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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와 춤을

오로라와 춤을

정다경 (지은이)
  |  
다산글방
2023-11-03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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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와 춤을

책 정보

· 제목 : 오로라와 춤을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0782929
· 쪽수 : 416쪽

책 소개

40년에 걸친 연애 이야기, 한국판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오로라와 춤을>.

목차

1장 우리는 마음속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어한다

나와 인생을 같이 가고 있는 그미

2장 질풍노도(STRUM & DRANG)의 시절

낙산 기슭에서의 우리의 청춘
첫사랑의 성지, 춘천 성심여대(Sacred Heart)
낙산 기슭에서 꿈을 키우며
청춘의 낭만을 태우고 - 경춘선과 성동역

3장 운명적인 첫사랑을 만나다

대학신문과 첫사랑 - 운명의 끈일까?
이디오피아하우스 - 꽃피우는 사랑
춘천 봉의산에서 - 우리는 사랑을 사랑했다
서울 법대 도서관에서 - 사랑과 야망의 터
성심여대 오픈하우스와 펜던트
가을의 성심여대 교정에서 - 재회를 기대하며

4장 잠깐의 재회 - 길고 긴 이별의 터널

성심수녀원과 그녀
미국에서의 만남

5장 사랑을 다시 불태우게 한 편지들

‘사랑하는 이에게’로 시작하는 편지
수녀원에서의 그녀
민정과 우민의 연애 이야기
그림에서 그녀의 새로운 모습이 - 그림을 설명하는 회신
밸런타인데이에 꽃을 보내고
또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6장 다시 사랑에 빠지다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다시 맺어진 인연
도쿄에서 불태우는 사랑
서울에서의 그녀와의 사랑과 마지막 여행
그녀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손짓을 - 그리고 이별
흑장미와 함께 은빛 브로치를 보내다
길상사에서 다시 맺어지고 - 이제 행복을 기다려도 된다며

