•72/유족•74/헤픈•76/해적 4•78/우리•80/해적 5•82/해적 6•83/첫눈•84
제4부
새•89/다정•90/무릎•92/청혼•94/갈대•96/라떼•97/종유석•98/나비•102/만월•103/스윙•106/다도•108/불안•110/비트메이커•112
해설 고봉준(문학평론가)•113
저자소개
책속에서
손을 잡았다고 생각했다 너무 따뜻해서 어서 이 손을 놓아야겠다고 아니 뿌리쳐야 한다고까지 생각했다 그럼 나는 분명히 손을 잡은 것이었고 그게 맞았다 허나 그렇다면 손이 없는 내가 손을 잡게 된 것이라면 그것은 뭔가 크게 잘못되었거나 뭔가 크게 아름다운 일에 속하는 것일 텐데 그렇지?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만 나는 그때 분명히 손을 잡았다고 믿어도 되는 거겠지? 그 온기와 촉감은 분명하게 살아있는 것이어서 닿았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내 안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라고
― 「차가운 사람」 전문
빛이 모여들면
나는 조금씩 가능해졌다
내가 가능해질수록
나의 기능은 사라져가고
잘 사는 것으로도 잘 죽어가는 것으로도
나에게 작은 흠집 하나 낼 수 없었다
아무렇지 않았다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았다
빛이 모여들면
나는 완전히 쓸쓸해졌다
나의 쓸쓸은 양털처럼 보드라웠고
독실했다
세상이 무너지고 있다는 확신 속에서의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빛이 모여드는 곳에서
나는 가장 멀리 손 흔드는 사람
빛보다 빠르거나 빛나게
빛보다 어둡거나 빛나게
― 「평균」 전문
사랑은 아니지만 자꾸만 소중해지는 사람이 있었다
풍경은 아니지만 점점 더 벅차오르는 나무 아래가 있었다
그늘은 우리 이름을 짓이겨서 만들었을까
나무 아래 작은 미래가 있었고
게으름과
첨탑과
가지 끝에 걸린 하얀 운동화가 있었다
심장은 뛰거나 가라앉고 있었고
침묵하거나 침해하고 있었고
굳이 꺼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심장은 푸른색이라는 것과 심장 속에서는 무수한 틈이 태어나고 있다는 것을
그렇게 나무 아래 작은 미래 속에서
새근새근
서로 다른 숲을 그리고 있는 소리를 들었다
다만 몰래 묻어주었던 꽃과 저녁과 서로의 굽은 등을 기억해
기억해줘
추억은 아니지만 자꾸만 돌아보게 되는 내일이 있었다
인연은 아니지만 자꾸만 더 애틋해지는 이야기가 있었다
― 「해적 0」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