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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0232271
· 쪽수 : 240쪽
책 소개
목차
2. 금수의 본성(本性)
3. 한강의 눈물
4. 봉하노송(烽下老松)의 절명
5. 새야 새야 파랑새야
6. 하늘로 가는 바다, 임수도(臨水島) 앞바다
7. 1993년 10월 9일
8. 서해훼리호의 출항
9. 서해훼리호의 변침(變針)
10. 칠산바다의 성난 파도
11. 고통과 죽음의 바다 인당수(印塘水)
저자소개
책속에서
마당으로 뛰어든 두 명의 시민군 가운데 한 명이 화단의 꽃그늘 아래 내동댕이쳐진 삽을 집어 들더니 만수의 오른쪽 다리를 사정없이 내리 찍었다. 만수의 비명이 담을 넘어 대문 앞 골목을 지나 동네의 이 고샅 저 고샅으로 울려 퍼지기도 전에 또 한 명의 시민군이 화단에 놓여 있던 두리함지박만한 바윗돌을 번쩍 들어 올렸다. 남학생의 주검 위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있는 만수의 얼굴을 향해 바윗돌을 내리쳤다.
“으악…!”
만수는 고통스럽다 못해 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지르며 눈을 떴다. 꿈이었다. 나이 스물세 살이었던 1980년 5월부터 쉰두 살이 되는 2009년 5월까지 자그마치 29년 동안 만수를 지독하게 괴롭혀 온 악몽이었다.
_<5월 광주의 악몽> 중에서
‘이 금수의 세계가 인간 세상과 어찌 이리 똑 같을꼬? 강자는 잘 먹고 잘 살고, 약자는 못 먹고 못 사는 것이 정말 우주만물 삼라만상의 이치란 말인가? 강자는 저 강아지와 거위처럼 먹을거리를 발아래 깔아놓고 뭉개며 쉬엄쉬엄 여유를 갖고 챙겨 먹는다. 그런데 약자는 저 청둥오리, 칠면조, 닭처럼 먹을거리를 눈앞에 두고도 먹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강자가 양껏 처먹다 배가 터질 것 같아 내버린 것이나,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을 어떻게든 찾아 먹어야 된다. 그것도 운이 없고, 복이 없고, 돌봐주는 이가 없으면 굶어 죽어야 되니… 아, 이 빌어먹을 인간의 세상에서 어찌 살아야 된단 말인가?’
_<금수의 본성> 중에서
죽창을 손에 들고, 괭이를 어깨에 메고 기나긴 압제의 밤들을 하얗게 지새웠을 백산성의 동학 농민군. 배고픔에 지친 그들은 처자식과 노부모를 집에 남겨 두고 집을 나섰고, 타락한 관리들의 학정과 수탈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백산에 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어찌 두렵고 무섭지 않았으랴. 언제 어디서 관군의 칼에, 일본군의 총에 맞아 죽을지 모를 신세였기에 서럽고 쓰리던 지난날들을 떠올리며 하염없이 속울음을 터트렸으리라.
그 소리 없는 통곡소리에 백산 아래 녹두벌판을 가로질러 흐르는 동진강과 고부천도 어찌 울고 또 울지 않았으랴. 동진강과 고부천의 강물도 결사항전에 나선 농민군의 속울음을 들으면서 밤낮으로 함께 울부짖었으리라.
_<새야 새야 파랑새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