저자소개

정다경 (지은이)    정보 더보기
본명은 정재룡으로 194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71년 행정고시 합격 이후 줄곧 공직을 맡아 재정경제부 차관보, 통계청장,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상명대 석좌교수 등을 지냈다.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했고, 저서로는 <부실채권 정리>, <부실채권 정리제도의 국제 표준화>, <不良債權之處理>(대만 출간) 등이 있다. 취미는 서예이며, 3년 전부터 연애소설을 쓰기 시작하며 소설가로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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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밤은 점점 이슥해 가고 그녀와 나의 실루엣이 벽에 식탁에 오로라처럼 길게 드리우며 흔들렸다. 나 혼자 중얼거렸다.
“원상 회복력을 상실한 용수철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처음부터 삐걱거리는 톱니의 규격이 안 맞고 강철의 소재가 달라 빨리 달아버리는 톱니바퀴를 그나마 힘겹게 받쳐주던 용수철이 세월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원상 회복력을 잃으면 그 기계는 계속 작동은 하겠지만 헛바퀴 돌아가며 제 기능을 못 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지? 고장 난 벽시계는 고장이 나서 멈추어 있더라도 손목시계마저 필요 없는 이 시대에 벽을 장식하는 무늬만의 역할이라도 있지만 부부는 어떨까?”
가만히 듣고만 있으면서도 그녀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무언가 중요한 말이 내게서 나올까 하는 약간의 기대도 하고 있는 듯 귀를 기울이는 자세였다. 나는 얼음에 섞여 쌉싸름한 스카치를 한 모금 마시며 벽난로에서 나오는 불빛 때문에 내 얼굴색은 불콰한 보기 좋은 모양을 만들어 주겠거니 하며 따듯한 눈길로 그녀를 깊이 응시하며 다음 내 말에 공감해 주기를 바랐다.
“민정과 나 우리 둘 이외에 다른 사람들은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 단지 잘못된 톱니바퀴처럼 나를 만나게 된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하겠지. 나는 내 나름대로 사회적으로나 가정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 왔어요. 그래 모든 사회적 일에서 은퇴하고 아이들도 제대로 다 독립시키고 휑뎅그렁하게 남아있게 되자 이제 나는 어떤 역할이 남아있나 생각해 보니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요. 원심력 잃은 톱니바퀴는 그 기능을 다 하였고, 장식으로만 의미가 있는 고장난 벽시계가, 내가 외로이 자리를 지키는 거예요. 내 파트너인 다른 톱니바퀴와 아귀가 느슨해져 계속 헛바퀴만 돌아갈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나는 깊은 한숨을 내 쉬고 담배를 물고 스카치를 차가운 얼음 위에 더 부었다. 취기를 느꼈다.
“그리 오래 생각할 게 별로 없겠더구먼. 내, 톱니바퀴를 놓아 주기로 했어. 내가 놓아 준 것이 아니라 이미 따로 돌고 있던 거잖아. 서로 잘못 맞추어진 톱니바퀴를 오래전부터 암묵적으로 양해하고 있었다고 봐야지. 용수철의 원상 회복력마저 상실되니 아무런 의미가 없는 기계만 기능을 잃은 채 모양으로서만 역할을 하는 거야. 우리 서로 놓아주고 장식으로만 역할을 하는 것에서 둘 사이를 인연으로 남겨두는 데 이심전심으로 양해가 되었고, 나는 나만의 공간을 가지고, 내 파트너도 그의 공간을 갖도록 내가 오피스텔 얻어 나온 지 몇 년이나 되었다고. 집에서 독립하여 나오고 나서 나는 내가 걸어온 인생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나 알아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로펌도 때려치우고 신학대학에 들어가서 신학 공부를 하기 시작한 지 벌써 몇 년이나 되었단 말야. 아시겠소? 당신만 신앙생활 하는 게 아니라고~~. 내가 목사나 신부 되지 말라는 법 어디에 있냐고? 나도 괴롭고 외로울 때 많지만 단지 내색하지 않고 속으로만 삭여 왔다 이거야! 어휴, 나도 성직자가 돼서 당신처럼 고상하게 속세를 떠나 민정 당신 옆에 가서 지켜봐 주고 돌보아 줄 생각으로 내 인생 후반기 마지막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싶었다는 거지. 내 생각이 잘못됐어? 한번 내 입장에서 민정 당신 생각을 이야기해보라고. 내 생각이 잘못됐으면 지금이라도 신학대학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내 있어야 할 곳을 다시 찾아볼 테니~~ 나를 그렇게 애잔한 표정으로 집도 없이 오갈 데 없는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이 말이오! 민정 씨~~ 알았소이까?”
취기가 더욱 오르고 벽난로의 불꽃이 날름거리는 듯했다. 내 혀가 돌아가는 것 같았다.


취기가 어느 정도 오르자 최 씨가 내게 “갑자기 형부가 여기까지 오셨는데 오늘부터 ‘그림자 형부’라고 부르겠어요.” 하더니 스즈키 씨를 보고 “오늘부터 당신도 그림자 형님으로 모시라”고 말하였다. 스즈키 씨는 빙그레 웃기만 하고 내게 공손하게 사케를 따라주었다.
그리고 최 씨가 민정에게 사케를 한 잔 따라주며 “우리 ‘그림자 언니’의 진짜로의 새로운 사랑을 위하여 축배를 듭시다. 자 다 같이 건배!” 하며 주욱 들이켰다. 이어 내게 “에~ 또, 우리 그림자 형부는 페널티로 생맥주잔으로 사랑주 한 잔 더 주욱 하셔요” 하여 영문도 모르고 최 씨가 하라는 대로 민정을 껴안고 그 커다란 맥주잔에 그득히 넘치는 사케를 주욱 들이켰다. 숨이 막힐 듯했지만 한숨을 토하고 나니 기분은 괜찮은데 취기가 꽤나 올라왔고 최 씨가 깔깔대고 웃었다.
그러다 최 씨는 “그림자 형부 합격! 우리 언니 사랑할 자격이 있어! 그런데 그림자 형부 말이야, 우리 언니 곧 서울로 가서 살 건데 언니 눈에서 눈물 나게 하면 내가 가만 안 둘 거야! 아시겠지요?” 하더니 민정을 껴안고 흐느꼈다. 스즈키 씨가 눈을 껌벅이며 모르는 척 넘어가라고 신호를 보냈다. 민정이 바로 그녀를 데리고 옆방으로 갔다.
한 식경이나 지났을까 잠시 후에 진정이 되었는지 최 씨가 들어와서 “형부 죄송해요. 언니가 너무나 불쌍해서~ 제가 지나쳤어요. 언니가 형부의 그림자로 평생 살겠다고 해서 어이도 없고, 너무 화도 나고, 형부가 갑자기 너무 나쁜 사람 같아 보여서. 그렇지만 언니 마음도 잘 이해할 수 있고, 평소에 형부를 제가 너무 좋아하고 존경하는데~ 용서하세요!” 하며 또 깊디깊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였다.
이에 스즈키 씨가 “형님이 당신 마음 다 알고 이해하신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만 그쳐” 했고, 민정이 “네 마음 우민 아니 그림자 형부도 다 알아 그만, 형부 참 나쁜 사람이지만 어떻게 해? 내가 선택한 길이니. 근데 너는 천재다. 그림자 형부 딱 맞는, 어울리는 말이야”라고 했다. 그 상황에서 나는 그냥 웃을 수밖에 없었다.


