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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6737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4-11-20
책 소개
목차
제1부
36인치 캐리어 13/문화생활 14/가능성에 대하여 16/맨해튼 레스토랑 18/부재 20/한여름 밤의 꿈 22/메멘토 모리 24/얼굴 없는 희망 26/호텔 나나 28/봄, 다시 30/인간관계론 32/중심 34/현재진행형 36/무의식의 바다 38
제2부
먼 곳 41/원주역 1 42/그 무렵 44/흐르는 시계 46/욕망의 시차 48/태백역 50/골목길 52/42번 국도 54/원주역 2 56/ㅁ자 여관 58/춘천 별곡 60/술자리에 대한 예의 62/안부 64/입춘 66
제3부
가을 숲 69/오래된 집 70/그날 이후 72/어느 날 아침 74/집으로 가는 길 76/호루스의 눈 78/사하라 버스 80/근대 갤러리 82/폭풍주의보 84/서곡리 통신 86/겨울 한낮 88/시월의 꽃밭 90/그때 92
제4부
간신히 95/누워야 해서 96/어떤 일 98/나선형의 시간 100/생활의 배경 102/우연의 꼬리 103/기억의 포자 104/노천카페, 12시 106/10월 108/뭉크 109/사각의 숲 110/여기서부터는 112/노을이 오는 카페 114
해설 우대식(시인) 115
저자소개
책속에서
밝음을 사기 위해
볕이 좋은 지중해로 가기로 한 것인데
가방의 크기만큼 밝아진다고 해서
초대형 가방을 사고
가방에 넣을 목록들을 작성하다가
고인 물과 고여서 썩은 사람을 넣어 가져왔다고
초등학교 때 선생님한테 손바닥 맞는 꿈을 꾸고는
나중에 가방에 고인 것들이 우르르 몰려나올 때
눈물이 나올까 봐 걱정도 되는 것인데
낯선 땅에서 만나는
또 하나의 내가 이렇게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당신은 이제 우리입니다
— 「36인치 캐리어」 전문
장마가 시작되자
전신주가 넘어지고
봉천내 다리까지 흙탕물이 차올랐다
원주천변 위를 맴돌던 새 떼가 날아올랐다
깨진 유리가 밀짚모자 위로 리어카 위로 핸드백 위로
여자아이의 손목 위로 새처럼 날았다
유리들이 바닥에 보석처럼 반짝이던 날
거리는 문화적으로 북적였다
극장 간판은 시속 100킬로미터로 흔들리는데
극장 안 사람들은 정면을 향해 안정적인 자세를 취했다
애국가가 흘러나올 때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뒤통수만 봐도 알 수 있는 사람들이 거기 있었다
동네 사람들은 모두 골목에 살았고
골목의 시작과 끝은 똑같아서
골목 사람들은 서로 알고 있는 사람이 되었다
골목 끝에서 극장까지 가는 세상이
영화 속 세상보다 작았지만
한쪽 팔에 붕대를 감은 여자아이는
날마다 극장의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그 무렵 여자아이는 고추장 항아리만큼 자랐다
— 「문화생활」 전문
소리는 언제나 현관문 여는 소리로부터 시작된다
그녀는 언젠가부터
눈물과 주름이 늘어난다고 했다
한 발 한 발
나무 계단에 닿는 슬리퍼 소리가 점점 무거워진다
그녀의 불행이 모두의 잘못인 것처럼
아까부터 LED 전등이 그녀의 소리를 듣고 있다
슬리퍼 소리
물 내려가는 소리
약병 뚜껑 따는 소리
옷장 문 여닫는 소리
그녀는 침대로 가기 전에
전등을 꺼달라고 말해볼까 하지만
그녀의 소리들은 야위어서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다
그녀가 방문을 닫고
딸각, 문고리를 거는 소리가 들린다
그제서야 어둠이 살금살금 기어가 불을 끈다
— 「얼굴 없는 희망」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