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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4184560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6-03-12
책 소개
일본·대만에서 선출간된 이랑의 문제작이자 걸작,
드디어 한국 출간
“2021년, 언니가 죽었다.
삶에 지친 언니는 모든 에너지를 쏟고 소진사消盡死하였다.
언니의 장례식장에서 사람들은 밤새 춤을 추었다.
나는 미친년이다, 그리고 우리 언니와 엄마는 더 미쳤다.”
우리 사회의 가난과 슬픔, 불안과 고통, 여성의 삶을 기꺼이 직시하고 노래해온 아티스트 이랑이 지금껏 공개된 적 없었던 자신의 역사를 써내려간다. 아니, 대를 이어 내려오는 한국 여성들의 역사이자 딸, 엄마로 살아가는 것의 고통과 슬픔을.
2021년 12월, 언니가 죽었다. 언니가 오래 준비하던 크리스마스 댄스 공연을 앞둔 날이었다. 이랑은 ‘시끄러운 공주 스타일’이었던 언니를 위해 머리에 장난감 보석 왕관을 쓰고 상주를 맡았다. 장례식에서 사람들은 언니의 자리를 비워두고 춤을 췄다.
가족과 사회의 압력 속에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타인에게 전부 내어주며 최선을 다해 사랑하다 기력이 다한 언니의 죽음을, 이랑은 자살이 아닌 ‘소진사(消盡死)’라고 정의한다.
4년에 걸쳐 한 글자 한 글자 아주 오래 썼고, 쓰는 데 고통스러웠으니 읽기도 고통스러우리란 생각에 프린트로 엮어 서로를 구하는 사이인 몇몇과만 나누던 원고였다. 고통으로 점철된 한국에서는 출판할 생각이 없어 일본과 대만에서 먼저 출간한 원고였다. 실제로 이랑이 조심스레 보내온 원고를 본 이들은 각자의 이유로 오열하고 통곡했다. 여성 작가들의 서사에 집중해온 이야기장수 편집부에서도 교정을 볼 때마다 펜을 던지고 책상 앞에 고개 숙인 편집자들의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마음속에 사랑이 남는다. 슬픔과 광기와 죽음의 역사이지만, 또한 그후 끝내 이랑을 일으켜 밥을 먹게 하고 계속해서 살아 버티게 한 영원하고 무구한 사랑의 역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랑은 조금만 더 용기 내 원고를 세상에 공개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말한다.
“이 책을 죽기 살기로 읽어주세요.”
_‘프롤로그’ 중에서
그리고 20년간 함께 살다 세상을 떠난 고양이 준이치의 입을 빌려 잘 먹고, 잘살자고, 살아내자고 이야기한다.
“밥을 잘 먹으면 힘이 생길 거야. 밥을 잘 먹어야 해.”
_‘준이치가 이랑에게’ 중에서
이것은 “세상에 온 것이 힘에 부치는 모든 사람들에게”(김하나 추천사), 그리고 “사랑 때문에 가슴 찢어진 채 살고 있는 사람에게”(정혜윤 추천사) 바치는, 사랑의 역사서이다.
어째서 대한민국 여자들은 미친년이 되고 마는 걸까?
“그래그래, 네가 힘들고 죽고 싶을 만도 하지. 엄마는 미쳤고, 아빠는 쌍놈이고,
할매들도 다 정신병자고, 친척들은 사기꾼이니.”
_‘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 중에서
폭력이 난무하는 부모 아래서 자라난 3남매는 서로를 혈연이 아닌 ‘피해생존자 동지’로서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어린 이랑은 엄마를 너무나 사랑해서, 엄마 옆에 붙어 앉아 책 읽고 노래를 부르며 사랑을 갈구한다. 언니 역시 가족을 끝끝내 놓지 못하고 돌보느라 자신을 전부 소진한다.
어떤 여자들은 왜 대를 이어 미친년으로 자라나는 걸까? 어쩌면 미칠 수밖에 없는 게 아니었을까?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슬픔, 대를 이을 장손을 찾아 양손을 들이는 과정에서 생긴 갈등,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한 차별 등 많은 사람이 가족 안에서 상처를 받지만, 그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 채 살아간다. 침묵 속에서 상처는 곪고, 커지며 대물림된다. 이랑은 자신의 뿌리와 역사를 똑바로 살피고, 드러내기로 한다.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역사가 자신 안에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마주하기 위해서.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한 가족의 사적인 이야기이지만, 단순한 가족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자신을 이해하려는 노력이자 침묵 속에 남겨진 여성들의 역사를 기록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가부장제와 남아선호사상에 물든 대가족 집안에서 태어난 우리 엄마 김경형의 ‘미친년 인생’은 엄마 탓이 아니다. 엄마 탓은 아니지만 엄마가 미친년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그 잔혹한 굴레 속에서 나 또한 미친년으로 자라났다. 그나마 나는 내 이야기를 세상에 꺼낼 수 있는 미친년이라 다행이다. 하지만 나뿐 아니라 엄마의 미친년 역사도 무척 소중하기에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다.
