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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61654379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18-07-20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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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차라리 내가 서울로 가서 무슨 도리를 차리기로 하고…….’
친정 일도, 걱정이나 하고 있었자 별수가 없을 터라 이만큼 요량만 하고, 하고 나니 다시는 더 돌아다 보이는 것도 없이 마침내 책상 앞으로 다가앉아서 모친한테 편지를 몇 자 적는다. 편지 사연은, 마음이 울적하여 서울로 올라가니 달리 걱정은 말라고, 서울로 가서 다시 편지도 하겠지만 집을 세 얻느라고 낸 보증금 오십 원을 도로 찾고, 또 살림도 값나가는 것은 쓸어 팔고 해서 가용에 보태 쓰라고, 그리고 내가 서울로 간 종적은 아무한테도 말을 내지 말라고, 끝에다가 긴히 당부를 했다.
초봉은 겁을 냈던 대로 형보가 칼부림을 않는 것이 다행했으나 안심할 경황은 없고, 당장 송희가 저리 액색하게 부대끼는 정상을 차마 못 보아, 몸을 홱 돌이켜 안방 아랫목 구석에 가서 접질리듯 주저앉는다. 하릴없이 항복은 항복인 줄이야 저도 알기는 하지만 차라리 항복을 한 것이 안타깝기보다 도리어 송희가 곤경을 면할 것을 여겨 다행했다.
이렇게 거의 죽어 가는 초봉은 그러므로 생명이란 건 한갓 무서운 고통일 뿐이지 아무것도 아니었다. 따라서 해방과 안식이 약속된 죽음이나 동경하지 않질 못하던 것이다. 그리하여 차라리 죽음을 자취하자던 초봉인데, 그런데 막상 죽자고를 하고서 본즉은, 그것 역시 형보로 인해 또한 뜻대로 할 수가 없게끔 억색한 사정이 앞을 막았다. 송희며 계봉이며의 위협이 뒤에 처지기 때문이다.