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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1150505
· 쪽수 : 263쪽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7
비워짐의 무게, 그 아득함 ······12
아깝고, 아까워라, 내 젊은 날이여, 청춘이요 ······31
가을, 그 풍성함 속에 해가 뜨고, 별 흐르고, 비가 내리는 동안 ······72
흐르는 날들이여, 흐르는 날들이여 ······97
이 어둠의 끝은 어디인가 ······123
인생이 얼마나 작고, 쓰고, 한없이 얇은지를 ······132
누구에게나 길은 유랑(流浪)이었다 ······147
섭력(涉歷)의 장(場) 한세상 살려면 개도 보고 소도 본다 ······179
오메, 오메 이 귀한 거, 이 고운 거 ······202
참으로 많은 것을 겪는 세상 ······235
저기 저 참나무처럼 ······241
어디서 무엇이 되어 너를 만나랴 ······249
길, 길 위에서 길을 묻다 ······256
저자소개
책속에서
다음에는 좌포우혜(左脯右醯). 왼쪽에 포를 오른쪽은 식혜, 그 사이에 삼색 나물과 물김치가 놓인다. 육전은 소고기 산적과 제육을 꼬챙이에 꿰어 갖은 양념한 맥적, 그리고 소고기 수육과 제육 수육이 오른다. 달걀도 여남은 개씩 삶아 꽃처럼 잘라 놓았다. 조기는 비늘만 긁어내고 통으로 쪄서 양념을 하고 실고추와 통깨를 고명으로 얹는다. 아버님 제사 때는 보리굴비를 썼다. 냉장고가 없을 때기도 하고 보관하려면 보리굴비가 제일이기 때문이다. 보리타작이 끝난 후 한 사날쯤 뒤 보리를 씹어봐서 ‘딱’ 소리가 날 때쯤은 오후 세 시나 네 시다.
어머니는 세 번 곱접어 박는 모시 적삼을 곱게 만드셨다. 물에 적시면 손바닥에 들 만치 발이 고운 한산 세모시를 곱 박아 내는 솜씨야 어떻게 배우랴? 원래 모시색은 누르스름하거나 연한 연둣빛인데 빨수록 희어진다. 한여름 지체 있는 집 아낙의 문에 걸린 모시 조각보는 한번쯤 만들어 보고 싶은 작업이었다. ·····(중략)····· 만드신 지 50년이 훨씬 넘었는데도 깃이며 도련 소맷부리가 맞춤하니 고운 선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