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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91160260694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18-02-13
책 소개
목차
한국어판 서문
20세기의 셔츠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내 생각에 믿음은 햇살을 받으며 지내는 것과 비슷한 거야. 햇살을 받고 있을 때 그림자를 만들지 않을 수 있어? 네가 너라는 것을 절대 잊지 못하게 할 것처럼, 너랑 똑같은 모습으로 항상 너한테 달라붙어 있는 그 어둑한 부분을 떨쳐낼 수 있냐고? 결코 떨쳐낼 수 없어. 그림자는 의심을 뜻해. 햇살을 받고 있는 한 네가 어디를 가든 그림자는 따라다녀. 그런데 햇살을 받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베아트리스 : ‘모든 것이 끝나는 어느 날, 우리가 겪은 일들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하고 물었어.
(버질이 넘어진다.)
버질 : 그건 우리가 살아남을 때 말이지.
“이 질문이 희곡에서 핵심적인 질문입니다. 그들에게 닥친 일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그들은 틈날 때마다 그 질문을 거론합니다.”
헨리가 불쑥 끼어들었다.
“제가 아까 카페에서 했던 질문에 답을 구한 것 같습니다. 희곡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느냐고 여쭸지요. 결국, 베아트리스와 버질이 뭔가를 가리키는 말에 대해 말하는 것이 어르신의 희곡에서 일어나는 사건입니다.”
“나는 그걸 기억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헨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얘기가 셔츠에서 전개됩니까?”
“그렇습니다, 셔츠의 뒤쪽에서.”
“베아트리스와 버질이 빵 부스러기보다 작거나, 셔츠가 엄청나게 크겠군요.”
“아주 큰 셔츠입니다.”
“그러니까 셔츠에서 원숭이와 당나귀가 돌아다닙니까? 거기에 나무와 시골길이 있고요?”
“그 이상이 있습니다. 모든 게 상징적인 겁니다.”
헨리는 자기가 똑같은 말을 먼저 했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겠죠, 상징적인 것이겠죠. 하지만 무엇을 상징하는 겁니까? 상징이 무엇을 대신하는 건지 독자가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합니다.”
“아메리카 합중국, 유럽 옷감 연합, 아프리카 구두 연방, 아시아 모자 연합, 이름은 뭐라도 상관없습니다. 우리가 멋대로 지구를 나눠서 풍경에 이름을 붙이고, 지도를 그리지 않습니까. 그러고는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