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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0263299
· 쪽수 : 140쪽
· 출판일 : 2023-12-01
책 소개
목차
문장을 얹으며
미래에 꺼내 쓸 빛을 품은 소설 – 김혼비 4
1부 동지 冬至 11
2부 대한 大寒 57
3부 우수 雨水 101
독자에게 쓰는 편지
겨울을 지나가는 사람에게 135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어느 초여름에 베어 먹은 복숭아의 떫은 단맛이 어떻게 엄마의 몸 안에 퍼져갔는지, 배를 앓던 날의 베개 너머 꿈의 입구는 어떤 세상을 열어주었는지, 첫딸을 처음 품에 안은 순간 뜨겁게 눈물을 쏟아내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런 것도. 박물관이나 도서관이 그 안의 기록물과 전시품, 서적과 함께 사라지듯 엄마가 엄마의 시간을 안고 이 지상에서의 자취를 거두어간다고 생각하면…….
허무했다.
한 사람의 부재로 쌓여가는 마음이 집이 된다면 그 집의 내부는 너무도 많은 방과 복잡한 복도와 수많은 계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리라. 수납공간마다 물건들이 가득하고 물건들 사이 거울은 폐허의 땅을 형상화한 것 같은 먼지로 얼룩진 곳, 암담하도록 캄캄한 곳과 폭력적일 만큼 환한 곳이 섞여 있고 창밖의 풍경엔 낮과 밤, 여름과 겨울이 공존하는 그런 집…….
“엄마한테 어디 가고 싶은지, 뭘 구경하고 싶은지 제대로 물은 적이 없네. 알려 하지 않았어.
미연의 말에 나는 대답할 말이 없어 괜히 술만 더 따라 마셨다. 꿈의 마지막 장면,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모습으로 그 추운 숲길을 혼자 걸어가던 엄마의 뒷모습이 머릿속에서 자꾸 소환되어서이기도 했다. 단지 꿈이란 걸 알면서도, 어린 엄마가 감당했을 숲의 추위가 나는 걱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