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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의 연인

북녘의 연인

강신성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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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의 연인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북녘의 연인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1153025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25-11-05

책 소개

전직 소말리아·칠레 대사 강신성의 소설이다. 유엔대표부 참사관 장철규가 평양에서 체포와 탈출을 겪고, 스위스에서 북한 로열패밀리의 귀순을 둘러싼 극적인 사건에 휘말리며 긴박한 서사가 펼쳐진다.

목차

작가의 말

1. 제네바 한국 유엔대표부
2. 가정불화
3. 평양 국제회의
4. 평양구치소
5. 북한 청년 귀순
6. 귀순자의 서울 생활
7. 평양 여인의 고민
8. 한강의 해후
9. 북한의 첩자
10. 살인 특종기사
11. 재판
12. 장례

해설 • 체제 대립의 멍에와 사랑의 완성 | 김종회

저자소개

강신성 (지은이)    정보 더보기
전북 군산시(옥구) 출생 - 군산중〮고 졸업,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 영국 옥스퍼드대학(Christ Church College) 외교과정 졸업. - 주 소말리아 대사, 주 칠레 대사 역임. - 저서 ∙장편소설 『탈출』(영화 <모가디슈> 원작 소설) ∙장편소설 『부르는소리』 ∙장편소설 『사라 상수리나무』 ∙장편소설 『북녘의 연인』 ∙단편소설집 『고도를 찾아서』(한국소설가협회 작가상 수상작)
펼치기

책속에서

이필성은 악연이었다. 2년 전 유고슬라비아 수도 벨그라드Belgrade에서 열렸던 제4차 운크타드 총회에 장철규가 참가했을 때 이필성과 부딪쳐 언쟁을 한 적이 있었다. 회의 말미에 EU가 제안한 결의문을 채택하려고 할 때였다. 북한 대사가 번쩍 손을 들어 의장에게 긴급 발언을 신청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이 자리에는 결의문에 참가할 자격이 없는 대표가 와 있습니다. 그 사람은 표결에서 배제되어야 합니다.”
“어느 나라 대표요? 구체적으로 말씀해 보시오.”
“소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입니다.”
“왜 안 된다는 것입니까?”
“한국은 미국의 괴뢰이기 때문에 나라가 아니오.”
회의장은 일순 숨을 죽이고 잠잠했다. 북한 대사가 남한을 공개적으로 비방하는 데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었다. 북한의 김일성은 유고의 티토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웠고 그런 연유로 북한은 티토 대통령이 이끄는 비동맹국 그룹의 회원이 되었지만 한국은 참여하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유고는 북한과는 수교했지만 한국과는 수교를 거부하고 있었다. 따라서 북측 대표는 회의장에서 생떼를 써도 유고 정부가 적극 엄호할 것으로 믿고 마음대로 떠든 것이었다.
장철규는 곧바로 발언권을 얻어 북한 대사를 반박했다.
“대한민국은 유엔이 인정한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정부요. 그렇기 때문에 운크타드의 회원국이 되어 개발도상국과 적극 경제 협력을 추진하고 있소. 이런 한국을 부정하는 것은 유엔을 부정하는 것이고, 유엔을 부정하는 것은 현 국제질서를 부정하는 것이오. 의장님, 북한 대표는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에게 자기 발언이 잘못된 것을 깨우쳐 주시고 사과하도록 해 주십시오.”
그의 발언이 끝나자 회의장은 웅성거렸다. 친북한 일부 개도국 대표는 아무리 그래도 남의 대사를 그렇게 모욕을 주어도 되나 하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회의장 분위기를 파악한 의장은 서둘러 EU 대표를 설득, 결의안을 일부 수정토록 해서 통과시켰다.
― 본문 「제네바 한국 유엔대표부」 중에서


“그런데 훈이와 오작녀의 마음, 참 아름답지 않습니까? 지주네, 소작인이네, 또는 부르주아네, 무산계급이네 하는 사회적 신분의 차이를 초월하고, 그리고 국가와 체제가 강요하는 이데올로기에 굴복하지 않고 서로를 위하고 도운 그 순수한 사랑 이야기, 참 아름답지 않습니까?”
“순수한 사랑이라고 했습네까?”
“세상이 바뀌고 인심도 변하지만 그 두 사람은 인간의 아름다운 본성을 지키면서 그 본성의 힘으로 야박한 세상을 이겨 냈습니다. 장한 일이지요?”
“그 변하지 않는 본성이 어드런 건가요?”
“저는 인정이라고 봅니다. 인정을 사랑이라고도 하지요.”
“…….”
“그런데 그 인정이 사는 곳이 어딘지 아십니까?”
“어딘데요?”
“우리가 마음에 여백을 두면 인정은 그곳에 와서 깃듭니다.”
“여백이요? 여백은 그림에서 그려지지 않고 남아 있는 부분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려지지 않은 자유의 공간이지요. 방해물이 없는 자유가 있으니까 그림 전체를 새로운 생각으로 보게 되지요.”
― 본문 「평양 국제회의」 중에서


그녀는 사무실에 돌아와 조평통의 아는 친구에게 장철규의 인상착의를 설명해 주고 그런 사람이 거기에 잡혀와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30여 분 후에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런 사람이 그곳에 와 있다고 했다. 왜 잡혀왔는지는 자기는 모른다고 했다. 인선이는 친구에게 그를 면회할 수 있도록 주선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녀가 보위부 직원이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주선이 되었다.
저녁때 인선이는 조평통 구치소에 갔다.
월요일 일어나서도 장철규는 캄캄한 미로를 헤매고 있었다. 어디에서 뭣을 하는지, 뭣을 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손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자기가 정지되어 있는 것이었다. 시간도 정지되어 있었다. 아침인지 저녁인지 알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정지되었다.
모든 것이 정지된 것은 죽음이 아닌가. 그렇다면 자신은 죽어 있는 가…….
그런데 갑자기 감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문을 열어 보고는 놀랐다. 강인선이 뒤에 한 가닥 햇빛을 거느리고 서 있는 게 아닌가. 그러자 모든 것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지되었던 마음도 반가움으로 들떠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루 동안 겪은 고초와 고독이 문자 그대로 무산되고 원래의 자기로 돌아왔다.
― 본문 「평양구치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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