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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0404005
· 쪽수 : 284쪽
· 출판일 : 2020-07-28
책 소개
목차
봄 학기 7
여름 학기 69
가을 학기 131
겨울 학기 193
겨울 단기 261
작가의 말 273
추천의 말 276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게시글에는 37개의 댓글이 달려 있었다. 대부분 베트남어로 된 댓글이었는데 그중 영어로 달린 댓글이 3개 있었다. (…) 이 여자가 정말 예쁘냐고 비꼬는 댓글과 선생님이 되기엔 너무 예쁘다는 정반대의 댓글이 나란히 있었다. 마지막 댓글은 ‘씨발, 꼴리네’라고 번역해야 할 것이다. 선이는 ‘코리안핫걸’이라는 해시태그를 클릭해 같은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을 검색해보았다. 속옷만 걸치고 가슴을 드러낸 여자들의 사진이 쏟아졌다. 숨이 턱 하고 막히는 것 같았다. 말도 안 돼. 선이는 자신이 꽌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던 단어, ‘부당하다’와 ‘모욕적이다’를 떠올렸다. 꽌 씨, 이건 부당해요. 이건 정말 모욕적이에요. 내게 이런 이름을 붙이지 마세요. 그리고 미주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것 같아요.’
미주는 대자보를 붙이고 나서 여전히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선배들과 동기의 눈을 한 명씩 맞추면서, 공개 사과 대자보가 옆에 붙기 전에는 자신의 대자보를 뗄 생각이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싸울 것. 포기하지 말 것. 그런 것들이 풍물패 활동을 하면서 배운 거라고 말했다. 풍물패에서 어떤 신념을 배우기에는 미주가 활동했던 기간이 너무 짧았다는 걸 지적하는 사람은 없었다.
한희는 지나치게 열심히 했다. 가장 일찍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했다. 타 대학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노동시간으로 메꾸려는 것처럼 보였다. 미주는 한희가 외부에서 왔건, 내부에서 뽑혔건 상관하지 않았다. 한희가 얼마나 일을 열심히 하는지는 더더욱 신경 쓰지 않았다. 한희는 책임이었고, 미주는 평강사였다. 각자의 자리에서 할 일을 하면 그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