_‘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 중에서
『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는 원래 ‘한국에서는 낼 수 없는 책’이었다. 너무나도 내밀한 가족사가 담긴 탓이었다. 실제로 이 책은 일본과 대만에서 먼저 출간됐고, 먼저 읽은 일본 독자들로부터 “읽는 게 고통스럽지만 멈출 수 없다” “가족과 죽음에 대해 이렇게 솔직하게 쓰는 책은 드물다” 등의 찬사를 받았다. 초판 5천 부가 수일 만에 소진되어 중쇄를 거듭 찍었다. 한국에서는 『이랑 엄마 김경형의 역사』를 한정판 미니북으로 포함해 덧붙이는 것을 조건으로 발간이 결정됐다.
문화와 언어를 넘어, 가족 안에서 상처받고, 혼자서 아파본 적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을 꼭 읽어야 할 이유다.
“이 책은 사람을 살릴 거야.”_송혜진(드라마 <은중과 상연> 작가)
소리 내어 부르고 말하면 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비로소 이랑을 사랑하게 되었다.
_김하나(작가, 〈여둘톡〉 팟캐스터)
딸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보는 엄마와 폭력적인 아빠 사이에서 크게 소리 내거나 우는 일은 금기였다. 18세의 나이로 도망치듯 집을 떠났을 때, 혼자가 되어 처음 한 일은 ‘큰 소리로 울기’였다. 지금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가르쳐줄 사람도, 공유할 사람도 없던 이랑은 혼자만의 이름 짓기를 시작한다.
몸의 긴장도가 높아질 때 자주 느꼈던 ‘오줌이 마려운 기분’,
극한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발현된 ‘정신이 붕붕 떠오르는 기분’,
숨을 쉬어도 숨이 들어가지 않아 ‘너무 쫀쫀한 목폴라를 입고 있는 기분’,
서 있을 수 없는 정도로 ‘땅이 울렁거리는 기분’.
_‘몸이 기억하는 장면들’ 중에서
이름 모를 감정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시작한 혼잣말은 어느 날부터인가 노래가 되었다. 신을 믿는 친구에게 기도는 어떻게 하는 거냐 물으니, 친구는 간단히 대답했다고 한다. “소리 내어 부르고 말하면 된다.” 이랑은 혼잣말이 기도와 닮았다고 생각한다.
감정에 정확한 이름을 붙이려면, 우선 가슴속에 쌓여 있던 감정을 끄집어내야 한다. 이랑은 자신의 약한 모습을 숨기지 않는다. 애써서 자신의 약함과 슬픔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아주 섬세한 문장과 표현으로 기록한다.
한 사람 안에 이렇게 많은 고통과 사랑이 있다가
노래가 되어서 나오는구나.
_정서경(시나리오 작가)
혼잣말이 모인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이랑이 잘 먹고 잘 자기를 바라게 된다. 노래하며 하루 더 살아갔으면 한다. 한 사람 안에 쌓여 있던 고통과 사랑이 결국 노래와 글이 되어 세상으로 나오는 과정. 『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는 그 기록이다.
목차
작가의 말_ 이 글을 죽기 살기로 읽어주세요 • 7
몸이 기억하는 장면들 • 13
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 • 23
책으로 맞으면서 자라, 책을 쓴다 • 53
언니를 찾아서 _이슬(1983. 11. 3~2021. 12. 10) • 73
세 가지 죽음과 세 가지 사랑 • 87
다이아몬드가 되어버린 언니 • 101
언니의 장녀병 • 115
랑이는 일찍 죽을 거야 • 131
나의 사랑과 죽음 일기 • 141
모든 삶이 드랙(DRAG) • 151
언니 차예요 • 159
죽음을 사랑하기를 그만둘까 • 169
지금은 지금의 어리석음으로 • 183
너와 나의 하루 • 195
이 몸으로 살아 있는 것이 전부 • 201
뚜벅뚜벅, 1도 모르는 신기 속으로 • 207
이랑이 준이치에게 • 235
준이치가 이랑에게 • 241
확실하게 사랑해주어 고마워 • 245
연대기_ I Have Lived a Life • 251
저자소개
책속에서
저승에 갔다. 이승을 떠났다. 하늘에 갔다. 사망했다.
