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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4184560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26-03-12
목차
추천의 글_ 김하나 정서경 정혜윤 송혜진 • 4
작가의 말_ 이 글을 죽기 살기로 읽어주세요 • 7
몸이 기억하는 장면들 • 13
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 • 23
책으로 맞으면서 자라, 책을 쓴다 • 53
언니를 찾아서 _이슬(1983. 11. 3~2021. 12. 10) • 73
세 가지 죽음과 세 가지 사랑 • 87
다이아몬드가 되어버린 언니 • 101
언니의 장녀병 • 115
랑이는 일찍 죽을 거야 • 131
나의 사랑과 죽음 일기 • 141
모든 삶이 드랙(DRAG) • 151
언니 차예요 • 159
죽음을 사랑하기를 그만둘까 • 169
지금은 지금의 어리석음으로 • 183
너와 나의 하루 • 195
이 몸으로 살아 있는 것이 전부 • 201
뚜벅뚜벅, 1도 모르는 신기 속으로 • 207
이랑이 준이치에게 • 235
준이치가 이랑에게 • 241
확실하게 사랑해주어 고마워 • 245
연대기_ I Have Lived a Life • 251
이랑 엄마 김경형의 이야기 • 261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저승에 갔다. 이승을 떠났다. 하늘에 갔다. 사망했다.
그 어떤 말도 내 말 같지 않다. 그 어떤 말도 언니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언니는 미래를 더이상 궁금해하지 않기로 했다.
죽음을 선택하고 죽음을 실행했다.
언니는 이곳에서 사라졌다.
살면서 가장 오래 알았던 한 사람.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나를 ‘내 동생’이라고 부를 준비가 되어 있던 사람.
모두에게 사랑을 베풀고 마음을 썼던 사람.
하지만 무엇보다 무한하고 온전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었던 사람.
그 한 사람의 인생과 이야기가 중단되었다. 나는 언니가 남긴 생각의 조각, 말의 조각을 찾아 언니와의 관계를 혼자 업데이트해나갈 수밖에 없다. 이것은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만 가능한 일이리라.
_‘언니를 찾아서 _이슬(1983.11.3.~2021.12.10.)’ 중에서
울면서 노래를 지어 불렀다.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가사를 울면서 받아 적었다. 울면서 가사를 다듬었다. 완성한 노래를 세상에 꺼내놓았다. 그리고 약을 먹고 잠이 들었다. 내 꿈속에는 여전히 서른다섯 살인 M과, 여전히 서른네 살인 D와, 여전히 서른여덟 살인 언니가 등장했다. 언니의 마지막 말도, M의 마지막 말도, D의 마지막(은 아니지만 투병중 자주 했던) 말도 전부 ‘사랑’이었다는 것이 갑자기 기억났다.
사랑해, 이게 내 진심.
사랑했고, 사랑해요.
얘들아, 사랑해.
내년에 나는 언니와 같은 나이인 서른여덟이 된다.
후년에는 언니보다 한 살 더 나이를 먹는다.
언니보다 언니가 된다.
_‘세 가지 죽음과 세 가지 사랑’ 중에서
내가 아는 언니는 항상 나보다 공부를 잘했고, 나보다 사교적이고, 나보다 몸집이 크고 목소리가 크고 힘이 셌다. 뭐든 나보다 먼저였다. 중학교에 간 언니가 내 눈썹 정리를 해주었고, 코와 귀와 배꼽에 피어싱을 한 언니가 내 귀를 뚫어주었다. 나는 언니가 사온 테이프와 시디로 음악을 들었고, 언니가 읽는 책, 언니가 읽는 잡지를 따라 읽었다. 언니가 가는 곳, 언니의 친구들이 전부 궁금했다. 그것들이 점점 궁금해지지 않은 것은 중학교에 갈 즈음부터였던 것 같다. 아니 그보다 더 뒤였던가. 내가 집을 나오게 된 이후였나.
생각해보니 18세에 집을 나와 고시원에 들어갔을 때, 내가 사는 고시원에 찾아와준 유일한 가족도 언니뿐이었다. 엄마도 와보지 않은 고시원에 언니만 와줬다. 하지만 내게 열 살 연상의 애인이 있다는 걸 엄마에게 꼰지른 것도 언니이고, 나 때문에 수능을 망쳐서 가고 싶은 대학에 못 갔다며(내가 고등학교를 안 다니겠다고 해서 화가 난 아빠가 가출한 뒤, 언니는 아빠를 찾아다니며 학원비를 받아내느라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한다) 두고두고 나를 미워하기도 했다. 그때부터 언니는 나를 ‘너만 너 하고 싶은 대로 한다’며 비난했다. 하지만 점점 ‘너라도 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라’고 말을 바꾸었다.
언니는 가족이 싫다고 10대 때 집을 떠나 돌아오지 않는 내가, 부럽고 미웠을까. 엄마와 아빠, 할머니와 동생을 돌보느라 정신없던 언니에게 나는 수차례 ‘그만두라’고 말을 했다. 언니는 그때마다 ‘너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가족이 필요하다’며 울었다. 언니가 필요로 했던 가족은 아마 건강한 가족이었겠지만, 우리가 가진 가족은 너무 허약했고 결핍투성이였다. 언니는 그들에게 힘을 보태느라 자기 힘을 다 소진해버렸다. 나는 언니의 죽음이 ‘자살’이라기보다 힘이 다 빠져 죽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죽음은 뭐라고 부를까. 소진사(消盡死)? 가끔 그렇게 가진 힘을 다 소진하고 죽는 사람들의 소식을 듣는다. 평생 남을 위해 살던 사람들.
_‘다이아몬드가 되어버린 언니’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