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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자기계발 > 창의적사고/두뇌계발
· ISBN : 9791160409116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22-10-31
책 소개
목차
추천의 말
프롤로그
1장 상암동 사람들
◆ 한국 드라마 주인공들은 ‘연세대’를 졸업하고 상암에 취직한다
◆ 철이 좀 늦게 드는 상암동 사람들
◆ 시스템이 없는 곳
◆ PD 본인이 시스템이다
◆ 장인과 기성품
◆ 죽이든 밥이든 60분은 채워야 한다
◆ 방송은 기다려주지 않아, 아마 인생도
◆ 이름을 붙일 수 없는 일들
◆ 우리는 모두 인정이 필요하다
◆ “너 같은 PD도 필요하지!”
◆ 그거 다 대본 아니에요
◆ 스물다섯 스물하나
2장 뭐라도 있으면 발을 디딘다
◆ 끝까지 가본 경험이 바꾸는 것
◆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디어, 그 다음은
◆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나요”
◆ 삶으로 답해야 하는 질문
◆ 새로운 맛과 아는 맛
◆ 레퍼토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정교해진다
◆ 세상이 좁은 게 아니에요
◆ 기름진 피의 겸손
◆ 인생에는 상수가 필요하다
3장 “왜 만나서 카톡을 해요”
◆ 뭐 하나, 새로운 것 하나
◆ ‘어떻게’가 먼저 정해진 기획
◆ 기획의 화신, MC
◆ 인터뷰의 기술
◆ “왜 만나서 입 놔두고 톡으로 이야기해요”
◆ 가로막히지 않는 말들
◆ 예능이 할 수 있는 일
◆ 어떤 자막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 “그냥 이렇구나, 끝. 이래도 만족이에요”
◆ 생각에도 로케이션이 필요하다
◆ 박수칠 때 못 떠난다, 원래는
◆ 인터뷰: 타협도 결국, 함께 하는 것
4장 본격 예능 제작 전문용어(은어) 가이드
◆ 이 바닥 사람들만 쓰는 말
◆ 야마(명사)
◆ 마(명사)/마가 뜨다(동사)
◆ 시바이(명사)/시바이 치다(동사)
◆ 니쥬(명사)/니쥬 깔다(동사)
◆ 오도시(명사)/오도시 터지다(동사)
◆ 니마이(명사)/쌈마이(명사), 나까(명사)
◆ 바레(명사)/바레 시키다(동사), 바레 나다(동사)
◆ 데꼬보꼬(형용사)
◆ 나래비(형용사)
◆ 와꾸(명사)/와꾸 짜다(동사)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런 면에서 상암동 사람들은 단순히 옷 입는 스타일만 젊은 게 아니라 정말로 젊은 것일지도 모른다. 저마다 좋아하는 음악은 따로 있겠지만 취향이 아니더라도 새로 나온 아이돌 신곡은 한 번씩 챙겨 들어야 한다. 일부러 챙겨 듣지 않더라도 방송을 만들다 보면 자연히 요즘 인기인 유행가들을 여러 차례 듣게 되고, 음반을 낸 가수가 직접 들고 찾아와 건네기도 하니 새 노래를 듣지 않기가 더 어렵다. 노래뿐이랴. 요즘엔 뭐가 제일 재미있고 인기인지 항상 눈을 크게 뜨고 찾아다니는 것이 일이니 새로운 자극과 정보로부터 숨을 수가 없다. (물론 그걸 힘써 찾아야 한다는 점이 나이가 들었다는 반증이긴 하다. 어린 나이일수록 이런 건 본능적으로 찾아낸다.) 옷차림도 실은 한몫한다. 사람들은 겉으로 보이는 자신의 외양에 스스로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후드티에 청바지만 입다가 어떤 사회적 관문에 들어서며 정장을 갖춰 입게 되었다면 화장실 거울 앞에 설 때마다, 쇼윈도 앞을 지날 때마다 문득문득 비치는 낯선 자신의 모습에 맞춰 조금씩 태도를 수정해 갔을 텐데, 대학 시절 모습 그대로 (어쩌면 돈을 벌면서 더 과감해진 모습으로) 상암동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그럴 기회가 없었다. PD들이 정장을 입을 때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혼나러 갈 때뿐이다. 그래서 ‘정장 입는다’라는 말은 학창 시절 ‘교무실 불려간다’라는 말과 비슷한 용도로 쓰인다. 출연자가 수위 높은 농담을 하면 “어우, 그러다 저 정장 입어요!” 하는 식으로
반면 주먹구구라고 할 만큼 체계 없는 방송사 예능의 제작 방식은 곧 PD 한 명 한 명이 그 자체로 시스템이라는 뜻이 된다. 극한의 ‘고신뢰체계’인 것이다. 한 프로그램 안에서는 그 어떤 결정 사항도 메인 PD를 거치지 않는 것이 없다. 메인 MC 결정부터 사소한 자막의 디자인 하나까지 PD를 거쳐야 결정이 이루어진다. 테일러리즘의 매뉴얼과 비교하면 비효율적이기 짝이 없다. 하지만 매뉴얼은 자동차 공장처럼 모든 공정이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만 힘을 발휘한다. 예상외의 상황을 만나면 무용지물이다. 방송 제작 현장은 이야기와 사람을 다루는 곳인 만큼 모든 것이 변수이다. 심지어 예능에서는 쓰인 대로 읽는 대본도 없다.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매뉴얼과 시스템을 거칠 새 없이 바로 현장에서 재량껏 판단을 내려야 한다. 방송시간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지체할 시간도 없다. PD는 매순간 시스템 없이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이다.
PD들은 대부분 연출자이기 이전에 감상자들이다. 그리고 아마 그들이 감상자로서 좋아하는 취향이 연출자로서 만드는 것과도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아직 경력이 일천한 나 같은 PD는 내심 고민이 드는데, 내 마음에 쏙 드는 작품치고 크게 흥행한 경우가 거의 없고, 반대로 크게 흥행한 작품치고 딱 내 마음 같다고 느낀 경우도 드물기 때문이다. 시선을 좁혀 예능국 안으로 들어와도 왠지 잘 나가는 예능 프로그램들을 보면 나와는 결이 다르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런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종종 해주는 말. “너 같은 예능 PD도 필요해!” 각각 다른 여러 사람들에게 똑같이 듣는다. 분명 서로 모르는 사이일 텐데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비슷한 표현이 생각나는 모양이다. 이 말을 들으면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좀 복잡해진다. ‘필요하다’는 아무리 봐도 최소의 존재다. 커트라인의 느낌이다. 돈가스 그릇 한쪽의 샐러드이고, ‘반반 무 많이’를 외치며 치킨 시킬 때의 ‘무’이다. 그렇지, 필요하지. 샐러드 필요하고 치킨 무 필요하고. 하지만 왠지 돈가스랑 치킨은 내 자리가 아닐 것 같다는 느낌. 나도 돈가스 되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