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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6690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4-10-31
책 소개
목차
제1부
자화상 •13/책과 빵 2•14/책과 빵 3•16/책과 빵 4•18/가야 한다 그 길을•20/서시•22/X‐ray•23/첫사랑•24/구두 뒤축을 갈며•26/비 오는 날의 시(詩)•28/군불을 지피며•30/볼트와 너트의 이름으로•32/신문을 보면서•34/지상의 저녁•36
제2부
쌀을 씻으며•39/어머니의 아침•40/섬•43/사모의 노래•44/연을 날리며•46/우렁이의 노래•48/호박•49/가난한 영혼을 위한 노래•50/가지치기•52/수정동과 오동도•54/바다, 사계의 노래•55/내 한 벌의 옷 속엔•58/달•59/바람벽•60/나는 왜 울고 싶은 것일까•62
제3부
미나리•65/자정을 지나 밤은•66/아침맞이•68/고도에서 1•70/고도에서 2•72/고도에서 3•74/고도에서 4•76/고도에서 5•78/겨울 풍경화•79/횡계리의 겨울•82/보리를 밟으며•84/눈이 오는 날에는•86/대포 가는 길•88/해머를 들고•90
제4부
아버지의 노동으로•93/고향•94/플라타너스•95/5월•96/퍼붓는 비가 되어•99/완행열차를 타자•100/저녁놀•102/편지를 쓰자•103/향나무를 바라보며•104/그늘 속으로•106/느티나무•107/여수•108/화해를 위하여•110/무명초•111/겨울나무가 되어•112
해설 백인덕(시인)•113
저자소개
책속에서
책을 잘 읽으면 빵이 보였다
떡갈나무 닮은 선생님은
햇볕 아래 부채 잡은 손을 흔드시며
운동장 가에 멍석을 펴
우리를 부르셨다
밤송이로 날아오는 햇살을 피해
선생님 그늘에 몸을 숨기며 일제히
산개구리가 되어 돋우던 목청들
학습일지에 화단을 일구시던 선생님은
채송화 씨앗 같은
우리를 그 일지 속에 심어두시고
방학이 오기 전 꽃을 보고 싶으신지
송송 땀을 흘리셨다
흙을 고르고 덮느라 애쓰시는 선생님
그 마음 뒤편에 서서
철·수·야·영·희·야·바·둑·아·이·리·오·너·라
나하고 놀‐자
풀빛 목소리로 따라가면
마음은 벌써 철수와 영희와 함께
바둑이를 데리고 들판으로 뛰어가고,
책을 잘 읽는 아이들에게만
먼저 돌아가던 옥수수빵이 더 먹고 싶어
세계지도 어디쯤에서 찾아보는
아메리카, 아메리카
국어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책보다 커다란 빵이 보였다
― 「책과 빵―책보다 커다란 빵에 관한 학습」 전문
함지 가득 물을 붓고
참으로 가라앉혀야 할 것과
부표로 띄워 보내야 할 것을 생각하며
쌀을 씻으면
쌀의 눈물과 더불어
쭉정이와 검불과
모든 껍데기뿐인 것은 뜨고
일용할 양식만이
맑게 씻겨서 가라앉아 있나니
빛과 어둠이 섞인
세상 가득 물을 붓고
참으로 남겨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생각하며
쌀을 씻어 내리면
맑은 눈을 뜨는 빛만이 남고
쭉정이와 검불과 쌀겨로
씻겨가는 어둠을 볼 수 있다
― 「쌀을 씻으며」 전문
산다는 것이 때로
눈물겨울 때
붓을 들고 화폭 같은 강변에
나가볼 일이다
해 질 녘 노을처럼
강변을 걸어오는 사람들
손에 가난은 익어
파장을 돌아
고등어의 슬픔으로 남을지라도
어깨 위로 내리는
깨끗한 눈송이를 오래도록
바라볼 일이다
달빛이 안개꽃처럼 야윈 강심
우리도 저와 같이
가진 것이 없음으로
더 빼앗길 것 없는
이 넉넉함
이 눈부심으로 흘러볼 일이다
산다는 것이
때로 눈물겨운 사람아
― 「가난한 영혼을 위한 노래」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