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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1302416
· 쪽수 : 424쪽
· 출판일 : 2017-03-27
책 소개
목차
갈등
하늘이 되겠습니다
잘못된 충정
내 선택은 그녀입니다
기억……하나요?
외전. 태령과 린의 시간 속으로
작가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어제 폐하께서 뭐라고 하셨는지 아십니까?”
열기가 식지 않은 얼굴을 서하의 가슴에 묻은 채 연우가 묻는 말에 서하의 심장이 두근, 커다랗게 울렸다. 그 울림을 연우는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를 감싸고 싶은 듯 연우가 그를 더욱 깊이 끌어안았다.
“저에게 직접 모여 있던 귀족 소녀들 사이에서 황자님의 후궁을 찾아보라 하셨습니다.”
뜨거운 몸이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 움직임이 아파서 연우가 그의 등을 가만가만 쓸어내렸다.
“제가 어떻게 했을 거 같으십니까?”
그는 숨도 쉬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거칠게 터져 나오던 그의 뜨거운 숨결이 잦아졌고 그의 온몸은 안타까우리만치 굳어 있었다.
연우가 조심스러운 손길로 그의 품을 밀어냈다. 아무런 힘도 없는 듯 그녀에게 밀려난 서하가 그녀의 눈을 응시했다. 번들거리는 서하의 검은 눈동자에 뜨거운 열기와 물기가 고여 있었다.
“싫다고 했습니다. 황자님이 제 하나뿐인 하늘이시듯 저는 황자님의 하나뿐인 땅이 될 것이라고요.”
“하…….”
서하의 입에서 이제껏 참은 듯 한숨이 터져 나왔다. 숨조차 제대로 내쉬지 못하던 커다란 사내의 입에서 새어 나오는 얕은 신음 같은 한숨에 연우가 빙그레 웃었다. 그녀의 고운 눈이 반달처럼 휘어졌다.
“저 잘했습니까?”
입가를 어여쁘게 끌어 올리며 생긋 웃는 연우의 얼굴을 보고서야 서하의 얼굴에 천천히 온기가 돌아왔다.
서하가 그녀의 작은 머리를 가만히 두 손으로 잡고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자신의 열기를 견디느라 촉촉하게 젖은 그녀의 머리카락이 그의 손가락 사이로 파고들었다. 그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서하가 천천히 쓰다듬었다.
커다란 손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소중하게 쓰다듬는 손짓에 연우가 살며시 눈을 감고 그 감각에 취했다.
언제나 그는 이렇게 자신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준다. 이 느낌이 얼마나 좋은지 그는 알고 있을까. 이렇게 그가 머리카락을 만져 줄 때면 한없이 편안하고 행복하다는 것도.
“이곳에서 서방님께서 어떤 짐을 지고 계신지, 얼마나 힘겨운 선택들을 하셔야 하는지 압니다. 하니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할 것입니다. 저 말고도 품으셔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으시지 않습니까.”
동그란 고개를 가만히 들어 올린 연우가 따스함이 고인 서하의 눈을 올려다보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심장에 너무도 아리게 박혀 와 서하가 미간을 좁혔다.
“어떤 선택을 하셔도 저는 서방님의 땅이 되어서 그 모든 것을 품어 안을 것입니다. 그리할 것이라 폐하께 약조드렸습니다. 그 약조를 전 꼭 지킬 것입니다.”
연우의 맑은 눈이 환한 웃음을 담았다. 너무도 힘겨운 말들을 너무도 어여쁜 미소를 지으며 하는 어린 신부를 서하가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무섭지 않으십니까.”
서하가 가만히 연우의 작고 동그란 볼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혼자라면 못 한다고 가여로 도망갔을 것입니다. 뭐, 도망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오라비들을 불러 데려가 달라고 해도 아마 달려올 것이고요.”
“그럴 겁니다.”
그러고도 남을 것이다. 가여의 그 오라비들은. 지금 그녀가 이곳에서 견디고 있는 일들만 알아도 쫓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 못 말리는 처남들은.
“하지만 전 하나도 무섭지 않습니다. 서방님께서 계시는데 무엇이 무섭겠습니까? 전 폐하도 하나도 무섭지 않습니다.”
무섭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사실 엄청 무서웠다. 하지만 황제에 대한 무서움보다 그의 마음을 다른 이에게 빼앗길 수도 있다는 것이 더 무서웠기에 다른 무서움은 그 순간 차라리 잊고 있었던 연우였다.
“정말입니까? 폐하가 무섭지 않으셨습니까.”
서하가 동그랗게 눈을 떴다. 이 조그마한 소녀의 배짱이 놀라울 뿐이었다. 그리고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이 소녀가 그 서릿발 같은 황제의 앞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똑바로 말했다니.
“실은…… 조금 무서웠지만 참을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 서하가 그대로 그녀를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미치도록 사랑스러워 금방이라도 안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다. 난감한 듯 커다란 눈동자를 굴리며 볼을 부풀린 채 조금 무서웠다 말하는 그 모습을 그대로 삼켜 버리고 싶은 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