그 어떤 말도 내 말 같지 않다. 그 어떤 말도 언니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언니는 미래를 더이상 궁금해하지 않기로 했다.
죽음을 선택하고 죽음을 실행했다.
언니는 이곳에서 사라졌다.
살면서 가장 오래 알았던 한 사람.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나를 ‘내 동생’이라고 부를 준비가 되어 있던 사람.
모두에게 사랑을 베풀고 마음을 썼던 사람.
하지만 무엇보다 무한하고 온전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었던 사람.
그 한 사람의 인생과 이야기가 중단되었다. 나는 언니가 남긴 생각의 조각, 말의 조각을 찾아 언니와의 관계를 혼자 업데이트해나갈 수밖에 없다. 이것은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만 가능한 일이리라.
_‘언니를 찾아서 _이슬(1983.11.3.~2021.12.10.)’ 중에서
울면서 노래를 지어 불렀다.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가사를 울면서 받아 적었다. 울면서 가사를 다듬었다. 완성한 노래를 세상에 꺼내놓았다. 그리고 약을 먹고 잠이 들었다. 내 꿈속에는 여전히 서른다섯 살인 M과, 여전히 서른네 살인 D와, 여전히 서른여덟 살인 언니가 등장했다. 언니의 마지막 말도, M의 마지막 말도, D의 마지막(은 아니지만 투병중 자주 했던) 말도 전부 ‘사랑’이었다는 것이 갑자기 기억났다.
사랑해, 이게 내 진심.
사랑했고, 사랑해요.
얘들아, 사랑해.
내년에 나는 언니와 같은 나이인 서른여덟이 된다.
후년에는 언니보다 한 살 더 나이를 먹는다.
언니보다 언니가 된다.
_‘세 가지 죽음과 세 가지 사랑’ 중에서
내가 아는 언니는 항상 나보다 공부를 잘했고, 나보다 사교적이고, 나보다 몸집이 크고 목소리가 크고 힘이 셌다. 뭐든 나보다 먼저였다. 중학교에 간 언니가 내 눈썹 정리를 해주었고, 코와 귀와 배꼽에 피어싱을 한 언니가 내 귀를 뚫어주었다. 나는 언니가 사온 테이프와 시디로 음악을 들었고, 언니가 읽는 책, 언니가 읽는 잡지를 따라 읽었다. 언니가 가는 곳, 언니의 친구들이 전부 궁금했다. 그것들이 점점 궁금해지지 않은 것은 중학교에 갈 즈음부터였던 것 같다. 아니 그보다 더 뒤였던가. 내가 집을 나오게 된 이후였나.
생각해보니 18세에 집을 나와 고시원에 들어갔을 때, 내가 사는 고시원에 찾아와준 유일한 가족도 언니뿐이었다. 엄마도 와보지 않은 고시원에 언니만 와줬다. 하지만 내게 열 살 연상의 애인이 있다는 걸 엄마에게 꼰지른 것도 언니이고, 나 때문에 수능을 망쳐서 가고 싶은 대학에 못 갔다며(내가 고등학교를 안 다니겠다고 해서 화가 난 아빠가 가출한 뒤, 언니는 아빠를 찾아다니며 학원비를 받아내느라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한다) 두고두고 나를 미워하기도 했다. 그때부터 언니는 나를 ‘너만 너 하고 싶은 대로 한다’며 비난했다. 하지만 점점 ‘너라도 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라’고 말을 바꾸었다.
언니는 가족이 싫다고 10대 때 집을 떠나 돌아오지 않는 내가, 부럽고 미웠을까. 엄마와 아빠, 할머니와 동생을 돌보느라 정신없던 언니에게 나는 수차례 ‘그만두라’고 말을 했다. 언니는 그때마다 ‘너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가족이 필요하다’며 울었다. 언니가 필요로 했던 가족은 아마 건강한 가족이었겠지만, 우리가 가진 가족은 너무 허약했고 결핍투성이였다. 언니는 그들에게 힘을 보태느라 자기 힘을 다 소진해버렸다. 나는 언니의 죽음이 ‘자살’이라기보다 힘이 다 빠져 죽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죽음은 뭐라고 부를까. 소진사(消盡死)? 가끔 그렇게 가진 힘을 다 소진하고 죽는 사람들의 소식을 듣는다. 평생 남을 위해 살던 사람들.
_‘다이아몬드가 되어버린 언니’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