오래전부터 그녀에게 아호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녀의 작품에 사인으로 쓸 수 있게 하고 싶었다. 동서양에서 자정은 끝과 시작을 상징하는 시간이다. 영험하다고 하는 시간 자정에 맞추어 민정과 나 우리 둘만의 신성한 의식을 치르고 싶었다. 새로 출발한다는 자정이 되었다. 민정에게 아호를 지어주었다. ‘혜인’이라고, 베풀 혜(惠), 어질 인(仁)이라고. 요산요수에서 지자는 바다를 좋아하고, 인자는 산을 좋아한다는 옛 구절에서 ‘인’, 그리고 많은 것을 뭇 사람들에게 베풀라는 뜻의 베풀 혜 그래서 ‘혜인’이라고 민정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발음도 좋고 뜻도 너무 좋아요, 나 그렇게 살게요, 이처럼 나만을 생각하고 항상 나를 지켜주려 하니 내가 우민 당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잖아요, 사랑해!” 하면서 민정이 이내 나에게 안겨 왔다. 통나무집 들창으로 달빛과 별빛이 어우러져 들어와 장작불 불꽃에서 나는 열기와 함께 우리 둘의 몸을 뜨겁게 달구며 불태우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장작 불꽃 튀는 소리가 우리를 더욱 가까이 서로 힘차게 안으라고 하는 게시처럼 들리기 시작하였다.
우리는 서로를 탐하며 야수가 되어갔다. 우리 둘 다 서로에게 목말라 있었다. 우리 둘만이 아니고 늘 제삼자가 있어 우리 단둘의 시간은 거의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기나긴 세월이었다. 깊고 깊은 밤이 지나가고 장작불은 아직 불꽃이 미약하나마 타고 있었고 그 불꽃이 재로 덮일까 봐 그녀의 곁을 밤새도록 지키며 우리의 불길이 재가 되지 않도록 나는 갖은 정성을 다하였다. 우리가 가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소진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밤은 우리가 원하는 만큼 길지 않다고 느껴졌다. 이윽고 여명의 희미한 빛이 아쉬움을 남기게 서서히 통나무집 창으로 스며들어 왔다. 우리 둘은 서로를 보고 낄낄대고 시원하게 웃어 재꼈다. 더이상 바랄 것도 남아있는 미진함도 없었다. 우리 둘은 물안개가 통나무집을 감싸며 피어오르는 이른 새벽에 깊은 숲속의 청량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며 민정과 나만의 통나무집을 나섰다. 우리 둘 다 ‘픽!’ 하고 우리 둘만이 알 수 있는 웃음을 지었다. 민정은 우리의 사랑이 진하게 배어버린 그곳에다 “겨울에 다시 올게” 하고는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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