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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1570693
· 쪽수 : 344쪽
· 출판일 : 2019-09-20
책 소개
목차
1부 타이탄
2부 돛에 바람을 싣고
3부 사냥꾼의 장례식
에필로그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뭘 잘못한 것일까. 나 같은 사람은 어디에도 누구와도 살아갈 가치가 없는 인간일까. 왜 태어났을까……. 대답은 뻔했다. 자신을 태어나게 한 것도 아버지요, 이렇게 만든 것도 아버지다. 아버지……. 기억 속 아버지는 환경미화원 차림으로 세상 온갖 더러운 것들과 맞서 싸우는 가장이었고, 그때 광남 씨는 그 가장이 싫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한 인간으로서 밖에 나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양반은 아니었다. 사회적으로 보자면 청결은 죄일 수 없다. 그것은 나라에서도 인정한 사실이었다. […] 광남 씨는 결론을 내렸다. 나 혼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 매연과 오물로 꽉 찬 이 도시에 뭐 먹을 게 있다고 발발거리며 몰려와 바글거리나. 청결함도 정연함도 완벽함도 모르는 인간들. 하루하루를 건성건성 사는 인간들…….
이번에는…… 한 마리가 아니다. 소리는 아까보다 더 컸고 여러 곳에서 났다. 광남 씨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솟은 머리카락 모근에서 땀이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땀들이 다 식을 때까지 광남 씨는 꼼짝 않고 누워만 있었다.
다다닥다다닥……. […] 눈알이 시릴 정도로 천장만 응시하던 광남 씨가 고개를 홱 돌려 방 안을 살폈다. 나름 바퀴벌레가 방심하는 틈을 타 위치를 파악하려는 시도였다. 실패.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더는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온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스타렉스가 섰다. 차체 옆면에 빨간색으로 ‘해충 구제 전문회사 ㈜올 킬’이라고 쓰인 글자가 보였다. 운전석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내렸다. 광남 씨는 입을 떡 벌렸다. 키가 180센티미터에 가까워 보이는 누군가는 위아래가 붙은 옷을 입고, 후드를 덮어쓰고, 새 부리 모양 마스크와 커다란 고글로 얼굴을 가리고는 수술용 장갑을 끼고 있었는데 옷부터 마스크, 고글까지 모조리 흰색이었다. 영화에서 화학무기 처리반이니 전염병 관리부이니 하는 곳 사람들이 입는 옷이랄까. 차에서 내린 하얀 사람은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걸어왔다. 광남 씨는 조금 눈이 부셨다. 내리쬐는 빛과 열이 하얀 사람에게서 굴절돼 마치 오라같이 그 주위를 맴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광남 씨는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보다 한 뼘 이상 큰 하얀 사람을 영접이라도 하듯 우러러보았다.
“여기가 고광남 고객님 댁 맞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