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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1571027
· 쪽수 : 212쪽
· 출판일 : 2020-06-23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할 수 있도록
만나다
이 모든 게 처음
사찰요리에 있고 또 없는 것
열 숟가락 깨물어 안 맛있는 숟가락 없다
채수가 모든 것을 가능케 하리니
내 마음의 오신채
행복을 이루고자 먹습니다
배우다
당신의 과정엔 애정이 있나요?
쫄지 마! 재료가 얕보니까
너무 맛있어서 헛웃음 나옴
고명 있는 시간
된장은 아주 연하게 끓여놓을게
너무 예쁘면 젓가락 안 가
뿌리의 힘을 믿어요
정답은 냉장고 제일 안쪽에
튜닝의 끝은 순정이랬어
당신의 호박범벅
제법 오래된 미래
변하다
그렇게 채식인이 된다
그 마음 한 숟갈만 주세요
텁텁하고 쓸쓸하고 그토록 다정한
요리하는 사람이 바보라서 그러겠어요?
가랑비 리더십
마음만은 장씨 부인
들여다본다는 건
묵혀둔 봄을 꺼냅니다
믿고 따블로 가!
계절이 물러가며 인사를 건네듯
에필로그―익으면 투명해진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동안 내가 해온 요리는 세상으로부터의 도피처였다. 불안하지 않기 위해 요리했다. 세상으로 향해 있던 모든 감각을 다 닫고 눈앞의 요리책에 코를 박았다. 그런 내게 사찰요리는, 요리가 세상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내가 속한 세상을 넓혀가는 훌륭한 방법이라는 것을 가만히 일러주었다. 사찰요리 덕분에 눈앞의 하루를, 다가오고 사라지는 계절을, 내 곁의 사람들을, 내게 주어진 삶을 좀 더 좋아할 수 있게 되었다면 과장이려나.
처음 사찰요리를 배우기 시작할 때는 메뉴 이름을 봐도 도무지 뭔지 모르니 선뜻 수업을 신청하기 애매했다. 육근탕? 타락죽? 제피장떡? 지금은 저 이름만 봐도 입가에 침이 뚝뚝 흐르지만, 그때는 위험부담을 안기 싫어 맛을 가늠할 수 있는 요리 수업만 골라 들었다. 유부주머니탕, 고추잡채 같은 것들. 그런데 분명 그동안 숱하게 먹어본 음식인데도 지금껏 알던 맛과는 급이 달랐다.
그렇지만 해보니 알겠더라. 세상 모든 일이 반드시 끓어 넘쳐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걸. 보기에 차가울 정도로 고요하고 묵묵한 기다림이어야 비로소 이룰 수 있는 일도 있다는 걸. 몸뿐 아니라, 마음으로 먹는 오신채도 있다는 걸. 그동안 나는 마음으로 오신채를 허겁지겁 먹고 있었다. 잘해야 해, 빨리 성공해야 해, 인정받아야 해……. 내가 끌어안고 있는 온갖 욕심에 들끓는 마음이 괴로워 날뛰는 걸 ‘열정’이라 애써 믿고 싶었다. 아닌 줄 알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고, 나라는 사람의 실상을 인정하기까지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