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91161253800
· 쪽수 : 260쪽
· 출판일 : 2023-01-20
책 소개
목차
두 개의 세상
카인
예수 옆에 매달린 강도
베아트리체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힘겹게 싸운다
야곱의 씨름
에바 부인
종말의 시작
작품 해설
작가 연보
책속에서
두 눈을 감고 떠올려본다. 데미안의 모습이 보인다. 그곳은 어디였던가. 그렇다. 다시 그곳, 우리 집 앞 골목길이다. 데미안은 손에 노트를 들고 서서 우리 집 현관문 위에 있는 오래된 새의 문장을 그리고 있었다. 나는 창가에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문장을 바라보는 데미안의 얼굴은 세심하면서도 차갑고 밝았다. 놀라웠다. 그것은 분명 어른의 얼굴이었으며, 연구자 혹은 예술가의 얼굴이었다. 우월한 얼굴, 의지로 가득 차 있는, 이상하리만치 밝고도 냉담한, 무언가를 아는 듯한 눈을 가진 얼굴이었던 것이다.
갑자기 고귀한 영상이 나타난 것이다. 고상하면서도 존경스러운 모습. 존경과 숭배를 향한 소망! 내 안의 그 어떤 욕구나 충동도 그 소망만큼 깊고 절실한 적은 없었다! 나는 여자에게 베아트리체라는 이름을 붙였다. 단테의 작품에 등장하는 이름인데, 사실 읽어본 적은 없었지만 내가 가지고 있던 어느 그림 사본을 통해 알게 된 것이었다. 영국의 라파엘전파(前派) 화가가 그린 그 그림 속에는 팔다리 길고 가는 데다 두 손과 윤곽에 신성함을 지닌 여자가 있었다. 내가 만난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그림 속 여자와 완전히 똑같은 것은 아니었지만, 날씬하고 소년 같은 인상에 영성 또는 영혼이 깃든 것 같은 느낌은 동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