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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0263275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3-11-01
책 소개
목차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는 시간
맨 뒷줄의 아이
그때 나는 누구였을까
검은 고양이 만세
기억의 나무
이게 내 인생일까
수평생활
항로표지원 이부연 씨
게으르다는 형용사
타원형 궤도를 따라 태양을 도는 중국 찻주전자
기도카펫
나무와 함께 정처 없음
테나가 왔다
이토록 유쾌(해)하고 친밀한 흡연
내 세계의 크기
문자공화국의 시민(들)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는 큰 키 때문에 항상 맨 뒤에 섰고 교실에서는 맨 뒷줄에 앉았다. 교실 뒤쪽에 앉으면 교실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면 내가 그 세계의 일부로 느껴지기보다는 경계로 밀려나와 그 세계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시선을 갖게 된다. 그 과정은 몹시도 자연스러워서 내가 원래 그 세계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은 생각나지 않았다. 어딜 가도 나는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뒷자리를 찾았고 어느 집단에 가도 나는 아웃사이더가 될 재목이었다.
_28쪽, 「맨 뒷줄의 아이」
나는 세상을 너무 조심조심 살아서 무슨 일에서도 팔을 끝까지 못 뻗는 사람이었는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숨을 헐떡이며 사람들에게 발길질을 해대고 있었구나.
야, 정신 차려. 아마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내가 나 자신에게 종종 하는 말처럼 말이다. 그치만 그 사람은 내 말을 못 알아들었을 것이다. 그 사람은 누구였을까. 내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를 만났는데 정작 나만 만나보지 못했다.
46쪽, 「그때 나는 누구였을까」
『솔라리스』를 읽은 것은 생각나지만 그 고립된 행성에서 어떤 이유로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갔다는 것 말고는 소설 내용이 거의 기억나지도 않았다. 내 기억들은 가물가물 깜박이다 어딘가로 사라져 숨어버리거나 기억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되기도 한다. 시간에 휩쓸려 희미해지는 것 말고도 무언가가 우리 기억을 단박에 앗아 가는 일도 있다. 오래전에 읽은 책 내용이나 오래 만나지 못한 누군가의 이름 같은 것이 아니라, 나를 당신을 잊기도 한다는 것은 신비롭고도 무서운 일이다. 우리는 어쩌면 그렇게 잊혀져 완전히 사라지기도 할 터이다.
_71쪽, 「기억의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