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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59872600
· 쪽수 : 306쪽
책 소개
목차
글을 쓰면서
1장 북관, 그 교실로
2장 별을 찾아서
3장 용산 허수아비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랬습니다. 긴긴 겨울방학도 지나가고, 짧아서 달콤한 봄방학마저 다 까먹고 말았습니다. 나는 주뼛거리며 마침내 4학년 교실을 찾아갔습니다. 본관 3학년 교실을 올려다보니 조금 맘이 짠했지만, 복도에 내걸린 ‘4-1’이란 팻말을 쳐다보니 어깨가 으쓱해지며 기분이 은근히 좋아지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4학년은 이제 저학년이 아니라 고학년이었으니까요. 고학년, 이 얼마나 듣기 좋은 이름입니까?
너무나 맑은 밤하늘에 너무나 많은 별들이 또록또록 눈을 뜨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세상의 별이란 별은 모조리 윗도곡의 하늘로 몰려온 것 같았습니다. 정말 혼자 보기 아까운 찬란한 별밭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르르 우리를 데리고 그 멀고 높은 동네 윗도곡까지 갔다 온 진구였지만, 그 뒤로 하는 행동을 가만히 보면 꼭 금옥이와 사귀는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금세 진구의 입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또 다른 여학생 이름이 튀어나오곤 했으니까요.
우리는 높다란 철둑을 구르듯 달려 내려와 동네 안길에 붙어 있는 어느 집 문짝 없는 헛간으로 뛰어듭니다. 그런데 또 이상합니다. 잠시 전까지만 해도 분명 우리 동네 친구 하나가 내 옆에 붙어 있었는데, 이제는 헛간 안에 덜렁 나 혼자뿐입니다. 어딘가에 알아서 숨었겠지, 에라 모르겠다, 나는 바닥에 흩어져 있는 헌 가마니짝 밑을 파고 들어가 몸을 숨깁니다. 잠시 뒤, 왁자지껄해지는 헛간 앞 골목길. 가마니 틈으로 가만히 엿보니 아 글쎄, 언제 뛰어내려 왔는지 시커먼 옷을 입은 기관사가 큰 소리로 외치면서 나를 찾아 두리번거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