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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5749981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20-05-2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겪어보니 별거 아니더라
1장 자립의 순간은 문득
자취하는 사람
맛없는 오렌지
꽃을 좋아하던 아이
빨래를 해야겠어요
운동이 아니면 죽음
프로 테크닉 코믹스
소리 고생
혼자 살다 보니
축제가 한창 좋을 나이
어른은 언제 돼
서울에 내 방 하나
2장 문밖으로 나가면
동안이시네요
그놈의 합격 수기
설레서 뛰어든 열차의 꽁무니
1초 25프레임
PD를 하다 보니
넥타이가 없다
남자지만 긴 생머리입니다
손목시계의 진공
알레르기 알려주기
적당히 오래오래 분투하기
원래 그런 애
3장 단단한 홀로서기를 위한 도구들
글쓰기의 감각
인생 조지는 위기를 피하는 방법
여기보다 어딘가에
동네 서점에서 만나요
책장의 취향
도시의 고해소
어둠을 뚫고 무대에 서면
아시아인 히어로
4장 손이 더 멀리 닿을 수 있도록
좋아하는 계절을 묻는다면, 봄
희망은 노란색
추위를 견디는 법에 대하여
인생에 선배가 어딨어
가장 시작하기 좋은 나이
나 이 나이에
겸손한 겸손
행복 같은 사람
좋은 어른
휴일의 감각
에필로그 사람을 바꾸는 것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맛없는 오렌지
혼자 산다는 건, 집을 나왔는데 ‘보일러 껐나?’처럼 아차 싶은 일이 있을 때 부탁할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난 꽤 쓸데없는 수고를 자주 하는 편이다. 몸에 밴 습관들은 말 그대로 몸에 배어 하는 일이라 쉽게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습관은 참 잘 들였다. 가스 밸브도 쓰고나면 제때 잠가두고, 집을 나설 땐 당연히 문을 잠근다. 잠그고 나서도 잘 잠겼는지 문고리를 두세 차례 당겨보기까지 한다. 문제는 그래 놓고도 그걸 까먹는다는 거다. 너무 의식 없이 하는 행동이라서. 몇 주짜리 출장을 떠나려고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나와 신호등 앞에 서 있다가 퍼뜩, 문을 잘 잠그고 나왔는지 불안해진다. 심지어 여느 집이 그렇듯 우리 집도 문이 닫히면 자동으로 잠기는 도어락인데. 설마 그냥 닫기만 하면 잠기는 문을 열어놓고 나왔을까.
설마는 힘이 없다. 지금까지 항상 잘 잠갔어도 오늘 열어놓고 나왔다면 다 소용 없는 일이다.
캐리어를 들고 낑낑거리며 다시 올라가 확인해 보면 역시나 문은 잘 잠겨 있다. 사실 이렇게 돌아갔을 때 문이 열려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어쩔 수 없다. 이번에 열려 있으면 다 소용 없다니까.
- <1장 자립의 순간은 문득> 중에서
어른은 언제 돼
스무 살이 넘어 법적으로 성인이 되는 순간 그동안 생각해 온 바로 그 어른이 되었다고 느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 순간을 기다렸다가 미성년자 관람불가 상영관을 당당히 들어섰다든지, 술 담배를 보란 듯이 구매했다면 모를까. 이건 법적인 성인이 되었음을 만끽한 순간이다. 동시에 그들이 보아오던 어른과는 가장 동떨어진 모습일 것이다. 술 담배 사면서 우쭐하는 어른을 볼 일은 없었을 테니.
어디 보자, 내가 성인이 되고 처음 극장에서 봤던 19금 영화는 이병헌이 나오는 <달콤한 인생>이었다. 특별한 스토리는 없었고, 감독의 말에 따르면 ‘한 번의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끝까지 가는’ 모티브로 만든 영화라고 했다. 진짜 끝까지 가는 영화였다. 곳곳에서 예고 없이 튀어나오는 총소리, 쉴 새 없이 이어지는 피 칠갑 파티에 기가 다 빨렸다. 같이 본 친구와 둘이 핼쑥한 얼굴로 극장을 나오며 우리 앞으로 19금은 보지 말자고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성인용 영화는 봤지만 어른이 되진 못했다.
- <1장 자립의 순간은 문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