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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많은 그녀들

내겐 너무 많은 그녀들

안유경 (지은이)
문학의전당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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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많은 그녀들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내겐 너무 많은 그녀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7246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5-11-28

책 소개

2023년 《강원작가》로 등단한 안유경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내겐 너무 많은 그녀들』이 문학의전당 시인선 402로 출간되었다. 안유경 시인은 사유함으로써 ‘차이’를 지향하고, 언어가 배치된 뉘앙스를 통해 뜻밖의 울림이 공명이 되는 한순간을 겨냥한다. 발화는 흩어질 뿐, 생각처럼 의미의 그물망을 펼치지 못한다.

목차

제1부
나의 국숫집 13/낮달 14/가을볕 아래 16/깜빠뉴가 있는 풍경 18/미병 20/밥을 먹었다 21/가을 22/참외 24/양초를 사러 가기로 했네 26/그러면의 배경 28/아침의 매뉴얼 29/어느 날 30/책임을 묻지 마라 32/세 개의 새벽 34/오늘의 미션 36

제2부
몰타 39/저물녘 40/어둠 42/벼랑 44/꿈의 국적 45/부서지는 골목 46/오래된 인사법 48/숙희 50/꿈 51/루시의 오후 52/롯지가 보이는 언덕 54/이후로도 오랫동안 55/부표 56/박쥐 58

제3부
하루의 효과 61/노인이 온다 62/축제는 끝났다 64/나의 가을 66/자정의 노래 67/노인이 간다 68/족(族)에 관한 사유 70/문화극장 72/물방울무늬 73/밤들이 노니다가 74/나의 5월 76/하루 77/유년의 모빌 78/아스피린 같은 80

제4부
끝나지 않을 이야기 83/1981 84/내겐 너무 많은 그녀들 86/아침 다섯 시 87/붉은 순간들 88/제노사이드 90/동백 92/우기 93/금지령 94/노을은 붉은 화장을 하고 96/아무 날 98/벌써 100/손이 닿는 곳 101/노랑 도시 102/서곡리 1752번지 104

해설 백인덕(시인) 105

저자소개

안유경 (지은이)    정보 더보기
강원 원주에서 태어나 2023년 《강원작가》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호텔 나나』가 있다. 2025년 강원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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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앞에 빨간 우체통 하나 세워놓고
국숫집을 하고 싶다

푸른 바다가 보이는 한적한 곳에
사방이 뚫린
포장마차 하나 지어놓고
주머니 가벼운 사람도 함부로 드나들 수 있는

멸칫국물 가득한 가마솥 걸고
구수한 사투리와
조금은 짓궂은 농을 고명으로 올려
커다란 대접에 양껏 담아주는

깡통 하나 천장에 매달아 놓고
삐뚤거리는 손 글씨로
한 그릇에 천 원이라고 써 놓은
그런 국숫집을 하고 싶다
— 「나의 국숫집」 전문


서리가 내리기 시작했다. 논밭은 더 이상 수확할 것이 남아 있지 않다. 이제부터는 긴 잠을 잘 수 있다.

새소리가 들린다. 고양이 우는 소리를 듣는다.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린다. 누군가가 양철 대문을 두드린다. 옅은 꿈들이 지나간다.

양은 밥상 위에서 색동 조각보가 빛난다. 무거운 솜이불을 윗목으로 밀어놓고 밥을 먹는다. 괘종시계가 두 시를 알리면 골목을 빠져나온다.

다리 하나만 건너면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다. 아는 사람들이 있는 약속 다방, 언덕 위 성당, 하염없이 걸을 수 있는 철길이 있다.

바람이 분다.
나는 시간을 견디는 방법을 알고 있다.

아무도 내가 견디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때가 되면 다리에 켜진 전등을 보며 골목으로 돌아온다.
— 「가을」 전문


휠체어에 앉은 노인이
두 손을 모으고 창밖을 본다

장바구니를 들고 종종걸음을 걷는 여자
잰걸음으로 자전거에 올라타는 남자

깨금발로 걸어가는 계집아이
빨간 붕어가 든 비닐 가방을 들고 가는 노인

사람들 사이로 흩날리는 벚꽃을 본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노인이
차를 마시면서 눈물을 닦는다

온몸에 가득한 주름과
팔에 시퍼런 멍을 가진 노인이
링거병의 눈금을 본다

링거액이 반쯤으로 줄어들 때마다
아픈 몸을 비틀면서
흰 벽에 달린 둥근 시계를 본다

오후 7시
또 하루가 갔다고 중얼거린다
― 「노인이 온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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