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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1572468
· 쪽수 : 412쪽
· 출판일 : 2025-12-29
책 소개
목차
빛들의 환대
작가의 말
추천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처음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죽어야 한다는, 죽어볼 방법이 없겠냐는 말에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해 한참 머뭇거렸다. 며칠만 더 사시다가 다음 주에 죽어보면 안 되겠냐고 능청스럽게 물으려다가 겨우 입을 다물기도 했다. 예전 어느 때던가, 안타깝게도 죽어볼 기회를 드리지 못해 유감이라고 했다가 민원을 받은 적이 있었다. 겨우 체험관에서 예약 안내나 하는 주제에 네까짓 게 뭔데 그따위 소릴 지껄이냐고.
뒤풀이가 늦게까지 이어진 날 이후 한빛은 사소한 행동이나 표현 하나하나까지 문제 삼았다. 미연이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워주고 흙 묻은 바지를 털어준 행동에도 주목했다. 뒤풀이 날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상황이라며. 그날 한빛은 미연을 세게 끌어안았다. 한빛의 거친 숨결은 미연의 귓가에 끈적하게 들러붙어 떨어질 줄 몰랐다. 미연이 비명을 지르며 밀어내려고 해도 소용없었다.
“너 분명 웃었잖아. ……오리엔테이션 때처럼.”
그때부터 미연은 밖에선 절대 웃지 않도록 이를 악물었다.
“네까짓 게 사는 게 힘들고 괴로워? 죽고 싶을 만큼?”
서둘러 관 뚜껑을 덮었다. 쿵 하며 내려앉는 소리가 체험실 가득 울렸다. 이어서 미연은 나무망치를 들었다. 플라스틱 못을 미리 뚫어놓은 구멍에 따라 꼼꼼하게 박았다. 퉁탕거리는 소리가 오롯이 한빛에게 가닿도록 무게를 싣고 잔뜩 힘을 주었다. 가령과 유영이 힐끗거리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어 승인의 손에서 모종삽까지 빼앗았다. 봉지에서 쌀을 퍼 관 위에 후드득 뿌렸다. 흙 대신이었다. 한 번으로 모자라 한 번 더, 아예 봉지를 뒤집어 탈탈 털어냈다. 경쾌한 소리에 미연은 어깨까지 들썩였다. 어느새 미연은 중얼댔다.
“선배 용기를 내요. 여기서 용기를 얻으세요.”
그동안 미연이 생각해온, 한빛이 내줬으면 한 용기는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