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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사회문제 일반
· ISBN : 9791198850263
· 쪽수 : 356쪽
· 출판일 : 2025-06-25
책 소개
★제60회 백상예술대상 예능작품상 노미네이트★
극단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제3회 청룡시리즈어워즈 예능·교양 부문 최우수작품상 수상, 제60회 백상예술대상 예능작품상 노미네이트 등으로 화제성과 작품성 모두를 인정받은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를 기획·연출한 권성민 피디가 신간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를 통해 그 이야기를 확장해 간다. “현실 사회의 축소판을 재현하고 인간의 다면성을 조명하며 리얼리티의 새 지평을 열었다.” “서로의 의견이 달라도 충분히 공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라는 평을 받은 이 프로그램 기획의 기반이 되었던 문제의식부터 한국 사회 갈등의 축인 정치, 젠더, 계급, 사회윤리를 둘러싼 쟁점을 다루며 서로 다른 이념과 가치관의 맥락을 균형 잡힌 시선으로 펼쳐 보인다. 저자 개인의 경험, 일종의 사회실험이기도 한 프로그램 속 장치들과 장면들, 그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 정치적·사회적 이론과 담론을 총망라해 한국 사회의 각기 다른 의견의 지형을 입체적으로 그려나간다.
권성민 피디는 지난 14년간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를 예능 프로그램에 담아 대중과 소통해 왔다.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에서도 이러한 역량이 돋보인다. 정치적·사회적 개념들을 일상 속 사례와 사회의 구체적 풍경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하며 삶의 맥락 속에서 이해되도록 돕는다. 유머러스하면서도 성실한 안내 덕분에, 이 책은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정치사회 교양서로 자리매김한다.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는 어떤 입장이 더 옳고 그른지 규정하려는 책은 아니다. 저자는 온라인상에서 두드러지는 극단적인 의견에서 눈을 돌려, 사람들의 의견이 형성되는 배경과 그 안에 작용하는 본능을 이해해 보자고 제안한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역사와 궤적을 지닌 존재이며, 납작하고 단순한 의견으로 환원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권 출범 이후 내란을 종식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지금, 우리는 과연 해묵은 갈등을 끝내고 통합과 공존의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 책은 사람들 사이에 열린 대화와 질문을 움트게 할 것이다.
서로 다른 의견이 부딪히는 곳에서 자신의 당위와 무결함을 확인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면, 함께 발을 디디고 있는 땅에서 합의점을 찾아내고 각자가 꿈꾸는 사회를 아주 조금씩이라도 실현해 나가고자 한다면, 우리는 상대의 언어를 이해하고 상대가 서 있는 자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 내 의견을 더 잘 관철시키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11쪽)
「더 커뮤니티」라는 유희적 공론장은 어떻게 성공했을까?
서로 만나지 않는 시대, 잃어버린 공론장을 찾아서
2024년 1월 방송된 「더 커뮤니티」를 향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물론 젊은 층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탔고, 해외 시청자들까지 다양한 소감을 전해오는 등 성별과 연령, 국가를 넘어 호응을 이끌어냈다. “처음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인물이지만 보다 보니 그의 역사를 이해하게 되었다.” “미더웠던 자의 말이 사실은 텅 비어 있음을 알아차리고, 딴 데서 만나면 적이었을 자가 귀여워 보여서 당황스럽다.”라는 평이 이어졌다.
SNS가 소통과 여론 형성의 중심 무대가 된 오늘날, 확증편향을 통해 기존 생각이 강화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체감하고 있으며 전문가들 역시 공통으로 지적하는 문제다. 면대면 소통을 늘리는 것이 민주주의의 회복에 중요하다는 석학들의 진단은 「더 커뮤니티」가 기획되는 주된 기반이기도 했다. 저자 역시 예능 피디로서 온라인 공론장이 되레 사람들 사이의 소통을 저해하고 민주주의에 큰 위기를 가져왔음을 체감해 왔다.
