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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1570969
· 쪽수 : 244쪽
책 소개
목차
소한 꿈의 거리를 헤매어 왔노라
입춘 눈 속의 봄은 멀지 않았으니
망종 사랑을 갈구하며 찾아다니는
처서 인생이 풀리지 않을 때
우수 밤에 태어난 사람, 그 인연
소설 쓸쓸함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대한 굳이 만나 서로를 위로하는 일이 없기를
백로 오랜 시간을 뉴욕에서 살다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재령. 그리움과 애틋함을 환기시키는 이름이라는 것. 향수와 고독과 안쓰러움과 연민을 떠올리는 이름이라는 것. 불현듯 박재령을 큰아버지 가족들로부터 밀어내고 싶었으나 내게는 그럴 만한 자격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멀리 한국에서 자신의 조카가 왔을 때는 호들갑스럽게 맞아주거나 기쁨에 겨운 표정을 지은 적이 없으면서 별 볼일 없는 청년에게 왜 이리 따뜻한가. 그렇다고 큰아버지가 나에게 냉정하거나 무심했던 건 아니었다. 어쩌면 나를 볼 때마다 한국 어딘가에 숨어 있을, 몹시 찌그러진 상태로 살고 있을 자신의 동생을 떠올리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러자 문득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사주는 완성된 학문이 아니며 그 운명의 궤적을 조금이나마 예측할 수 있을 뿐이다. 그것은 맞고 틀리고가 아니라, 우리가 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그릇이 어떤지 깨닫고 나아갈 지침을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깨닫고 나아가는 지점과 물러서는 지점을 안다는 것, 그게 중요한 것이다.
나는 박재령과 명진애를 보면서 그들의 관계가 참 지독하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박재령은 조용한 호수처럼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사람이었고 명진애는 다가와서 그 호수에 유리 조각을 던지고 돌아가는 사람이었다.
꼬챙이로 찔러보고 달아난다는 느낌. 그녀는 그의 마음에 변화가 생겼는지 언제나 확인하려고 했고, 혹시 그가 조금이라도 무너졌는지 살피려고 했다. 사랑이라는 게 세상에 존재한다면, 상대가 자유로울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는 것 아닌가. 명진애는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