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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0485394
· 쪽수 : 496쪽
· 출판일 : 2016-12-09
책 소개
목차
Epilogue.
Side Story 1.
Side Story 2.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초밥 접시를 거의 비워 갈 무렵, 선배가 물 잔을 건네주며 그림처럼 웃었다. 꼭 패션 화보에 나올 것만 같은 예술적인 자태로.
뒤이어 흘러나온 선배의 말에 소진은 물을 마시다 사레가 들릴 뻔했다.
“좋아한다, 소진아.”
이번엔 찬바람이 윙윙 부는 바깥도 아니었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시끌벅적한 소음도 없었다. 선배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또렷이 박혀 들었다. 귀에, 머리에, 일렁대는 심장에.
“서, 선배. 지금 뭐…….”
당황한 얼굴로 물 잔을 내려놓는 그녀를 선배는 흔들림 없는 진중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금 긴장 섞인 목소리로 다정하게 말을 덧붙였다.
“두 번째 고백이야. 사랑한다면 천 번 고백하라며. 천 번 기도하고.”
“네……?”
고백. 선배는 확실히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소진은 그 자세 그대로 굳어진 석상처럼 앉아서 휘둥그렇게 뜬 눈으로 선배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네가 할 수 없을 테니까 이젠 내가 하려고.”
한 마디 한 마디 힘주어 말하는 선배의 얼굴은 그저 담담했다. 고백 얘기를 꺼내 온 것은 선배인데, 오히려 얼굴이 불난 것처럼 화끈거리는 것은 그녀였다.
“그, 그건 다 끝났잖아요. 3년 전에.”
“끝났다고 누가 그래. 내 고백이 부담스러우면 팬심 정도로 생각해.”
“네?”
“팬의 마음, 팬심. ……너는 나한테 전지현이나 김태희나 송혜교보다도 훨씬 근사한 사람이니까. 하늘의 별 같은 그런 사람.”
단호한 선배의 말에 소진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선배의 시선을 피하지도 못했다. 분명 기시감이 한가득 느껴지는 말이었다.
‘네. 팬의 마음, 팬심. 그러니까 선배는요…… 저한텐 김수현이나 이민호나 송중기 같은…… 그런 사람이라고요. 하늘의 별 같은 그런 사람.’
추웠던 그 겨울 대학의 교정에서. 그래, 분명 선배에게 두 번째 고백을 하고 나서였었다.
선배는 그녀의 오른손을 잠시 바라보다 다시 눈을 맞춰 왔다. 그리고 나직이 말을 이었다.
“두 번 남은 네 고백, 사실은 미치도록 듣고 싶어. 되도록 내가 천 번 다 고백하기 전에.”
그녀에게 또렷이 맞춰진 선배의 눈동자가 무겁게 느껴졌다.
답을 해야 하는 걸까. 선배에게서 쏟아져 나오는 말들이 너무도 충격적이어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다 정리도 되지 않았다.
천 번의 고백. 그래, 그 봄날 선배가 그랬었다.
‘그래서. 천 번 고백하면 뭐가 달라지는데.’
그래서 나는 뭐라고 했더라.
‘그, 글쎄요. 시에 그런 얘긴 안 써 있어서. ……선배는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어색하게 말하면서 그저 웃었었다. 선배가 더는 고백하지 말라고 할까 봐, 아예 곁을 내주지도 않을까 봐 몹시 두려웠으니까.
……천 번의 고백을 다 채우면 정말이지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