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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91160940022
· 쪽수 : 296쪽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7
1월
광야에서・18
신수・19
동장 선거・20
남아 있는 나날・22
나무 할배와 나무 할매・23
바람 소리・28
샘가의 박새・29
눈 위의 발자국・31
소처럼 순하게 살자・33
2월
묵밭을 일구며・36
작고 아름다운 오래된 샘가에서・37
마을 대청소・39
구정을 앞두고・41
쑥을 뜯으며・42
제왕의 추락・43
쑥국을 끓이며・45
공양물・46
봄이 오는 소리(입춘)・49
훈이와 현이에게・50
이정표・52
장 담그기・53
발렌타인데이・55
오래된 기억・56
동제・58
똥장군을 지고・61
3월
할미꽃의 슬픈 전설・64
고추 모종・65
마음의 예경・66
두엄을 넣으며・68
이제는 우리의 밭을 가꾸어야 할 때・70
2월 할매・71
한담・74
고향 친구・75
마실 오신 할매들・76
산골 마을 이장님・80
묘목을 옮겨 심으며・82
비 끝에・84
찔레차를 덖으며・85
묘판 짜기・87
그래도 개구리가 노래하는 세상이
아름답다・88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90
4월
살구꽃 나무 아래서・95
아름다운 동행・96
돌보고, 거느리고, 보살피는 동안・97
할아버지의 방・98
솥 장수가 왔다・100
4월의 장터・102
소를 보았다・105
영덕 버스 터미널에서・106
우리의 아이・107
가재를 놓으며・108
송아지와 병아리 이야기・109
더덕 밭에 엎드려・111
자전거 길에서・112
4월의 바람・114
5월
내가 사는 이 암자 나도 몰라라・118
나무들이 푸른 잎을 펼치는 계절에・120
부동산 사업자들・121
부처님 오신 날・123
나물 길・124
찔레꽃 향기・127
저 물논에 심어진 것은・130
할배의 맨발・134
6월
퇴비 이야기・139
옥이 할아버지와 소・140
이모작, 콩 심기, 거름 만들기・142
우리 옥이・144
마늘, 양파 수확・146
보리 베기・149
감자 밭에서・151
할머니와 칼국수・153
풀과의 전쟁・154
7월
이장님 댁 밥통 외등・161
곡물 지키기・163
감자 수확・164
아름다운 동행・167
나무 할배와 사탕・168
여름의 현・169
물에 떠내려간 꽃잎들처럼・173
인드라의 하늘・174
가슴 졸인 날・175
돌아갈 수 없는 먼 고향 이야기・176
자야네 할아버지 제사・178
8월
지게를 지고・182
고추 농사・184
여우비・186
태양초 말리기・188
양철 지붕에 올라・191
할매의 분홍 나일론 이불・195
9월
이장님 댁 송아지 워우・198
흙집에 산다는 것・200
시골 마을버스 기사님・202
할머니의 쌈짓돈・204
아름다운 동행・207
밤을 주우며・208
가을마당・209
대목장・210
허수아비가 되어・213
한가위・214
송이 채취・216
10월
꽃씨 공양・221
세월・222
가을걷이・225
나락을 털며・229
진흙의 부처님・231
가을 들판에서・232
가을마당・234
하늘의 뜻・236
하모, 하모・240
▶◀・242
가족・244
백 년 동안의 기억을 묻으며・246
11월
새끼를 잃고 우는 어미 소의 울음소리를 들으며・252
동안거 결제일冬安居 結制日・254
겨울 채비・255
할배・256
원행・258
별똥별을 먹는 마을・259
갈비를 긁다・260
소설(김장)・261
12월
산불 아저씨・265
겨울 동해・266
꿀 따기・267
거름 뒤집기・269
콩 타작・271
집에 대한 단상・273
공양미・274
예쁘죠?・276
동지・278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280
황금 고리・282
지율, 생명의 다른 이름 _ 김택근・284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할배집 광과 마당에는 온통 장작이 쌓여 있다. 할배는 마치 조각가가 조각품을 대하듯, 결의 흐름을 흩트리지 않고 장작을 쌓아두신다. 사람들은 그렇게 쌓아둔 장작을 보고 앞으로 십 년은 나무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때로는 그것이 준비되고 있는 슬픔처럼 보일 때가 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마루 끝에 떡국 떡 한 봉지와 계란 두 알, 어묵 세 개가 놓여 있다. 어제 저녁 무렵 마을 회차장(차를 돌리는 곳) 근처에서 만난 양지목 할매가 “내일 아침 떡국 잡수러 오셔” 하시기에 “일 없어. 중은 조상도 없고 제사도 없고 명일도 없어” 하고 돌아섰더니 맘이 쓰여 가져다 놓으셨나 보다.
이래서 “고을 군수 셋이 굶어 죽으면 ‘중’ 하나 굶어 죽을까 말까, 구 년 가뭄에 ‘눈먼 중’ 하나 굶어 죽을까 말까 한다”는 말이 있는가 보다.
살아가는 일이 남의 것이 아닌 것이 없다.
취중에 할아버지께서는 “이렇게 외로울 수가 있나, 이렇게 외로울 수가 있나” 하며 몇 번이고 반복하셨다. 나를 의식하셨는지 할머니께서 핀잔하신다.
“참, 스님도 혼자 살아가는데.”
“할매, 중은 외롭지 않아.”
그렇게 말하며 나는 웃었다.
옥이 할아버지는 이번 명절 때 오지 않은 큰아들 때문에 아무래도 많이 서운하신 모양이다. 기어이 마음속의 생각을 내보이신다.
“이 촌구석에서 자식 오남매 키우고 공부 시키느라고 나는 내 인생도 한번 살아보지 못했어. 그런데도 생각해보면 그때가 사는 것 같았어.”
멀리서 할아버지께서 거름을 넣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온 들이 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