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비평/칼럼 > 한국사회비평/칼럼
· ISBN : 9791160404401
· 쪽수 : 288쪽
책 소개
목차
1장 모두 다 승자인 동시에 패자인 사회
◌ 우리가 알아야 할 네 가지 유형의 사회
◌ 한국이 ‘풍요의 역설’을 빗겨가지 못한 이유
◌ 21세기형 불화는 무엇이 다른가
◌ 거주지 분리의 시대
◌ 무엇이 학대자인 동시에 피학대자를 만드는가
◌ ‘학대의 불꽃’을 만드는 사회적 신호들
◌ 갑질 심리는 도미노처럼 번진다
◌ 코로나19 시대의 ‘정의’
2장 불안의 시대
◌ 불안이란?
◌ 밑바닥으로 추락할 것 같다는 불안감
◌ 사회적 생명의 죽음을 방치하는 사회
◌ 학대 불안, 추방 불안, 자존감 불안
◌ 평가 불안, 위계 불안, 사회 불안
◌ 뱀이나 독거미보다 두려운 ‘칵테일 파티’
3장 불화지수로 한국인의 정신건강 진단하기
◌ 평등과 정신건강의 상관관계
◌ 다층적 위계가 위험한 이유
◌ 풍요-불화사회는 어떤 욕구를 좌절시키는가?
◌ 공동체의 집단치유 능력
◌ 마지막 정신적 보루가 무너지고 있다
◌ 사회를 보면 개개인의 정신질환이 보인다
4장 존중받기 위해 돈을 욕망하는 사람들
◌ 존중받기 위해 돈을 욕망하는 사람들
◌ 나르시시즘과 자기홍보 경향이 심해지는 이유
◌ 풍요-불화사회를 살아가는 부자들의 심리
◌ 불편한 진실 VS 돈이 되는 편안한 허위
5장 초라한 개인주의 사회
◌ 초라한 개인주의 사회
◌ 인간증오 심리의 비옥한 토양, 불신 사회
◌ 코로나19와 분열 사회의 두 가지 얼굴
◌ 오늘날 분노형 범죄가 유독 많은 이유
◌ 역량 박탈 사회의 가장 큰 피해자는 누구인가
◌ ‘일할 맛’의 실종, 활력 상실 사회
◌ 능력주의가 저항 포기 사회를 만드는가
6장 인간은 왜 정의를 원하는가?
◌ 인간의 존엄과 품격을 결정하는 핵심 가치
◌ 도덕이란 개념은 어떻게 생겨났는가
◌ ‘자각적으로 지킨다’는 의미를 되새겨야 하는 이유
◌ 결국 도덕적 평가에서 벗어날 수 없다
◌ 오늘날의 주류 도덕은 무엇인가
◌ 인간은 정의를 원한다
◌ 세 가지 평등
◌ 한국인이 유독 정의에 민감한 이유
7장 어떻게 하면 풍요-화목사회로 갈 수 있는가?
◌ 부정의는 숙명인가
◌ 평등의 리셋 버튼
◌ 젖과 꿀이 흐르는 사회는 이미 도래했다
◌ 한국이 나아가야 하는 길
◌ 인류는 자본주의를 넘어서야 한다
◌ 자본주의와 환경보호가 양립할 수 없는 이유
글을 마치며
참고문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위계에 따라 사람의 가치가 정해지고 차별을 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위계에 만족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부끄러워하고 싫어한다. 자신이 낮은 위계에 속한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고 싫어하다 보면 자기혐오에 빠질 수도 있다. 나아가 자신과 같은 위계에 있는 사람을 좋아하기란 불가능하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타인도 사랑할 수 있듯이 자신의 위계를 긍정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만이 동일한 위계의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들과 연대할 수 있다. (중략) 이와 마찬가지로 낮은 위계에 속해 있는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만이 동일한 위계의 타인들과 연대할 수 있다. 위계 상승 욕망이 강하다는 말은 곧 그가 자신의 위계를 탈출하고 싶어 한다는 말과 통한다. 자신의 위계를 부정하는 사람이 같은 위계 사람들과 불화하는 것은 필연이다. 오늘날 자본주의는 사회에 마구 칼질을 해 사람들을 다층적 위계로 썰어놓고는 동일한 위계의 사람들조차 채로 쳐 사방으로 흩어놓는다. 21세기형 불화를 특징으로 하는 풍요-불화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철저히 파편화되고 원자화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한국의 부모들은 이런 이유로 자식들에게 공부를 강요한다. 존중받지 못하는 고통, 무시당하는 고통이 얼마나 견디기 힘든지를 잘 아는지라 부모들은 자식들이 힘들어한다는 걸 잘 알면서도 ‘지금 힘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야. 나중에 돈 못 벌어서 무시당하는 고통에 비하면. 그러니까 참고 공부해’라고 말하면서 강요를 멈추지 못한다. 참으로 슬픈 말이지만, 오늘날 한국인의 삶이란 학대를 피해 미친 듯이 위계의 사다리를 올라가는 과정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리처드 윌킨슨과 케이트 피킷은 《불평등트라우마》에서 “불평등이 증가하면서 모두가 지위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에 민감해졌으며 모욕당할지 모르는 가능성을 경계하게 됐다”고 한탄했다. 모욕, 즉 학대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모두를 위계의 쳇바퀴로 몰아넣는다.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회에서는 사랑조차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다. 한국 사회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고 사랑한다 하더라도, 돈이 없으면 자신을 사랑의 무능력자로 느끼게 한다. 사랑하는 친구와 최소한의 교제를 하려고 해도 커피값, 밥값 정도는 필요하다. 부모는 자식한테 학원비를 주고 싶고, 괜찮은 옷과 신발 등을 사 주고 싶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돈 없이는 최소한의 관계나 교제조차 어려운 사회에서 돈이 없는 사람들은 누군가를 사랑할 자격이 없으며 사랑의 능력이 없다고 느끼도록 강요당한다. 그런 느낌은 사랑 욕구를 위축시키고 좌절시킨다. 결론적으로 풍요-불화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랑 욕구는 끊임없이 좌절되며, 그 정도는 위계가 낮을수록 심하다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