책의 1부 「서로 만나지 않는 세상」에는 이렇듯 권성민 피디가 프로그램을 기획하기까지 품어온 문제의식을 담았다. 온라인 소통 환경에서는 단순한 논리로 무장한 극단적인 의견이 두드러지며, 무엇보다 한 사람의 의견이 형성되는 다양한 맥락과 역사가 지워진다. 저자는 서로가 서로를 ‘비인간화’하기 시작하면 소통과 타협 속에서 건강한 여론이 형성되고 더 나은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말한다. 온라인의 댓글은 현실 여론과 얼마나 비슷할까? 사람들은 실제로도 온라인에서처럼 치열하게 갈등하고 반목할까? 나의 SNS에 선별되어 제공되는 정보는 과연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것과 얼마나 다를까? 이 책은 미디어 속 갈등과 소통 양상을 조명하며 우리가 시공간을 뛰어넘어 연결된 세상에서 되레 얼마나 좁고 조악한 울타리에 갇히게 되었는지를 실감하게 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어떠한 공론장이 필요할까? 저자가 주목하는 가능성은 ‘유희적’ 공론장이다. 하버마스가 공론장의 모델로 제시한 18세기 유럽의 살롱이나 카페가 특정한 목적 없이 문화와 예술에 대해 수다를 떠는 공간이었던 만큼,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공적인 의견 교환과 소통이 가능하지 않을까? 남녀노소가 모여 관심사와 무관하게 다양한 이슈를 접할 수 있었던 공간. 예기치 못한 만남과 대화가 이루어지던 공간. 성별, 연령, 정치 성향에 따라 파편화된 채널을 갖게 된 1인 1미디어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대화의 장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이 책은 질문한다.
유희적 공론장으로서의 예능 방송과 정치사회 입문서로서의 책이 맞물려, 사람들 사이에서 수많은 이야기와 질문을 움트게 할 것이다. 단순히 입장을 고르고 특정 정치인을 숭배하거나 증오하는 걸 넘어, 정치를 살아 있는 경험으로 만들어줄 책이다. _하미나(작가)
좌파-우파, 부유-서민, 페미니즘-반페미니즘, 전통-개방의 이분법을 넘어
질문과 대화가 움트는 스펙트럼의 정치로
프로그램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것은 출연자들의 정치 성향을 확인하는 도구인 ‘사상검증 테스트’였다. 시청자들도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개된 이 테스트에는 지난 1년간 약 120만 명이 참여해 방대한 데이터가 누적되었다. 비공식 조사인 만큼 별도로 결과를 발표하진 않았지만, 이 책은 그 유의미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확인된 사실과 통찰에 기반해 사상검증 테스트를 구성하는 네 가지 차원, 정치(좌파와 우파), 계급(부유와 서민), 젠더(페미니즘과 반페미니즘), 개방성(전통과 개방)의 주요 쟁점에 다가선다.
책의 2부 「각자의 입장을 점검하기」는 18세기 프랑스 혁명, 좌파와 우파를 구분하는 정치학자 노르베르토 보비오의 분류, 도덕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의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여섯 가지 도덕 기반 등의 논의를 두루 살피며 좌파와 우파 개념의 역사를 쉽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당파적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진보’와 ‘보수’라는 납작한 분류 아래 존재하는 수많은 입장들을 구체적으로 상상해 볼 수 있게 한다.
사상검증 테스트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계급 차원에서 ‘부유’라는 결과를 받고 “내가 왜 부유야.”라는 반응을 보였다. 저자는 이 반응에 주목하며,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계급 이동의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져 가면서 가난은 점점 더 보이지 않게 되었고, 부는 전시되고 과시되어 또 다른 부를 생산해 낸다고 주장한다. 한 사람의 정치적·사회적 입장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는 ‘계급’의 힘을 강조하면서, 좀처럼 가시화되지 않고 납작하게 혐오의 대상이 되는 빈곤에 관해 폭넓은 상상력을 요청한다. 또 자신이 경험했던 가난에 관해 진솔하게 고백하면서도 공정과 능력 담론에서 상정하는 ‘능력주의’에 관해 객관적으로 성찰해 나간다.
젠더 역시 프로그램에서 화제가 된 주요 논의로, 120만 개의 사상검증 테스트 데이터에서 가장 극단적인 값이 많이 제출된 영역이다. 그만큼 현대 사회의 극심한 갈등의 축이기도 하다. 저자는 방영 당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이퀄리즘’이라는 표현의 사용에 대해 전면적으로 해설한다. 젊은 여성이 경험하는 현실과 젊은 남성이 인식하는 현실 사이에 간극이 존재함을 인정하는 데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10대~20대 남성이 경험하는 현실을 교육과 연애의 측면에서 섬세하게 진단한다. 남성들에게 부재한 긍정적 역할 모델, 구조적 성차별이 점차 완화되어 가는 현실 속에서도 이성애 규범에는 강력하게 남아 있는 가부장 문화, 그리고 20대 초반 이행하는 병역의 의무는 남성과 여성의 현실 인식을 가로막는 벽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대형화물차뿐 아니라 모든 운전자 가운데는 운전이 미숙하거나, 과로 때문에 졸거나, 악의적으로 난폭운전을 하는 사람이 일정 비율 존재한다. 그런데 만약 그 차가 하필 대형화물차라면, 그 옆에 있는 나는 대처할 도리 없이 죽는다. 차체의 압도적인 물리적 차이 때문이다. [……] 그래서 설령 착실하게 안전운전 중인 화물차라 해도 일단 멀리 떨어지는 것이 방어운전의 원칙이다. 당장 내 입장에서는 실제 운전자의 상태나 의도를 알 도리가 없으니까. 대형화물차 운전자들 역시 이 사실을 인식하고 있으며, 훨씬 더 엄격한 안전운전 수칙들을 준수하도록 교육받는다. 잠재적 ‘가해의 가능성’은 누군가에게 내재된 악의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226~227쪽)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는 이렇듯 갈등의 한복판에 놓인 사안들에 조금 더 폭넓은 각도의 해석을 시도한다. 그 복잡함 속에서 서로의 삶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틈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 글들을 읽는 것은 상대방의 입장은 물론, 독자 스스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 형성된 배경과 맥락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20~30대 남성들의 반감과 분노는 어디에서 비롯되었나?
현대 정치의 현주소와 더 나은 민주주의에 관하여
한국에서 젊은 남성들의 정치에 관한 냉소와 혐오, 분노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선거를 치를 때마다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치러진 제21대 대선 연령별/성별 출구조사 결과에서도 이러한 양상이 확연히 드러났다. 책의 3부 「정답 없이 공존하기」에서는 현대 정치의 가장 뜨거운 쟁점인 정체성 정치, 노동계급의 보수화, 진보 정권에 대한 반감과 불신 등 굵직한 주제들을 다룬다. 특히 이 책은 고소득·고학력의 문화 엘리트가 주도하는 진보 정권에 대한 반감이 커진 배경을 면밀히 들여다본다. 저자는 진보 진영에서 도덕적 메시지와 계몽의 언어를 앞세워,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을 조롱하거나 희화화하며 공론장에서 배제해 왔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전략은 오히려 기존 기득권에 대한 광범위한 반감과 불신을 불러일으켰고, 오늘날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이 책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진실은, 사람이 논리와 이성만으로 판단하고 설득되는 존재는 아니라는 점이다. 가령 이민자 유입이 기존 노동자들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가설은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지만,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삶이 더욱 팍팍해지는 상황에서 당사자들이 느끼는 불안과 박탈감을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하는 방식으로는 이들과 소통해 나가기 어렵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삶이 인정받을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며, 제도 내에서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극단적인 목소리에 이끌리기 더욱 쉽다.
저자가 세팅한 공동체이자 작은 사회인 「더 커뮤니티」는 서바이벌의 형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다수의 출연자가 끝까지 살아남아 최종 승자가 되는 것이 가능했다. 실제로 출연자들은 프로그램 중반까지 전원이 생존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합의해 나갔다. 정치적으로는 ‘우파’, 계급적으로는 ‘부유’ 성향이 강한 출연자들이 과반을 차지했음에도, 최종 리더 선거에서는 약자를 보호하고 공동체의 위기를 관리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백곰’(박성민 분)에게 총 13표 중 11표를 던지며 기존의 입장과는 다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는 프로그램 속 출연자들과 시청자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는 상징적인 장면들을 통해 희망의 가능성을 전한다. 거창하거나 명쾌한 해답은 아닐지라도, 어쩌면 가장 현실적이고 유효한 방법일 수 있다. 서로를 밀어내야만 살아남는 환경이 아니라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의 최저선을 마련하는 것. 그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성실하게 만나는 것. 예술을 통해 간접경험을 반복하며 나에게 편안하고 익숙한 이야기 바깥으로 시선을 돌려보는 것. 때로는 정답 없이 누군가의 삶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것. 그렇게 정치적 입장과 삶의 스펙트럼을 넘나들며 서로를 향한 상상력을 키워갈 때, 우리의 커뮤니티는 조금씩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목차
추천의 글
들어가며 듣는 이를 향해 말하기
1부 서로 만나지 않는 세상
1장 세계를 넓히는 불편한 만남
2장 예능, 유희적 공론장
3장 갈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4장 차원과 스펙트럼
2부 각자의 입장을 점검하기
1장 정치, 자유 대 평등 너머로
2장 기울어진 파란색
3장 계급,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
4장 내가 왜 부유야
5장 젠더,‘이퀄리즘’의 세계
3부 정답 없이 공존하기
1장 개방성, 너의 문제가 우리의 문제가 될 때
2장 무지의 장막이 걷힐 때
3장 누구에게나 인정이 필요하다
4장 ‘위선’이 작동하는 사회
주
저자소개
책속에서
상대를 납작하게 바라보게 될 때의 가장 큰 문제는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직 하나의 기준으로만 형성된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히틀러도 자기 부하에게는 좋은 사람이었다.’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모든 입장이 다 중요하고 세상에 옳은 입장이란 없다는 상대주의를 표방하려는 것도 아니다. 맥락과 시대를 초월해 절대 선을 내세우는 일은 위험하지만, 그럼에도 매 순간 더 나은 선택은 있다고 생각한다. [……] 나와 입장이 비슷한 사람들이 울타리 너머를 자꾸만 납작하게 바라보는 것을 발견할 때도 위기감을 느낀다. 외부를 향한 조롱은 내부를 더 끈끈하게 만들지만, 진실과 동떨어진 시선 위에서 제대로 된 선택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온라인에서 공공의 이슈를 전면에 내걸며 공론장을 표방하는 공간들의 생리도 비슷하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거는 많은 사람들처럼, 그 공간을 발 벗고 찾아오는 사람들은 대개 벌써 화가 나 있다. 입장은 결정되어 있으며, 다른 의견을 들어보고 자기 의견을 일부라도 수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반면 상대의 논리를 무너뜨리기 위한 보완과 강화의 작용은 빈번히 일어난다. 온라인에는 자신의 입장을 든든히 방어해 줄, 출처가 불분명한 온갖 근거가 무수히 쌓여 있으니까.
18세기 유럽의 정치권력은 부르주아들의 살롱에서 형성되었지만, 평민들의 여론은 시장과 빨래터에서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 얘기 들었어?”, “아이고 그게 무슨 일이래!”) 그 시절 시장과 빨래터의 평민들은 정치권력을 가질 수 없었지만, 민주주의 시대의 시장과 빨래터를 오가는 사람들은 동등한 주권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공론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그냥 기웃거리게 되는 일상의 수많은 공간이 모두 제 나름의 공론장이 될 수 있다. 예기치 못한 조우가 더 많이 일어나는 곳일수록 더 유의미한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